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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업계 대해부]업계 흐름은 디지털·글로벌…더딘 오리콤⑫국내 최고(最古) 광고사, 전통적 시장서 '두각'…비즈니스 전환·M&A 경쟁력 물음표

유수진 기자공개 2021-06-11 10:48:30

[편집자주]

국내 광고기업들이 변하고 있다. 과거 소속된 그룹사의 내부 물량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이젠 자발적으로 외부 고객 확보와 신사업 발굴에 앞장서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었고 재계의 흐름에 발맞춰 ESG경영 등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시작했다. 변화의 중심에 선 광고회사들의 지배구조와 재무 전략, 주요 인물, 신사업 등을 샅샅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9일 10: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 계열 오리콤은 1967년 출범한 국내 최초의 종합광고기업이다. 지난 54년간 광고업계 '맏형'으로서 국내 산업 발전과 함께 성장해왔다. 이 기간 대중의 입에 붙다시피 한 광고 카피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두산그룹 기업PR '사람이 미래다'와 에이스침대의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등이 대표작이다.

하지만 미래 경쟁력에는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급변하는 국내외 광고업계 흐름에 제대로 발맞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니즈와 외부 환경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지만 변화를 꾀하기 보단 과거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 미래 준비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광고업계의 키워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디지털 전환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지런히 노를 젓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가라앉을 거란 위기의식이 작용한 결과다.


지난해 광고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광고가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시장 점유율(광고비 기준)이 50%에 육박한 수준까지 치솟으며 방송과 인쇄매체의 합을 사상 최초로 뛰어넘었다. 코로나19는 국내 광고시장을 전년 대비 0.8% 가량 위축시키는 동시에 디지털의 독주를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디지털 전환은 완전히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기존에 이미 정해졌던 방향이었으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이다. 애초부터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발맞춰 미래를 준비하던 주요 광고회사들은 더욱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디지털 전환이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오리콤은 이 같은 흐름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전히 전통적 방식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리콤의 사업부문은 크게 광고와 매거진으로 나뉜다. 광고부문에서는 오프라인 이벤트나 행사 같은 프로모션(BTL사업)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광고매출은 435억원으로 전년(664억원) 대비 34.5% 하락했다.

매거진부문은 보그(Vogue)나 지큐(GQ) 등 잡지판매와 광고로 매출을 올린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광고시장이 크게 위축되며 매출이 15.2% 빠지는 등 연쇄 타격을 입었다. 매거진 역시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온라인 잡지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채널을 다양화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발맞춰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 서비스 제공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회사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물론 오리콤이 디지털 시대 대응에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2019년 2월 한컴, 두산매거진과 손잡고 'DCC(Digital Creative Center)'를 출범했다. 세 개의 회사가 별도의 조직을 하나 만들어 원스톱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포부였다.

브랜딩과 광고 캠페인 전략(오리콤), 미디어와 프로모션(한컴), 패션·라이프스타일 콘텐츠(두산매거진) 등 전문성을 갖고 있는 3사가 뭉친 만큼 적잖은 시너지가 예상됐다. 특히 전통매체 대비 종류가 많고 범위가 넓은 디지털 분야에 적시 대응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미디어 채널 '뉴스룸' 제작에 함께 참여한 것 외에 외부에 드러난 가시적인 결과물이 사실상 없다. 오리콤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관련해 특별히 얘기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광고업계 트렌드로 자리잡은 인수합병(M&A)에도 동참하지 않고 있다. 적극적인 M&A는 사세 확장은 물론 자체적으로 디지털 역량을 기르는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다수의 광고사들이 채택하고 있는 미래 전략이다.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로서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는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현재 오리콤은 해외법인이나 종속회사가 전무하다. 법인 설립과 기업 인수로 덩치를 키우는 경쟁사들과 달리 사업 범위를 국내에 한정짓고 있다. 제일기획이 전세계 45개국에 53개의 거점을, 이노션은 21개국 31개 도시에 해외 네트워크를 마련해 놓고 광고주 포트폴리오를 넓혀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앞서 오리콤도 2008년 중국 베이징에 법인을 세우며 해외에 진출했던 적이 있다. 모기업이자 주요 광고주였던 두산인프라코어의 현지 마케팅과 홍보를 담당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2010년 이후 건설경기 침체로 매출이 급감해 2016년 8월 철수했다. 외부 광고주 유치에 실패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때 오리콤의 계열사가 한컴과 두산큐벡스 두 곳으로 줄었고 아직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한컴은 2015년 7월 한화그룹에 240억원을 주고 지분 100%를 인수한 광고회사다.

당시 대기업 광고 계열사간 첫 M&A이자 업계 8·9위의 결합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직전해 오리콤에 합류한 박서원 부사장(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이 직접 성사시킨 딜이기도 하다. 이를 발판 삼아 추가적인 M&A와 사업 제휴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후 구체화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현재도 특별한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 규모나 재무상태 등을 고려할 때 사업 확장을 위한 여건이 충분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리콤은 3월 말 기준 보유현금이 330억원으로 작년 말(433억원)보다 100억원, 2019년 말(616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두산그룹 전반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임직원 수도 2019년 말 323명에서 2020년 말 284명으로 줄었다.

오리콤 관계자는 "최근 대내외 여건은 좋지 않으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디지털, 빅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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