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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차기 리더는]준비된 2인자, 함영주 부회장의 마지막 기회은행장·지주 부회장 7년, 회장 등극 수순…선고공판 이후 윤곽,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현정 기자공개 2022-02-04 08:24:00

이 기사는 2022년 02월 03일 09: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함영주 부회장(사진)은 명실공히 하나금융그룹의 2인자다. 하나은행장에 오른 2015년 9월 이후 6년 6개월 동안 은행장으로서, 지주 부회장으로서 김정태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입지를 착실히 다져왔다.

합병은행의 조직안정을 이뤘고 행장 재임 시절 줄곧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경영성과를 냈다. 잠시 물러서야 할 때엔 자리를 내려놓는 지혜도 보였다. 최근 수개월 동안은 김 회장을 대신해 그룹 내 주요 의사결정을 도맡으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때가 됐다. ‘사법 리스크’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만 하면 회장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평가된다. CEO 연령 제한에 대한 내부규범상 그가 이번 인선을 보내게 되면 차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압축한 최종후보군 후보자들 중 가장 주목을 받는 이는 단연 함 부회장이다. 회추위는 숏리스트로 함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윤규선 하나캐피탈 사장 등 내부 인사 3명과 이성용 전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대표, 최희남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 외부 후보 2명 등 총 5명의 후보를 확정했다.

함 부회장은 1956년 부여 은산면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강경상고를 졸업한 뒤 고졸 행원 신분으로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했다.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학업을 병행해 단국대 회계학과에서 학사학위를 딸 정도로 학구열도 높았다.

2002년 11월 서울은행 수지지점장으로 승진했는데 바로 다음달 서울은행이 하나은행에 합병되면서 ‘하나맨’이 됐다. 이후 분당중앙지점장을 거친 뒤 본사로 돌아와 2005년부터는 가계영업추진부장을 맡았다. 2006년엔 남부지역본부장이 됐다.

임원 시절 줄곧 충청지역에서 활동했다. 하나은행 부행장보로 승진한 2008년 1월 충남북지역본부 본부장과 대전영업본부 본부장을 맡았고 2013년 부행장으로 승진하면서는 충청사업본부 본부장을 맡았다. 2015년엔 충청영업그룹장으로 올라섰다.

고향에서 은퇴를 준비하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외환은행과 합병해 출범한 하나은행의 행장 후보에 올랐다. 그는 여러 후보를 꺾고 2015년 9월 통합은행의 초대 행장 자리에 올랐다. 은행장은 지주 회장 다음 가는 그룹 핵심 직책으로 이 때부터 함 부회장의 그룹 2인자로서의 세월이 시작됐다.

사실 함 행장이 통합 하나은행의 초대 행장으로 선임될 때 모두가 놀랐다. 전략통도, 기획통도 아닌 야전 사령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하지만 그는 이후 행보를 통해 본인이 적임자였음을 입증해 냈다.

통합은행 수장으로서 그는 조직안정을 빠른 속도로 일궜다. 통상 PMI 과정에서 잡음이 심한 경우가 많은데 직제·임금체계 통합 등 민감한 문제들을 임기 내에 깔끔하게 정리해냈다

특수한 상황 속에서 기업 경쟁력이 훼손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를 개선시키며 하나은행의 경영성과 지표를 한 단계 위로 올려놓았다. 2017년 2월 ‘임기 2년’의 연임을 무난히 달성한 배경이 됐다.

3연임을 앞두고 위기가 닥쳤다. 2018년 6월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게 됐다. 2019년 초 행장 인선이 시작되자 금융감독원은 재판 결과에 따른 CEO 리스크를 우려하며 연임 반대 의사를 전했다.

함 부회장은 임추위에 참여하지 않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연임 포기를 전후해 주변에 "고생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소회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조직을 위한 함 부회장의 결단은 업계에 오랫동안 회자됐다.

행장직은 내려 놓았지만 2016년 3월부터 맡아온 지주 부회장직은 지금까지도 계속 유지하고 있다. 2020년 3월 이후 3명의 부회장 체제로 개편된 이후에도 함 부회장은 그 가운데서도 ‘급이 다른’ 부회장으로 평가된다. 하나지주는 '함영주-이진국-이은형' 체제에서 2021년 3월 '함영주-지성규-이은형' 체제로 구성원을 달리하며 3명의 부회장 체제를 유지 중이다. 현직 부회장들 중 함 부회장만이 유일하게 이번 숏리스트에 올랐다.

김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현재 함 부회장의 회장 등극은 수순이라는 평이다. 작년 초 김 회장의 1년 임기가 결정됐을 때도 김 회장이 연임을 통해 함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해소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서는 함 부회장이 김 회장의 업무 대부분을 맡으면서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을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일한 걸림돌은 법적 리스크다. 함 부회장은 채용 관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고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판매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후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물론 함 부회장과 유사한 사례로 재판을 받은 여타 금융사 회장들이 승소한 바 있어 금융권에선 무죄를 받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함 부회장에 대한 DLF 행정소송 1심 선고공판은 오는 16일, 채용비리 1심 선고공판은 25일 열린다. 회추위가 유력 후보인 함 부회장에 대한 사법리스크를 가늠키로 한 만큼 채용비리 선고공판 직후 하나금융 차기 회장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만일 함 부회장이 이번 회장 인선에서 낙마하게 되면 차기를 노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함 부회장은 만 66세로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지주 회장의 연령은 만 70세를 넘길 수 없다. 회장 초임 임기는 통상 3년인 만큼 이번을 보내게 되면 함 부회장은 만 69세의 나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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