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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닷컴, ‘이베이’ 합병이 어려운 이유 FI 지분가치 희석 분명…비상장 주식평가, 적자기업에 불리

이경주 기자공개 2021-11-04 07:08:19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2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쓱닷컴(에스에스지닷컴)이 기업공개(IPO) 시기를 내년으로 못 박으면서 사실상 이베이코리아 합병안을 배제한 것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는 관측이다.

쓱닷컴 FI(재무적투자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선택지였다. 합병을 택할 경우 ‘상속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에 따라 양사 기업가치를 우선 산출해야 하는데 쓱닷컴이 이베이코리아보다 낮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미래보단 현재 지표를 우선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적자상태인 쓱닷컴이 불리하다.

다만 합병을 후일로 미루면서 쓱닷컴 모회사인 이마트 고민은 커질 수 있다. 쓱닷컴 상장 이후 이베이코리아와 합병하면 반대로 이마트 지분율이 희석된다. 거액을 들여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음에도 쓱닷컴과 당장 시너지를 낼 수 없다는 것도 단점이다.

◇이마트, 이베이코리아 고평가가 유리

쓱닷컴은 올 10월 27일 대표주관사를 선정(미래, 씨티)했다는 소식과 함께 내년 상장이 목표라고 밝혔다. IB들에게 자문을 구했던 이베이코리아와 합병안을 사실상 배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합병은 긴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라 내년 IPO가 목표라면 할 수 없다.

쓱닷컴 FI들이 반대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는 관측이다. 이마트엔 좋고 FI에겐 불리하다. 쓱닷컴은 FI들이 지난해 말 기준 지분 23%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 3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만든 컨소시엄이 약 7000억원을 들여 해당지분을 사들였다. 당시 지분 100%에 대한 가치를 3조원으로 평가했다.


우선 지분구조부터 살펴봐야 한다. 이마트는 쓱닷컴과 이베이코리아 모두 최대주주이지만 지배력은 차이가 있다. 이마트는 올 6월 특수목적법인(SPC)인 에메랄드에스피브이를 세워 이베이가 보유한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3조4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분 100% 가격은 4조3000억원이다.

더불어 해당지분 인수(80.01%) 이후 일정기간 동안 잔여지분(19.99%)에 대해 콜옵션 행사로 추가 매입할 수 있는 조건도 달았다. 연내로 예상되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가 완료되면 딜이 최종 마무리된다.

결과적으로 이베이코리아 지분율은 최소 80%에서 최대 100%로 늘어날 수 있다. 반면 쓱닷컴에 대한 지분율은 50.01%로 상대적으로 크게 낮다. 이마트 입장에선 양사 합병 시 이베이코리아 기업가치가 더 높게 평가될 경우 합병법인에 대한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 지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FI 지배력은 희석된다.

◇보충적 평가방법, 최근 3년 손익지표 활용

그런데 쓱닷컴 상장 전에 합병을 할 경우 이베이코리아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비상장 주식에 대한 제한된 평가방식 탓이다. 상증세법 시행령 제54조(비상장주식등의 평가)에 기재된 보충적 평가방법을 따라야 한다. 기업합병을 탈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이다.

보충적 평가방법은 1주당 순손익가치와 1주당 순자산가치를 3:2로 가중평균한 가액을 시가로 본다. 이때 순손익가치는 최근 3년치 손익계산서를 활용하게 된다. 미래보단 현재 지표로 기업가치를 따지는 방식이다.

쓱닷컴이 불리한 것은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급격히 커지고 있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추고 있다. 반면 아직 이익은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조2941억원에 영업손실 469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338억원이다.


반면 이베이코리아는 흑자기업이다. 이마트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조2441억원에 당기순이익 53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85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순손익가치 측면에서 이베이코리아가 쓱닷컴을 압도할 수밖에 없다.

상증세법상 현금흐름할인법(DCF, discounted cash flow)을 통해 미래 예상되는 현금창출력을 기업가치에 반영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다만 이는 합병법인들의 최대주주가 동일(이마트)할 경우 활용이 제한될 수 있다. 최대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미래 예상 수치를 조정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쓱닷컴은 상증세법 상으로는 오히려 이베이코리아보다 낮은 기업가치로 평가받을수 있다. 반면 쓱닷컴은 이번 주관사 선정과정에서 IB들로부터 10조원 이상의 밸류를 제안 받았다. 이베이코리아 최근 M&A(인수합병) 밸류인 4조3000억원의 두 배 이상이다.

지분구조까지 감안하면 합병안이 이마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FI가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상장 후 합병은 이마트에 불리…늦어지는 '시너지'도 고민

반대로 합병을 미루면 이마트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쓱닷컴이 10조원 밸류로 상장하면 전세가 역전된다. 상장 후 이베이코리아를 합병시키면 FI 지분가치는 극대화되고 이마트는 그만큼 지배력이 희석된다.

이마트 대주주는 물론 일반주주들이 반반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IB업계에선 합병을 성사시키려면 이베이코리아까지 상장해 밸류를 제대로 평가 받은 이후 합병을 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시간이 가장 오래 소요되지만 잡음은 없는 방식이다.

문제는 모두 상장할 때까지 기다리면 애초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목적인 ‘시너지’ 창출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가장 큰 인수시너지를 ‘고객정보 공유’로 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기준 거래액이 20조원에 달하는 이커머스 사업자다. 네이버와 쿠팡에 이은 3위다. 충성 유료멤버십 고객인 스마일클럽 가입자만 270만명이다.

양사가 독립적으로 사업을 하면 계열사간 고객정보공유를 금지하는 개인정보보호법 탓에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양사가 고객정보를 공유하려면 고객 개개인에게 정보공유에 대한 동의를 일일이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어 합병이 중요했던 것”이라며 “결국은 합병을 해야 하는데 지분구조와 기업가치 측면에서 FI와 이해관계가 달라 이마트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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