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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관 돋보기/수협중앙회]'혈세 빌렸지만 이자는 안 내' 법인세 추가 감면 논란③기재부 세법개정안 두고 '과도한 혜택' 목소리

류정현 기자공개 2021-08-09 07:46:23

[편집자주]

국내 수산업 발전을 위해 출범한 수협중앙회는 그동안 협동조합으로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최근에는 신용사업 분리와 공적자금 상환 이슈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조직 규모에 비해 외부에 알려진 사안은 극히 일부다. 내년이면 출범 60주년을 맞이하는 수협중앙회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향후 생존 전략은 무엇인지 등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5일 15: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협중앙회를 관통하는 핵심 이슈는 예나 지금이나 공적자금 상환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경영난 타개를 위해 받은 공적자금은 총 1조1581억원이다. SH수협은행의 배당금을 재원으로 삼아 2016년부터 상환에 나섰다. 정부는 원활한 상환을 유도하기 위해 배당금에 대한 법인세를 물리지 않는 혜택을 줬다.

그런데 이에 더해 최근 추가적인 혜택까지 받게 된 모양새다. 수협중앙회는 빌려간 공적자금을 조기에 일시 상환할 경우 법인세를 추가 감면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분위기다. 국민 혈세로 공적자금을 지원했는데 정작 이자를 내지 않는 상황이 된 셈이다.

◇나랏돈 1조원으로 외환위기 극복, 법인세 감면 혜택도 '쭉'

수협중앙회는 외환위기 당시 심각한 경영 상황을 맞이했다. 1997년 결손금 397억원이 발생한 것도 모자라 이듬해인 1998년 결손금이 3283억원으로 급증했다. 대손충당금 적립 요건이 강화된 영향도 있었으나 부실도 심각했다. 1998년 12월 말 기준으로 수협중앙회의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은 1.18%였다.

수협중앙회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부서 통폐합, 적자 점포 폐쇄, 인원 감축 등 전방위 개선 작업을 펼쳤다. 수협유통 산하의 여행사업본부와 수협마트, 바다촌 등의 자회사는 문을 닫았다. 단위 수협까지 포함해 갖고 있던 부동산 507억원어치를 매각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1999년 초 정부에 우선출자 형태로 5700억원대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관한 특별법’(금산법)에 의해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 금융사업체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수협중앙회의 공적자금 지원 소망이 마침내 이뤄진 건 2001년이다. 신용사업을 독립사업부제로 두고 자회사 수준의 투명성을 갖추기로 약속한 덕분에 지원 활로가 열렸다. 2001년 4월 26일 예금보험공사와 경영정상화 이행협약(MOU)을 맺었다. 총 지원금액은 1조1581억원으로 1조1095억원을 먼저 지원 받았고, 같은 해 12월 31일 나머지 486억원을 추가로 지급 받았다.


수협은행 기간별 현황공시


다만 공적자금의 실질적 상환 주체는 수협중앙회가 아닌 수협은행인 모양새다. 지난 2016년 바젤Ⅲ 충족을 위해 신용사업을 아예 분리하고 수협은행을 자회사로 출범시켰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던 곳이 신용사업 부문인 만큼 공적자금 상환 의무도 수협은행에 있다는 논리를 폈다. 이에 따라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으로 공적자금을 상환하는 구조를 그려뒀다.

문제는 실적 약화로 수협은행의 배당금 규모가 최근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수협은행의 배당금 총액은 350억원이다. 2019년 같은 기간 500억원과 비교했을 때 약 30% 줄어들었다. 2018년 말 132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사이 약 73% 줄어든 수치다.

◇'어민 지원' 명분으로 추가 감세 가시화, 지도사업 비용은 '감소'

이런 와중에 수협중앙회는 정부에 추가적인 법인세 혜택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적자금을 조기에 한꺼번에 상환할 경우 세제상의 불이익을 해소해달라는 것이다. 남은 공적자금 약 8000억원을 일시 상환하면 세법에서 인정하는 고유목적사업비 한도를 초과해 법인세를 내야 하는데 이를 내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수협중앙회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1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수협중앙회가 2022년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지출한 금액 중 고유목적사업비 한도를 초과한 금액은 2023년부터 2028년까지 균등하게 상환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즉 일시상환금 전체를 비용으로 인정해 법인세를 면제하겠다는 것이다. 수협중앙회의 요구가 그대로 수용된 셈이다.

수협중앙회는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협중앙회 측은 “이번 개정안은 어업인 지원 기능을 조속하게 회복함으로써 수산업 발전에 기여할 근거가 될 것”이라며 “국회에서도 통과될 수 있도록 어업인과 수산업계의 뜻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출처=기획재정부 '2021년 세법개정안 상세본'

업계에서는 과도한 특혜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애초에 공적자금으로 경영난을 타개한 데다가 이미 법인세가 면제되고 있는데 추가적인 법인세 감면은 무리한 지원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지금도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으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현행 세법과 회계기준에 의하면 공적자금 상환 금액은 고유목적사업비로 인정돼 법인세가 감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래 갚아야 할 돈을 한꺼번에 갚는다는 이유로 법인세를 추가로 면제한다는 건 다소 이상하다”며 “어업인 지원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도 다소 빈약한 명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수협중앙회의 경영실적으로 미뤄볼 때 추가적인 혜택이 필요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상호금융 사업 수익성이 크게 증가한 점도 있지만 어업민 지원을 위한 지도사업의 비용감소도 수익성 개선에 일조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협중앙회 순이익은 총 301억원이다. 전년 동기(148억원)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도사업 비용은 422억원에서 365억원으로 1년 사이 약 13.5%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수협중앙회가 공적자금을 직접 상환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보유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상환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인데 수협은행으로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만 있는 것"이라며 "정작 정부가 국민 혈세로 지원한 자금에 대한 이자를 받지 않겠다고 한 셈이어서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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