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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용만 삼부자'의 아름다운 퇴장 [thebell desk]

박상희 차장공개 2021-12-02 07:33:39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1일 07:4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 박재원 전 두산중공업 상무가 미국에서 벤처캐피털(VC) 회사를 설립한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두산그룹 계열 경영에서 손을 뗐지만 두산가(家) 4세란 타이틀 때문에 세간의 관심에서 온전히 자유로워질 순 없다.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이목을 끌 수밖에 없다.

지난달 두산그룹에서 발표한 박용만 전 회장의 사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박 전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이후 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사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예상 밖 소식이었던 건 그의 사임과 맞물려 두 아들인 박서원 전 오리콤 부사장과 박재원 전 상무가 그룹 임원직에서 물러난 것이었다.

두산가 3세 마지막 경영자인 박 전 회장과 4세 경영인 아들 부자가 나란히 경영에서 손을 뗐다. 활발하게 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는 두산 4세 가운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은 서원 재원 형제가 처음이다.

박 전 회장에 앞서 차례로 두산그룹 회장직을 거쳐간 고 박용곤 명예회장(아들 박정원, 박지원)과 박용성 전 회장(박진원, 박석원),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박태원, 박형원)의 아들은 부친이 그룹 총수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여전히 그룹에 몸담고 있다.

박 전 회장의 두 아들은 결이 다른 행보를 보여 왔다. 장남 박서원 전 부사장은 광고 관련 업무를 맡았는데 중공업이 그룹 핵심 사업임을 감안하면 주류라고 볼 수는 없었다. 차남 박 전 상무는 2013년 두산인프라코어에 전략팀 과장으로 입사했지만 스타트업과 벤처 투자에 강한 의욕을 보여 왔다. 2019년 벤처캐피탈 ‘D20'을 설립한 게 대표적이다.

삼부자가 언제부터 독립을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다. 2005년 두산가 형제의 난 사태를 겪은 박 전 회장의 개인적인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만 할 뿐이다. 약 16년 전 벌어진 경영권 분쟁 당시 박 전 회장은 비자금 조성 혐의에 휘말리는 등 뼈아픈 경험을 했다.

두산 3세는 아들이 6명이다. 두산 4세의 경우 현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이만 10여 명에 달한다. 박 전 회장의 차남은 1985년생으로 두산 4세 중 유일한 30대다.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박 전 상무는 사촌 형인 박정원 현 회장(1962년생)과는 23살 차이가 난다. 4세가 선대와 마찬가지로 순차적으로 총수 자리를 물려받는다 하더라도 아주 먼 미래의 일이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두산 지분 4.26%를 보유하고 있다. 박정원 회장(7.41%)과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4.94%)에 이어 세 번째로 지분율이 높다. 박 전 회장의 두 아들도 각각 1.96%(박서원), 1.63%(박재원)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비록 채권단 관리를 받는 등 두산의 경영사정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그룹의 울타리 안에서 배당을 받으며 편안하게 안분지족의 삶을 사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오너일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년 부담 없이 계열사 경영에 이바지 하면서 평생을 C레벨 임원으로 지낼 수도 있다. 박용만 삼부자는 과감하게 그룹을 떠나 독립하겠다고 밝히며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했다.

두산 오너일가는 물론 재계에도 적잖은 울림을 주는 결단이다. 3·4세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 없는 그룹이 거의 없다시피 한 재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두산그룹은 국내 최장수 기업이다. 1896년 서울 종로에 문을 연 박승직 상점이 효시였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최고(最古) 기업이라고 해도 사람들의 존경과 인정을 받는 최고(最高) 기업이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두산‘이라는 울타리와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밖에서 두산의 DNA를 퍼뜨리는 후세 경영인이 많아질수록 두산그룹이 최고(最高) 에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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