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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합종연횡]신세계는 왜 네이버에 손을 내밀었나③'물류·점포·소싱능력 vs IT 인프라'…시너지 폭발 '쿠팡견제'

전효점 기자공개 2021-02-15 09:13:55

[편집자주]

수년째 치킨게임을 지속해온 이커머스업계가 최근 공생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최저가와 배송 경쟁에 막대한 지출을 감내하는 대신 플랫폼 기업과 파트너십, 기업간 제휴 및 합병 등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기업들은 왜 동맹을 선택했을까. 급변하는 시장에서 종착지는 어디이며 역학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최근 이커머스 합종연횡의 배경과 흐름에 대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0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만남이 화제가 됐다. 정 부회장이 강희석 이마트 대표와 함께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를 찾았다. 네이버 측에서는 한성숙 대표가 배석했다. 신세계그룹은 왜 네이버를 찾았을까. 네명의 수장이 모인 자리에서는 양사의 어떤 논의가 오갔을까.

◇'쿠팡 견제' 신세계·네이버 연합전선 형성

신세계그룹과 네이버의 연합은 '쿠팡 견제'라는 공통된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지점에서 이뤄졌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쿠팡은 온라인 판매 중에서도 가공품 영역에 특화해 성장했지만 점차 신세계의 주요 유통 품목인 신선식품과 패션, 화장품 영역으로도 발을 넓혀왔다. '로켓프레시'라는 서비스로 신선식품 새벽배송과 익일배송을 보장하면서 신선식품 영역에서 독보적 강자인 에스에스지닷컴의 위협으로 부상했다.

네이버 역시 쿠팡이 위협적이기는 매한가지다. 쿠팡의 야망이 단순히 이커머스 시장의 1위를 재패하겠다는 야망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쿠팡은 아마존처럼 이커머스와 물류배송 인프라를 바탕으로 구글 같은 IT 기반 종합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털서비스를 기반으로 사실상 독점적인 플랫폼 사업자 지위를 누리고 있는 네이버는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쿠팡은 이미 물류배송망이나 금융결제, 오픈마켓, 멤버십 등 이미 네이버쇼핑과 에스에스지닷컴을 압도하는 이커머스 인프라를 갖고 있다. 이 같은 지점을 고려하면 신세계와 네이버는 동맹을 통해 '공통의 적'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당장 구체적인 사업 협력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협력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물류센터·소싱·신선식품·데이터'...네이버 군침

네이버·신세계 동맹을 접한 업계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지난해 8월 네이버와 홈플러스의 협업이었다. 홈플러스는 '네이버 장보기'에 입점해 부족한 플랫폼 파워를 보완하고자 했다.

네이버 이용 고객이 장보기 서비스를 통해 홈플러스 온라인몰에 다시 접속하지 않아도 홈플러스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했다. 홈플러스는 네이버와 협업을 통해 약 160만명의 추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네이버는 홈플러스 파트너십을 통해 쇼핑사업에서 부족한 신선식품 부문을 보강할 수 있었다.

시장에서 신세계그룹과 네이버 연합 역시 홈플러스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하지만 신세계와 네이버의 파트너십은 시장의 예측보다 훨씬 적극적인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네이버에 제안할 수 있는 신세계그룹의 경쟁력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미 신세계는 계열사들을 통해 네이버와 이미 협업을 전개하고 있다. 신세계아울렛, 까사미아 등이 브랜드스토어, 라이브커머스 등 네이버쇼핑 플랫폼을 활용해 마케팅과 판매에 나서고 있다. 양대 그룹 수장이 직접 나선 것은 단순히 에스에스지닷컴을 추가로 네이버플랫폼에 싣는 단순한 물리적 결합 이상의 파트너십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는 배경이다.

신세계그룹은 대형마트와 백화점, 화장품 유통 등 다양한 계열사를 통해 누적해온 오프라인 점포자산과 상품 소싱 능력, 바잉파워(Buying Power)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에스에스지닷컴은 국내 최대 규모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3곳과 촘촘한 물류망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물류센터와 배송인프라는 네이버가 쇼핑 사업을 하는 데 있어 최대 취약점으로 지적받아온 부분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말 CJ대한통운과 지분교환으로 제휴를 맺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이 보유한 곤지암물류센터는 네이버가 쿠팡에 대적해서 풀필먼트사업 등을 펼치기엔 규모면에서 열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보유한 다양한 형태의 유통점포 역시 네이버가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아마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온라인에 모태를 둔 유통업체여도 성장 한계를 타파하려면 결국 오프라인 시장으로 진출해 시너지를 모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쇼핑 이외에도 간편결제 네이버페이, 콘텐츠커머스 사업 역시 신세계의 오프라인 점포와 다양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신세계그룹의 온·오프라인 사업

◇'종합 플랫폼' 파워…신세계 눈독

신세계로서도 네이버는 든든한 우군이다. 에스에스지닷컴의 지난해 기준 거래액은 4조원 규모다. 매년 20~30% 내외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연간 20조원 안팎 수준인 네이버쇼핑이나 쿠팡 거래액에 한참 못미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전체 규모가 160조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2%를 간신히 넘기는 점유율이다.

에스에스지닷컴뿐만 아니라 롯데온, GS프레시몰 등 전통적인 유통 대기업이 만든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대부분 고만고만하다. 유통업에 특화돼 있기에 구매력은 월등하지만 종합 플랫폼으로서 갖춰야 하는 제반 인프라가 IT기업들에 비해 열위에 있다. 이때문에 시장 초기 이커머스 주자들의 점유율 경쟁에서도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에스에스지닷컴 입장에서 네이버나 쿠팡에 대등한 수준으로 성장하려면 스스로 종합 플랫폼 기능을 갖춰 가거나 이같은 기능을 가진 기업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에스에스지닷컴이 최근 쿠팡의 '마켓플레이스'나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와 같은 오픈마켓 신사업을 통해 자체 플랫폼을 진화시켜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신세계가 이커머스에 적합한 다양한 인프라를 이미 갖춘 네이버와 동맹을 맺을 경우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쿠팡에 대적할 수 있다. 네이버는 핀테크, 광고, 검색, 콘텐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시장 지배적인 플랫폼 파워를 보유하고 수많은 소비자와 판매자를 자사 플랫폼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양사 이해 관계가 접목된 부분에서 출발한 동맹은 시장 판도를 바꿀만한 파급력을 내재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양사가 서로 약점을 보완하고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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