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이사회 모니터]장기재직 사외이사 축소에도 '절반'의 독립성③전준수·에릭 싱차입 '13년' 연임, 재직연수 8년→4년...사추위장 배재훈 대표 '물음표'
김서영 기자공개 2021-07-12 11:36:12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8일 16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MM(옛 현대상선)은 2000년대 초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설치하며 사외이사 선임 시스템의 외형을 일찌감치 갖췄다. 그러나 10년 이상 장기 재직한 사외이사를 두고 있어 그 실효성에 물음표가 던져졌다.KDB산업은행의 채권단 관리에 들어서면서 사외이사의 재직기간은 눈에 띄게 짧아졌다. 다만 산은이 추천해 선임된 대표이사가 사추위 위원장을 맡고, HMM에 재직했던 경험이 있는 인사가 사외이사에 오르면서 독립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HMM은 2016년 금융기관 채권단 관리에 들어서면서 장기 재직하는 사외이사의 수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2016년 HMM 사외이사의 평균 재직 연수는 8년3개월이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말 기준 사외이사 평균 재직 연수는 3년8개월로 5년 만에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
현대그룹에 속했던 현대상선 시절 HMM의 사외이사 5자리 중 두 자리는 '고정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릭 싱차입(Eric Sing Chi IP) 이사는 2004년부터 2016년까지 13년간 사외이사 자리를 유지했다. 전준수 이사는 2006년부터 2018년까지 현대상선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이외에 6년을 초과해 장기 재직한 사외이사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간 재직한 김동건 이사가 있다.

에릭 이사는 홍콩 항만 전문 운영업체인 허치슨포트홀딩스 사장이다. 현대그룹은 1993년부터 허치슨그룹과 터미널 사업 협력관계를 맺었다. 허치슨은 2004년과 2014년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현대상선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면서 '백기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된 에릭 사장은 2004년 현대상선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HMM은 산은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 관리 체제에 돌입하면서 장기 재직하는 사외이사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2016년 3월 에릭 사장은 사외이사 임기 만료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 이사 역시 마찬가지로 2019년 3월 임기가 만료돼 사외이사 자리에서 사임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HMM의 사외이사는 3인(김규복·윤민현·송요익)이다. 김규복 이사는 올해 5년 차에 접어들었다. 2017년 HMM 사외이사에 선임돼 연임 2회에 성공했다. 임기 만료일은 2023년 3월로 임기를 다 채울 경우 6년을 초과해 장기 재직 사외이사로 분류된다. 윤민현 이사와 송요익 이사는 각각 3년간 HMM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HMM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현재 재직 중인 사외이사 중 6년 이상 장기 재직 중인 이사는 없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사외이사의 재임 기간이 6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국회는 지난해 사외이사 임기를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한 기업에 오래 근무하게 되면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보다 기업과의 유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HMM은 사추위를 통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다. HMM은 2001년 이사회 내 사추위를 설치해 현재까지 20년 동안 운영하고 있다. 다른 기업에 비해 사추위 설치는 빨랐지만, 장기 재직한 사외이사가 많아 사외이사 후보풀(pool)을 관리하고 독립성 및 다양성을 높이는 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HMM은 장기 재직 사외이사를 교체하는 것 이외에도 사추위의 독립성을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이사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해뒀다. 올해부터 외부기관의 자문을 받아 사외이사 평가 제도를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채권단 관리 아래에 있다는 특수성이 존재한다. 배재훈 HMM 대표이사(사장)가 사추위 위원장을 겸직한다. 통상 사외이사가 사추위 위원장은 맡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배 사장은 채권단으로 구성된 경영진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임된 인물이다. 주요 경영진을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 선임에도 최대주주인 산은의 의중이 간접적으로 반영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HMM에서 근무했던 인사가 사외이사에 선임된 점도 독립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송요익 사외이사는 2008년부터 3년간 현대상선 미주본부 본부장을 지냈다. 이후 2014년까지 컨테이너 부문 총괄부문장으로 재직했다. 5년 만에 사외이사로서 HMM 경영에 합류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비상경영체 돌입' SKT, 유심 사태 수습 '총력전'
- 위메이드 "위믹스 해킹 늑장공시 아니야…DAXA 기준 불분명"
- [Market Watch]DN솔루션즈 이어 롯데글로벌까지, 대형 IPO '휘청'
- [롯데글로벌로지스 IPO]흥행 실패 우려, 결국 상장 철회로 귀결
- [AACR 2025]제이인츠 'JIN-001', 독성 최소화한 '저농도' 효능 입증
- [Financial Index/SK그룹]주가상승률 50% 상회, SK스퀘어 'TSR' 그룹내 최고
- 금호타이어, 분기 '최대 매출'…영업이익은 '주춤'
- 유지한 SKC CFO "트럼프 관세, 위기보다 기회"
- [i-point]신테카바이오, 'K-BioX 글로벌 SUMMIT 6' 참여
- 간추려진 대명소노그룹 선택지, '티웨이'에 집중
김서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GS건설, 자회사 '리밸런싱' 어디까지 왔나
- [2025 건설부동산 포럼]"기업형 임대주택 사업 '선순환 모델' 구축해야"
- GS건설, 이니마 매각 급물살 타나
- [디벨로퍼 리포트]DS네트웍스, 선제적 토지 매각으로 리스크 해소
- [건설리포트]'1조 클럽 수성' 반도건설, 올해 실적 향상 카드는
- [건설사 미수금 모니터]SK에코플랜트, SK하이닉스 공장 준공에 '연동'
- 우미건설, '부산 장안지구 우미린 프리미어' 견본주택 오픈
- [디벨로퍼 리포트]외형 키우는 신세계프라퍼티, 투자 더 늘린다
- [떠오르는 모듈러 건축]삼성물산, 사우디 네옴시티에 'OSC 기술' 활용
- [건설리포트]제일건설, 안정적 실적 속 재무비율 개선 '뚜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