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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IPO 장기화…기업밸류는 제고? FI 어피니티 ‘밸류’ 기대치 밑돌아 무산…시장친화적 성향 드러내

이경주 기자공개 2021-09-17 08:00:43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6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카드가 기업공개(IPO)를 재무적투자자(FI) 손바뀜으로 사실상 중장기 과제로 전환했다. 업계 일각에선 현대카드가 '시장친화적' 행보를 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기업가치(IPO)를 공격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기존 FI가 떠났기 때문이다.

다만 같은 이유로 IPO 재추진 시기도 상당히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FI가 원하는 밸류 눈높이는 더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푸본 2.1조 밸류로 매입…IPO밸류 보다 높아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연내 IPO를 추진하려던 계획을 사실상 접었다. IPO 추진동력이던 FI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순 기존 FI였던 홍콩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가 보유 지분 24%를 약 5200억원에 매각했다. 인수자는 대만 푸본금융그룹(이하 푸본) 계열사인 푸본생명(10% 인수)과 푸본은행(10%), 현대커머셜(4%)이다.

어피니티는 2017년 지분 24%를 3747억원에 사들인 바 있다. 당시 평가한 밸류는 1조5612억원이었다. 2021년까지 IPO를 해야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IPO 불발 시 현대카드가 지분을 되사줘야 했다. FI가 바뀌면서 당장 IPO를 해야 할 유인이 사라졌다.

업계는 이 과정에서 드러난 현대카드의 시장친화적 성향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카드가 자체 산출한 IPO 밸류에 대해 어피니티가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어피니티는 푸본과의 거래로 선회했다. 현대카드가 무리한 밸류를 고집하지 않은 셈이다.

푸본이 어피니티 보유주식을 매입하면서 평가한 밸류는 약 2조1000억원으로 계산된다. 현대카드가 자체 산출한 IPO 밸류는 당연히 이보다 낮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결과적으로 어피니티는 푸본 덕에 약 6000억원 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

◇삼성카드 PBR 0.5배 불과…핀테크 스토리 배제 관측

IPO 밸류는 낮을 수밖에 없었다. IPO밸류는 상장한 경쟁사가 증시에서 받는 평가를 발행사에 대입해 산출하게 된다. 그런데 국내엔 상장한 카드사가 삼성카드 밖에 없다. 이에 삼성카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현대카드에 대입해야 하는데 정부규제 영향(수수료 인하)으로 워낙 낮게 형성돼 있다.

삼성카드 올 상반기 말 기준 순자산은 7조2625억원, 시가총액(9월 15일 종가)은 3조9623억원으로 PBR이 0.55배에 그친다. 이를 현대카드 올 상반기 말 순자산인 3조4923억원에 대입해 IPO 밸류를 단순 계산하면 1조9054억원(0.55배*3조4923억원)이 된다. 푸본 매입밸류(약 2조1000억원)보단 2000억원 가량 낮다.

이에 일각에선 현대카드가 중점 강화하고 있는 ‘데이터 플랫폼’ 구축 스토리를 입혀 밸류를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카드는 강력한 캡티브 마켓인 현대·기아차를 기반으로 쌓은 고객정보를 빅데이터화 시켜 사업영역을 핀테크로 확장해 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IPO 밸류를 보수적으로 산출했다. 업계에선 같은 이유로 푸본 엑시트를 위한 IPO 재추진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추진 IPO 밸류는 푸본 매입밸류(약 2조1000억원)보다 높아야 한다.

현대카드 성향으로 볼 때 펀더멘털이 충분히 갖춰져 시장으로부터 합리적 밸류라고 평가받을 수 있을 때 IPO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푸본으로 FI가 바뀌며 단기 IPO에 대한 압박은 벗어났지만 목표 밸류는 기존보다 높아졌다”며 “당장 내년에 IPO를 재추진 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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