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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독립계 GP 해부]화려했던 1세대 우리PE, 부활 신호탄 언제쯤우리블랙스톤 이후 잠잠…재도약 와신상담

한희연 기자공개 2021-05-28 08:04:09

[편집자주]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현 기관전용 사모펀드) 시장이 태동한지 17년이 흘렀다. 대체투자 수요가 매년 증가하면서 운용사의 숫자와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대형 금융사들도 사업부 혹은 자회사 형태로 조직을 갖추고 PE 비즈니스에 참여하고 있으나 그 성과에 대한 평가는 독립계 GP에 비해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더벨은 금융·산업계열 GP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풀어야 할 숙제들을 하우스별로 상세히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7일 10: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우리PE)은 신한PE(현 신한대체운용)와 함께 경영참여형 사모투자펀드 초창기부터 활동한 1세대 운용사로 분류된다. 과거 우리은행 사모펀드팀에서 분사돼 다양한 투자에 나서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지만 현재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PE는 과거 글로벌 운용사 블랙스톤과 함께 공동투자 펀드(우리블랙스톤펀드)를 만들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 해체와 함께 운영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되며 지난 몇년 간 개점휴업 상황을 겪었고, 주요 인력들도 다수 빠져나갔다.

2018년 3월 외부에서 대표를 영입하며 재기 의지를 다신 우리PE는 2010년 이후 8년만에 신규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하며 부활을 꿈꾸기 시작했다. 이후 3년여가 지난 현재 두 개의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하며 꾸준한 투자활동을 벌이면서 어느정도 조직 안정화를 이뤄가고 있다. 다만 이전의 우리블랙스톤펀드 운용 시절의 역량을 뛰어넘는 활약은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블랙스톤 공동투자펀드로 주목, 잦은 수장 교체후 2016년부터 침체기

우리PE는 국내 PEF 제도의 탄생 직후인 2005년 설립됐다. 2006년 3600억원 규모로 1호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해 이랜드월드 상환우선주, 뉴욕 AIG빌딩, 보광그룹 계열사 지분, 유피케미칼, 금호종금 등에 투자했다.

두 번째 블라인드펀드는 2010년 6061억원 규모로 조성된 우리블랙스톤펀드였다. 블랙스톤과 컨소시엄을 이뤄 운용한 이 펀드를 통해 우리PE는 글로벌 골프용품엄체 아쿠쉬네트 인수, 현대로지스틱스 유상증자 참여, 아이마켓코리아 지분 인수, NS쇼핑 프리IPO 등에 투자를 단행했다.

우리블랙스톤펀드 운용시기인 2011년~2015년은 우리PE의 전성기로 분류된다. 포트폴리오 기업에서 대부분 두자릿수 투자수익률을 달성했으며 최종적으로 13.2%의 내부수익률(IRR)을 세운 펀드로 기록됐다. 국내에서 5000억원 이상 규모로 조성된 블라인드펀드 중 청산 기록이 있는 펀드는 상당히 드물다. 특히 이 중 두 자릿수 이상의 IRR을 기록한 경우는 더욱 희소하다. 우리블랙스톤펀드에서 투자한 NS홈쇼핑 건의 경우 IRR이 25%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화려했던 영광을 뒤로하고 우리PE는 이후 침체기를 겪는다. 2011년 출범한 우리금융지주가 2014년 해체되자 우리PE 또한 각종 운영 리스크에 노출되며 투자와 펀딩이 모두 올스톱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 시기 우리PE의 대표로는 우리은행 출신 임원들이 대거 내려와 단기간 역임 후 교체되기 일쑤였다. 특히 이들 대표 교체는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나 우리은행장의 변화와 맞물려 이뤄진 측면이 컸다.

2005년부터 6년간 우리PE를 이끌던 이인영 대표가 물러난 후 우리PE의 대표 자리는 6개월간 공석이었다. 이후 내부 승진한 이승주 대표가 2011년 9월 취임, 1년 6개월간 회사를 이끌다 퇴임했고, 무려 1년5개월간 수장 자리가 비어 있었다. 우리PE에 근무하다 업계로 이직한 최은옥 대표가 2013년 8월 재영입됐지만 1년 4개월 근무후 이순우 행장 퇴임과 함께 회사를 나가게 됐다.

이후부터는 은행계 인사들이 우리PE의 대표로 계속 내려왔다. 우리아비바생명 대표였던 김병효 대표는 2015년 취임해 11개월간 우리PE에 몸담았다. 2016년 1월에는 우리은행 부행장이었던 김옥정 대표가 취임, 2017년 12월까지 회사를 이끌었다. 역시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인 권광석 대표(현 우리은행장)가 2017년 12월 선임됐으나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로 자리를 옮기며 3개월만에 대표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빈번한 수장 교체로 인해 조직 안정성이 훼손됐다.

2018년 3월 선임된 김경우 대표는 우리은행 임원 출신들이 단골로 왔던 대표 자리에 외부출신으로 오랜만에 선임된 경우였다. 우리PE로서는 그간의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결단의 카드였던 셈이다.

◇낙하산 대표 관행 끊고 8년만에 블라인드펀드 '물꼬'

김 대표 취임 이후 우리PE는 과거 영광 재현을 위해 다양한 변화를 꾀했다. 그중 가장 공들였던 것이 우수인력의 확보다. 하우스가 침체기를 겪으며 핵심 인력들의 인력이탈이 줄을 이었기 때문에 명가 재건을 위한 첫 걸음은 인력 확충이었다. 이를 위해 우리블랙스톤의 주역들을 비롯해 PE업계 인력의 적극영입을 꾀했는데 이에 앞서 인센티브 제도도 손봤다.

직원들이 운용성과에 따라 보수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바꾼 것이다. 구체적으로 성과보수(캐리)를 나누는 데 있어 개인과 회사간의 배분 비율을 5:5 정도로 조정했다. 최근 기관투자자들이 펀드를 평가할 때 운용인력에 대한 동기부여가 얼마나 합리적으로 갖춰져 있는지를 중요 항목으로 삼는다는 것을 감안한 조치다.

변화를 바탕으로 우수인력 영입에도 공을 들였다. 특히 이전 우리블랙스톤의 주역들은 영입 1순위 대상이었다. 우리블랙스톤 펀드의 경우 핵심 운용인력 6명이 모두 우리PE 소속이었는데 이들 대부분이 이미 이직한 후였다. 이들을 적극적으로 재영입하려 힘썼고 우리블랙스톤 운용 인력 가운데 4명이 다시 우리PE행을 택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현재 PE와 대체투자본부 등을 합쳐 20여명의 운용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우리PE는 2018년 6월 산업은행으로터 성장지원펀드 운용사로 선정되며 재기를 위한 산뜻한 출발을 시작했다. 산은의 자금을 앵커로 신영증권과 공동GP를 구성, 2018년 12월 1630억원 규모의 우리신영그로쓰캡 펀드를 결성했다. 이는 2010년 이후 8년만에 블라인드펀드의 물꼬를 튼 셈이라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여세를 몰아 한국성장금융의 기업구조혁신펀드 출자사업에도 도전, 위탁사 자격을 따냈다. 이를 바탕으로 큐캐피탈과 공동으로 관리하는 우리큐기업재무안정 펀드도 2019년 5월 결성했다. 결성 규모는 1551억원이다. 현재 우리PE가 운용중인 PEF는 우리신영그로쓰캡(1630억원), 우리큐기업재무안정(1551억원)과 프로젝트펀드인 우리한화유레카(435억원) 등을 합쳐 3600억원 규모다.

하우스 재건 노력을 시작한 직후 두 개의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한 우리PE는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며 펀드 소진을 위해 노력했다.

우선 우리신영그로쓰캡 펀드를 통해서는 2019년 중 포커스미디어코리아(5월), 직방(6월), 지슨(10월) 등에 투자했다. 2020년 들어서는 크래프톤과 명신산업 등에 투자했다. 펀드 결성 이후 2년여 동안 펀드 약정액의 75%를 소진한 셈이다.

큐캐피탈과 함께한 우리큐기업재무안정 펀드를 통해서는 2019년 브랜드마케팅업체인 스타콜라보(150억원), 지난해에는 놀이의발견(200억원)에 각각 투자를 단행했다. 놀이의발견은 대기업의 턴어라운드를 위한 사업재편 과정에서 나온 투자였다.

이밖에 우리PE는 2016년 전문사모집합투자업 등록에 따라 대체투자가 가능해지면서 자산운용본부를 통해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도 다수 진행해 왔다. 기존 자산운용본부는 국내 투자에 치중해 있었는데 2018년 8월 첫 해외투자를 시작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 왔다. 미국 1위 항만 터미널 운용사 투자, 홍콩소재 고급주택 투자, 일본 비즈니스 호텔 투자, 태양광 발전 등 다양한 투자 등은 최근 3년사이 이뤄졌다.

◇펀드레이징 작업 주춤…과거 영광 재현에 물리적 시간 필요

PE부문 재건 노력과 자산운용부문의 영역확장 등 노력에 힘입어 우리PE는 2016년 이후 4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우리PE의 펀드 약정규모는 1조7000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8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김경우 대표는 올해 3월 임기 1년 연장에 성공했다. 침체일로를 걷던 하우스에 영입돼 조직 안정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통해 어느정도 재건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지난 3년여의 노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다만 PE부문만 놓고 봤을 때 우리블랙스톤의 영광을 되찾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라인드펀드의 물꼬를 텄으나 아직은 규모가 크지 않아 이전의 화려한 이력에는 못 미친다는 얘기다.

실제로 2018년과 2019년 블라인드펀드 결성 성공 직후 이듬해에도 여러 출자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2019년에는 산업은행 성장지원펀드 미드캡 부문에 지원했고, 2020년에는 LX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산업은행 신남방펀드에 지원했으나 모두 고배를 마셔야 했다.

결국 우리PE는 명가 재건의 첫 발걸음은 성공적으로 뗀 셈이지만 최종 목표를 달성하려면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조성한 펀드의 투자와 회수를 통해 엑시트 성과가 어느정도 가시화되야 이를 바탕으로 더 큰 펀드의 조성하는 등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기 때문에 물리적 시간이 들어가야 한다는 평가다.

또 다시 외풍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하는 PE 비즈니스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투자와 회수 과정은 상당히 장기전이 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전성기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외풍에 의한 운영리스크에 이미 노출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 부분은 항상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는 어쩌면 비독립계 PE의 숙명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PE는 명가재건을 선언한 이후 2018년과 2019년중 펀딩과 투자 면에서 빠르게 안정화를 찾아간 모습을 보였다"며 "상대적으로 지난해에는 펀딩에서 다소 주춤한 상태인데, 올해 어떤 성과를 보일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직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우리블랙스톤 때 만큼의 레벨에는 아직 못 미친다는 느낌"이라며 "기존 펀드를 빠르게 소진하고 다음 펀드 규모를 키워 랜드마크 딜을 몇개 성사시켜야 명가재건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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