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분석]㈜LG에 가까운 포스코홀딩스, SK㈜로 향한다수소 등 자체 사업 키운 뒤 분할 예정···투자 역량 강화 '투자형 지주사' 변화 예고
양도웅 기자공개 2022-02-14 07:40:34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0일 14: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순수 지주사, 사업형 지주사, 투자형 지주사···.역할로 구분한 지주사 종류다. 계열사 관리에 방점을 뒀다면 순수 지주사, 계열사 관리 외에 독자적인 사업을 하며 가치를 창출한다면 사업형 지주사로 불린다.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 등에 적극적이라면 투자형 지주사로 분류된다.
현실에선 특정 지주사를 콕 집어 하나의 범주에만 가두는 건 적절치 않다. 지주사 본연의 역할인 계열사 관리 외에 조그마한 사업을 하는 곳이 많고 또 눈에 띌 정도로 크진 않지만 신사업 진출을 위해 투자에 나서는 곳도 적지 않다. 따라서 어느 형태에 '가깝다'고 표현하는 게 알맞다.
국내 대기업 지주사 가운데 맏형으로 2003년 출범한 ㈜LG는 순수 지주사에 어울린다. LG전자·화학·유플러스·생활건강 등 60여개 계열사 관리가 제1 목적이다. 임원진도 주로 재무와 법무, 인사, 홍보 등 경영관리와 지원 분야의 인물로 구성돼 있다. 수익도 계열사들이 지급하는 배당과 상표권 사용료, 임대수익에서만 창출된다.
반면 SK㈜는 스스로 투자형 지주사라고 자부한다. 2007년 출범할 때만 해도 IT서비스 사업을 하는 사업형 지주사와 다름없었지만 최근 투자 부문 인력과 조직을 확충하며 변신을 꾀했다. 현재는 많은 이가 '투자형 지주사' 하면 'SK㈜'를 떠올릴 만큼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영업이익 가운데 70% 이상이 투자부문에서 나오고 ㈜LG와 달리 투자 관련 직책을 단 임원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SK㈜를 투자은행(IB)이라고 표현하는 이도 적잖다.
내달 1일 출범을 앞둔 포스코홀딩스는 별도기준 수익의 95% 이상을 담당하는 철강 사업 부문을 뗀 점을 고려하면 일단은 순수 지주사 유형의 ㈜LG에 가까운 모습이다. 실제 신설법인 지분 100%를 지주사가 보유하는 물적분할을 택한 점, 지주사 위주의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는 비상장 계열사들이 지주사 아래로 모인 점은 이러한 유형에 힘을 싣는다.
하지만 목표는 SK㈜와 같은 투자형 지주사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1월 발송한 주주서한에서 포스코홀딩스의 첫 번째 역할로 "그룹의 미래 포트폴리오 개발"을 꼽았다. 최근 지주사 전환을 위한 TFT 구성을 하면서 밝힌 지주사 역할에서도 첫 번째 자리엔 '미래 신사업 발굴'이 차지했다. 이 역할을 위한 전략은 M&A와 지분투자가 될 전망이다.
이는 분할 과정에서 배분한 현금을 봐도 또렷하다. 2조4232억원에 달하는 현금 가운데 포스코홀딩스는 30%에 가까운 7052억원을 가져갔다. 철강 자회사가 매년 설비 유지에만 조 단위 투자를 필수로 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작지 않은 비중의 현금을 지주사가 가져간 셈이다. 향후 신사업 발굴을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단 명확한 목표와 이를 달성케 할 조직(TFT), 그리고 대규모 실탄을 보유하고 있지만 명실상부한 투자형 지주사가 되는 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홀딩스는 정관에 '수소 등 가스사업 및 자원개발 사업'을 목적으로 심었다. M&A와 지분투자의 목적이 당장은 가스와 자원개발 사업의 역량 강화가 될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수소를 포함한 소재, 자원 사업도 철강 사업처럼 분할할 계획이라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포스코홀딩스는 '순수 지주사→사업형 지주사→투자형 지주사'로 변화해갈 것으로 관측된다. 비유하면 ㈜LG에서 출발해 SK㈜로 나아가는 도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비순수 지주사인 사업형 지주사와 투자형 지주사의 공통점 중 하나는 계열사들의 독립 경영"이라며 "SK㈜가 대표적인데, 계열사들의 이사회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계열사 관리 업무에 쏟을 힘을 투자와 자체 사업 영위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포스코홀딩스도 이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전망대로 포스코홀딩스는 현재 그룹의 중추인 철강 자회사에 대해 독립 경영을 보장할 예정이다. 단 그룹의 주력 사업이 친환경 경영을 요구받는 철강업인 까닭에 ESG경영에 대해선 지주사가 직접 챙기겠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포스코홀딩스는 회장이 주관하는 '그룹 ESG협의회'를 신설해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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