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철수]베트남·인니 쪽 관심 많다는데…인수 매력 '반반'현지 씨티은행, 카드기반 리테일 확장 전략…인수시 '고객이탈' 우려
김현정 기자공개 2021-06-11 07:30:36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0일 11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씨티그룹이 한국씨티은행뿐 아니라 동남아 전반에 위치한 씨티은행 매각을 위한 투자설명서(IM)를 국내 금융사들에 발송하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지역 매물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자산·부채 인수(P&A) 방식의 매각 추진으로 거래에 참여하려면 인수자는 해당 국가에서 이미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춰놓고 있어야 하는데, 국내 금융사들이 라이선스를 따놓은 곳이 이들 지역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특히 씨티그룹이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에서 일궈놓은 고객 수가 상당하고 디지털 전환에 꽤 진척이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는 평가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씨티그룹이 신용카드업을 기반으로 동남아 소매시장을 개척해왔다는 점에서 인수 시 고객 이탈 우려가 높다는 정반대 시각도 있다.
미국 씨티그룹은 올해 4월 한국을 포함한 해외 13개국에 대한 출구 전략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나섰다. 이달 초에는 국내 시중은행 및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한국 외 해외 씨티은행에 대한 인수 의향을 받기 위한 IM을 발송해온 상태다.
씨티그룹 측이 동남아 지역 은행들을 묶어 팔지, 아니면 개별적으로 매각할지 여부 등을 정확히 제시하지는 않은 상황에서 국내 시중은행들은 각각 해당 국가별로 사업성을 들여다보고 있고 있다. 이달 말 마감 예정인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는 쪽으로 이미 결론을 낸 일부 금융지주사들 역시 추후 매각 방향이 구체화될 경우를 가정해 사업성 검토는 대부분 벌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우선 씨티그룹은 동남아 지역에 주로 지점 형태로 진출해 있다. 중국과 한국 정도에만 법인을 세웠으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은 모두 지점이다.
이런 가운데 씨티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매각 방식은 자산·부채를 양도하는 P&A다. 씨티은행 지점들의 소매사업 자산·부채를 양수받으려면 해당 국가에서 라이선스를 이미 확보하고 있어야 절차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반대 경우에는 현지 당국과 라이선스 허가를 다시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한·하나·우리·국민은행 등 인수후보군 모두 이미 기존 자리를 잡아두고 있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씨티은행 정도만 인수 검토 대상에 올려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른 지역 씨티은행은 관심이 크지 않을 만한 사유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국내 4대 시중은행 모두 진출해 있는 인도의 경우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해 시장 확대를 당장 노리기가 불안한 상황이다. 필리핀은 우리은행이 법인을 두고 있지만 저축은행 성격의 영업이라 크게 확장 의지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태국과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은행들은 없다. 중국 쪽에서는 모두 법인 형태로 영업 중이지만 '과거의 실패' 경험이 많아 해당 국가에서의 법인 확장 의지는 대부분 크지 않은 상황이다.
공통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지점이 자리잡은 곳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모두 성장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다. 두 곳 모두 대출이자율이 7~8%이고 순이자마진은 3~4% 수준이다.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한국의 1%대 순이자마진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정체된 은행사업의 ROE를 높이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에서 사업 확장이 유리할 수도 있다.
특히 씨티그룹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꽤 오랫동안 은행업을 영위한 만큼 현지 고객 자산도 큰 것으로 평가된다. 1968년 인도네시아에 첫발을 디뎠고 현재 6개 주요 도시에 10개 지점을 두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1993년 하노이에 대표 사무소를 시작으로 1994년 하노이 지점 라이선스를 획득했으며 1998년 호치민에 두 번째 지점을 열었다.
씨티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신용카드, 개인 대출, 저축 및 예금, 보험 및 다양한 금융상품을 다루는 자산관리 서비스까지 폭넓은 소비자 고객 접점을 만들어왔다.
동남아지역에서는 소매부문 '디지털라이제이션' 측면에서도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씨티그룹의 기존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체 인식 기술, 스냅샷 등의 기능을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 최초 도입한 은행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씨티그룹이 '신용카드'를 기반으로 동남아 사세를 확장해왔다는 점은 국내 금융사들의 인수 결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평도 있다. 마스터카드, 비자플래티넘카드, 레디크레딧 카드 등 다양한 카드 제품군을 도입하며 고객 포트폴리오를 폭발적으로 확장시켰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모두 캐시 단위가 크기 때문에 상위 계층 사이에서 카드를 이용하는 리테일 고객들이 꽤 있다는 설명이다.
씨티은행이 동남아 각 국가에 지점이 몇 개 되지 않아도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이유였다. 리테일 영업을 잘 하려면 기본적으로 점포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고객이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찾아갈 수 있는 점포가 곁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은 이와 전혀 다른 전략을 취한 셈이다.
문제는 '씨티'라는 브랜드가 떨어져나갈 될 경우 고객들이 계속 남아있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 고객들이 카드를 매개체로 씨티은행과 거래를 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 씨티은행을 국내 금융사들이 인수하면 카드 고객이 이탈할 우려가 크고 따라서 소매금융 사업체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지점이 몇 개 안되지만 리테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카드 거래 덕분이었다"며 "인수 이후를 가정했을 때 그들의 영업 확장의 기반이 사라질 수 있으니 인수가 망설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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