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4월 13일 07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 정기인사를 단행한 2월 말 사실상 업무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지난해 말까지 ‘금감원 독립론’으로 탄탄한 내부 지지를 받던 그였기에 충격은 컸다.금감원 노조는 인사 직후 기자회견과 집회, 청와대 청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윤 원장에 항의했다. 노조는 “채용 비리 가담자들이 승진한 것은 정의와 공정에 어긋난다”며 “인사권자인 윤 원장이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역시 한때 윤 원장과 금감원 독립론의 든든한 조력자였다.
노조와 직원들은 왜 하루 아침에 등을 돌렸을까.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다수 금감원 임직원들은 ‘금감원 성장 정체’가 이번 갈등의 씨앗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올해 정기인사에서 승진자는 1급 8명, 2급 37명, 3급 45명에 그쳤다. 과거 인사와 비교해 20% 이상 줄었다. 더욱이 인사의 대상은 금감원 공채 1기부터 9기까지였다. 현재의 금감원이 출범한 2000년부터 채용된 기수들이다.
금감원 인력구조에서 이들은 중요한 위치에 있다. 2020년 말 금감원 임직원 2000여명 가운데 1기부터 9기까지가 대략 800여명으로 많다. 수석부터 부국장까지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한다. 상징성과 조직 내 영향력은 여러 출신들로 뒤섞인 2000년 이전 입사자들과 사뭇 다르다.
그러나 마주한 현실은 이전 세대보다 열악하다. 이전 세대들이 성장하는 조직에서 승진과 보상이라는 과실을 맛봤다면 2000년 이후 공채 세대들은 나날이 줄어드는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매년 성과급이 삭감되면서 임금도 줄고 있다.
개선될 여지도 적다. 감사원 지적사항과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재지정 엄포에 따라 금감원은 2024년까지 3급 이상 직원 비율을 35%로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금융위원회로부터의 예산과 인력운용 독립도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감원 내부에서 승진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앞으로도 인사에서 작은 흠이라도 발견되면 이번처럼 또다시 큰 혼란이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 금감원 한 임원은 “금융시장은 급변하고 금융사는 규모가 커지고 더 고도화 됐지만 금감원은 2000년 출범 때 그대로 머물러 있다”며 “잘 되는 집안은 형제들끼리 싸우지 않는다"고 자조했다.
금감원은 금융시장의 성장과 안정화에 꼭 필요한 기구다. 이런 금감원이 내부의 문제로 곪아간다면 정상적인 금융감독 기능은 작동할 수 없다.
윤 원장의 조기 퇴진이나 새 원장의 취임은 현재 처한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정치적 구호에 머물러 있는 금감원 독립론을 다시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독립을 넘어 금감원 구조개혁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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