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 포트폴리오 시프트]에쓰오일, '샤힌' 이륙 결정까지 앞으로 '1년'①이어지지 못한 '투자 신화', 재무부담 가중 속 7조 투자 '고민'
박기수 기자공개 2021-09-08 07:41:58
[편집자주]
그간 국내 정유업계의 고민은 정유업의 일관적이지 못한 수익성이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유업체들의 선택은 정유업과 긴밀히 연계되는 석유화학업이었다. 정유사들은 진입장벽이 높은 올레핀계열 사업까지 진출하면서 전문 석유화학업체 못지 않은 사업 다양성을 지니기 시작했다. 이제 시장은 정유사가 기후변화를 인식하고 이에 맞춘 새로운 답안지를 내놓길 요구하고 있다. 더벨은 국내 정유 4사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현주소와 그에 따른 재무적 변동사항을 모니터링했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3일 09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쓰오일은 정유업계에서 '투자의 귀재'로 불렸다. 정유·석유화학 시황이 좋지 않을 때 관련 사업을 과감히 시작했다. 1990년대 초 국내 최초의 '중질유 고도화 설비'와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을 때 결정한 '파라자일렌(PX) 공장 증설'이 그 대표적인 예다. 사업 시작 때는 시장의 우려가 짙었지만 상업 생산을 시작할 때쯤 시황 회복으로 '대박'을 쳤다. 결과론적이지만 에쓰오일이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배경이다.이런 에쓰오일이 2010년대 중반 한 번 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에쓰오일은 사실 '정유사의 올레핀 제품 생산 기지화'의 선구자였다. 현대오일뱅크의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GS칼텍스의 MFC(Mixed Feed Cracker) 모두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단지 건설보다 투자 결정 시기가 늦다. 에쓰오일의 올레핀 생산 투자 결정은 2014년에 이뤄졌다.
당시 에쓰오일은 산화프로필렌(Propylene Oxide, PO)과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PP)을 생산하는 시설인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Residue Upgrading Complex)·올레핀 하류시설(ODC, Olefin Downstream Complex)' 투자를 확정했다. 투자 규모만 4조7890억원이 들어간 이 투자로 에쓰오일은 '종합 석유화학회사' 반열에 올랐다. 이미 RUC·ODC는 2018년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간 상태다.
큰 규모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다시 한번 에쓰오일을 웃게 만들었을까. 안타깝게도 '부정적'에 가깝다.

RUC·ODC 공장은 2018년 4분기부터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들어갔다. 정상적이었다면 2019년부터 효과가 곧바로 나타났어야 했다. 다만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영업이익 규모는 2018년 대비 2019년 도리어 줄어들었다. 2018년 석유화학 사업에서 영업이익 3509억원을 냈던 에쓰오일은 2019년 2555억원만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와 러시아-사우디 간 '원유 전쟁'이 일어났던 작년은 영업이익이 더욱 줄었다. 작년 석유화학 사업의 영업이익은 1796억원이다. 사실상 RUC·ODC 건설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냈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던 셈이다.
물론 부정적인 성과만 있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RUC·ODC가 상업 생산을 시작한 뒤 전사 영업이익 대비 석유화학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이 늘어나긴 했다. 2017년 23.7%, 2018년 54.9%를 차지하던 석유화학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은 2019년 60.8%까지 늘어났다. 작년에는 전사 기준 1조99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와중에도 석유화학 사업은 20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며 수익성 안전판 역할을 해냈다.
그럼에도 일전 '성공 신화'처럼 성공적인 포트폴리오 시프트를 이뤄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는 RUC·ODC로 내준 재무적 비용 때문이다. 투자 집행 이전인 2014년 말과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 말 에쓰오일의 별도 부채비율과 순차입금비율은 각각 70.6%포인트, 18.4%포인트 높아진 179.6%, 69.1%를 기록 중이다. 특히 순차입금의 경우 약 7년 만에 2조원이 늘어난 4조445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 와중에 에쓰오일은 더 심층적인 포트폴리오 전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019년 에쓰오일은 TC2C(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 기술을 도입한 SC&D(스팀크래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건설하는 내용이다. 프로젝트명은 아랍어로 '매'를 뜻하는 '샤힌(Shaheen)'이다. 에쓰오일은 당시 투자 규모로 7조원을 거론했던 바 있다.
다만 2019년 이후 정유·석유화학 업황이 하락세를 타면서 '타당성 검토'에만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진작에 타당성 검토가 끝났어야 했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인력 이동 등이 제한되면서 공장 기본 설계작업조차 원활하게 시작하지 못하다가 2분기 말 이제서야 재개됐다.
에쓰오일은 최종 투자 결정 기한으로 내년을 제시하고 있다. 고무적인 점은 극도의 부진을 보였던 작년 이후 올해 정유와 석유화학업 모두 수익성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에쓰오일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으로 1조2002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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