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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M 원류' 파크시스템스, 국산화 넘어 글로벌 톱티어로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 열전]①박상일 대표, 1988년 美 PSI 설립 후 귀국 '재창업'…IMEC 공급 후 '반도체 신성' 거듭나

수원(경기)=조영갑 기자공개 2021-11-25 09:2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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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품목 배제로 촉발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는 거스르기 힘든 순류(順流)를 만들었다. 특히 일본이 정면으로 겨눈 반도체 섹터는 각고의 연구개발(R&D)을 거치면서 국산화 기대주를 다수 배출, '자력갱생' 하고 있다. 더벨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을 노리고 있는 반도체 소부장 기대주를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23일 09:5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파크시스템스는 단순히 선진국 장비를 본떠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이라기보다 AFM(원자현미경) 코어(core)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리딩 컴퍼니입니다."

지난 17일 수원 광교 파크시스템스 본사에서 만난 박상일 대표는 회사의 정체성을 국산화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정의했다. 실제 파크시스템스는 여느 국산화 메이커들과 차별화된 행보를 걷고 있다. 해외 기업이 장악한 기술과 장비를 국산화하는 차원을 넘어 원천기술을 토대로 AFM 시장을 확대,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자신감의 원천은 파크시스템스의 창업 과정과 관계가 깊다. 박 대표는 AFM 계측장비의 태동과 역사를 함께 한 '산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표는 'AFM의 아버지'라 불리는 캘빈 퀘이트(Calvin F. Quate) 스탠퍼드대 교수의 핵심 연구원 출신이다. 1988년 산업용 검사계측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한 박 대표는 자신의 성을 딴 PSI(Park Scientific Instruments)를 설립하면서 처음으로 AFM 장비를 세상에 선보였다.

이후 PSI는 승승장구하며 연 매출액 1200만달러(약 143억원)의 성공한 벤처가 됐다. 하지만 1997년 박 대표는 한국에서의 '제2의 창업'을 위해 PSI를 약 1700만달러(약 200억원)에 매각하고 귀국했다. 파크시스템스의 시작이다. 박 대표는 "미국 사회의 유리천장(glass ceiling)에 대한 고민과 대화가 잘 통하는 지기(知己)가 없다는 점 때문에 고국에서의 창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PSI를 미국 서머스펙트라에 매각한 이후에도 기술 협정을 맺고, AFM 공동 마케팅 등을 위해 파크시스템스 지분을 공유하는 등 유기적인 협업을 이어갔다. PSI의 경쟁 제품이 아닌 상호 보완적인 AFM 제품을 생산해 시장에 공존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PSI는 몇 차례 M&A(인수합병)를 거쳐 글로벌 검사장비 제조사 '브루커(Bruker)'의 품에 안겼다. AFM 검사계측 장비 부문에서 파크시스템스의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회사다.

박 대표는 "결과적으로 PSI를 인수한 회사가 매니징에 실패한 탓인데, 수차례 M&A를 거친 후 지분을 돌려받고, PSI와의 관계도 단절됐다"면서 "이때부터 AFM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AFM 관련 영업은 브루커그룹 계열사인 '브루커나노(Bruker Nano)'에서 전담하고 있다. M&A에 따른 시장변화가 창업회사를 경쟁사로 만든 셈이다.

이후 브루커가 M&A를 통해 외형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점유율을 늘린 데 반해 파크시스템스는 자체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R&D에 매진하면서 '한 우물'을 팠다. 실제 파크시스템스는 현재도 매출액 대비 10% 이상을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입하면서 AFM 기술 고도화와 제품 다변화에 힘을 쏟고 있다. 2018년 44억원(11%), 2019년 61억원(14%), 지난해 64억원(10%), 올해 3분기 말 52억원(12%) 등 규모도 커지고 있다.

박 대표가 귀국을 결심하면서 타깃 시장으로 설정했던 반도체 섹터에서의 선전도 돋보인다. 결정적 계기는 2015년 벨기에 'IMEC'의 파크시스템스의 장비 도입 건이다. IMEC은 인텔, 삼성전자, TSMC 등 글로벌 메이커들이 공동 기술개발을 위해 설립한 반도체 연구기관이다. 파크시스템스는 IMEC과 3D AFM 나노계측기술 공동개발에 나섬으로써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일약 '라이징 스타'가 됐다.
▲파크시스템스의 주력 AFM 장비인 'NX-Wafer'. (사진=파크시스템스 홈페이지)
박 대표는 "한국에서 '리스타트(재창업)'를 결심하고 20년 넘게 한 원천기술을 개발한 결과"라면서 "IMEC의 결정으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공인을 받은 동시에 그동안 AFM 도입을 주저하던 메이커들의 PO(구매주문서)가 이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까지 하드디스크 검사계측 시장에 장비를 공급하던 파크시스템스는 2015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반도체사의 러브콜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TSMC, ST마이크론 등 굴지의 메이커가 모두 고객사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파크시스템스의 주력장비 'NX-Wafer'는 경쟁사 AFM 장비 대비 압도적인 정확도와 재현성을 자랑한다. 특히 재현성(Reproducibility)은 검사계측 측정값의 신뢰도를 나타내는 결정적 지표인데, 파크시스템스의 AFM 계측장비는 시판되는 제품 중 가장 신뢰도 높은 재현성을 자랑한다. 우수한 성능을 바탕으로 산업용 AFM 부문에서 부르커의 점유율을 추월하기도 했다. 조연옥 파크시스템스 전무는 "산업용 AFM 시장에서는 대략 6대 4 정도로 브루커를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글로벌 파운드리, IDM 등에서 AFM 장비의 채택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주요 고객사, 중화권 주요 고객사 등은 10여대의 파크시스템스 AFM을 도입해 양산라인에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 확대의 일환이다. 국내 양대 IDM(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도입 역시 최근 늘어나고 있다. 고선단 웨이퍼 작업이 수반되는 비메모리 영역에서 AFM 장비가 중용되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성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쟁사 AFM 장비를 라인에서 퇴출하고, 파크시스템스 장비를 속속 입고하고 있다. 박 대표는 "양산라인 테스트를 거쳐 최근(10월 말) 초도 공급이 이뤄졌고, 후속 오더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본격적으로 삼성전자 양산라인에 적용된 상황은 아니지만, AFM이 아니면 모니터링할 수 없는 공정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에 곧 양산라인에 확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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