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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이커머스 딜 풍년에도 인수금융업계는 '고민중' 타 업종대비 기업가치 산정 괴리 커…LTV 수준 부담

한희연 기자공개 2021-05-12 10:17:08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1일 10: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들어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금융기관들의 고민이 깊어진 모습이다. 예년대비 빅딜이 많지 않은데다 그나마 나오는 규모 있는 딜들은 플랫폼이나 이커머스 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출을 제공하는 입장에서 플랫폼업체나 이커머스업체는 기업가치 산정에 있어 타 업종과 괴리가 상당히 커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금까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다루고 있는 대표적인 5000억원 이상 딜은 손에 꼽는다. 인수금융을 활용하는 딜 중 이미 인수자가 정해져 딜이 완료됐거나 딜 종결이 이뤄지고 있는 경우는 △KKR의 현대글로벌서비스 투자(6460억원) △어피티니에쿼티파트너스의 잡코리아 인수(9000억원) △IMM프라이빗에쿼티의 SK루브리컨츠 투자(1조1000억원) 등이다. 이밖에 이베이코리아와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 등이 예비입찰을 거쳐 실사를 진행중인 대표적 조단위 예상 건이다.

이를 감안하면 올초 인수금융시장에서는 예년대비 조 단위 딜이 눈에 띄게 적어졌다. 한온시스템 리파이낸싱, SK해운 리파이낸싱, MBK파트너스의 글로벌레스토랑그룹(BHC) 투자 인수금융 등이 완료되긴 했으나 예년에 비하면 아직 부족한 규모다.

지난해 국내 인수금융 주선 실적은 21조원 규모(클로징 기준)로 이중 절반 가량인 9조8000억원 가량이 상반기 중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1분기 4조6000억원, 2분기 5조2000억원의 딜이 성사됐다. 2019년에는 연간 22조3000억원의 딜이 이뤄졌는데 이중 1분기 이뤄진 딜만 6조1000억원 규모였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에는 대성산업가스 인수금융(1조5300억원), 쌍용양회공업 리파이낸싱(1조5000억원), 에이치라인해운 리파이낸싱(7500억원), LG CNS 인수금융(5200억원) 등 5000억원 이상 대형딜이 다수 포진했었다.

하지만 올초 진행되고 있는 M&A 시장의 빅딜을 바라보면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앞서 걱정이 앞선다는 게 금융회사들의 분위기다. 올초에는 유독 잡코리아, 요기요, 이베이코리아 등 플랫폼기업이나 이커머스 업체 딜이 많이 나오고 있다.

대출을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담보를 제공받길 원할 수 밖에 없다. 인수금융의 경우 통상 투자 대상 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제공하곤 하는데 대부분은 해당 기업의 기업가치의 50% 내외를 담보인정비율로 산정해 투자를 집행해 왔다. 이 경우 보통은 기업가치가 해당 기업의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10배 내외로 책정돼 왔다.

하지만 플랫폼업체나 이커머스업체의 경우 타 업종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에비타멀티플로 기업가치가 평가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딜이 클로징된 잡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에비타가 527억원이었는데 기업가치는 9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약 17~18배의 에비타멀티플을 적용받은 셈이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에비타는 1000억원 가량, 요기요는 470억원을 나타내고 있다. 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눈높이는 낮아지기 마련이지만 초반 이베이 본사와 DH는 각각 5조원, 2조원의 매각가를 희망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딜 진행과정에서 각 희망 매도가의 절반수준으로 기업가치가 매겨진다 해도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타 업종의 거래 배수를 감안하면 여전히 높다는 평가다.

물론 이커머스나 플랫폼업체의 경우 실제 M&A 과정에서는 에비타 뿐 아니라 GMV(연간 거래액)이 밸류에이션 산정의 주요한 가치로 적용된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타 업종에 적용했던 기준을 감안하면 금융기관들은 이커머스 등 기업에 대해 50% 내외가 아닌 20~30%의 담보만 인정하는 수준으로 대출을 내어 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았다.

금융기관 입장에선 대출을 실행하려면 심사부서 등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다른 업종과 큰 차이가 나는 밸류에이션을 설명하기 쉽지 않다. 앞서 잡코리아의 경우 인수금융 규모가 4000억원으로 40% 내외의 담보인정비율이 적용됐다. 이 비율도 높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조단위 딜은 아니었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장 내 소화는 문제없다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요기요나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밸류에이션 이슈는 계속 부각될 수 밖에 없다.

금융기관 한 관계자는 "과거의 기준으로 한다면 최근에 진행되는 M&A 중엔 셀다운이 쉽지 않은 딜이 더 많다"며 "변화된 시장에서 딜을 하려면 인수금융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지만 그 방향이 맞는지에 대해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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