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파장]현대차가 직면한 러시아 사업 딜레마공장 재가동 요원, 글로벌사 보이콧 움직임에 ‘눈치’
강용규 기자공개 2022-03-10 07:30:05
이 기사는 2022년 03월 08일 15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러시아에서의 사업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러시아를 향한 경제제재가 본격화하면서 공장 재가동은 시점을 예상하기 어렵게 됐고 글로벌 기업들의 잇따른 ‘탈(脫)러시아’도 부담스럽다.그러나 현대차는 러시아 사업의 규모가 작지 않은 만큼 보이콧에 동참하기 어렵다. 게다가 러시아 시장은 단순 판매량 이상의 전략적 의미도 있다. 현대차의 셈법이 복잡하게 됐다.
8일 현대차에 따르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가동 재개 시점이 당초 예상됐던 9일보다 늦어질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을 이유로 지난 1일부터 러시아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이곳의 완성차 생산능력은 연 20만대로 현대차 전체 생산능력의 4% 규모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물류 이슈 탓에 반도체를 포함한 여러 부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가동 재개 시점을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의 도움도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우리 정부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기로 하자 러시아 정부가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분류하는 등 두 나라 사이의 감정이 차가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러시아 보이콧이 현대차의 러시아 사업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완성차회사들 가운데서는 GM, 볼보, 포드, 폴크스바겐 등이 러시아 수출 중단을 발표했다. 특히 포드는 수출뿐만 아니라 현지 합작사 ‘포드 솔러스’의 사업도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토요타와 혼다 역시 현지 생산공장의 문을 닫았다.
다만 현대차는 아직 러시아 보이콧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 보이콧 가능성을 놓고 “아직은 어떤 형태로든 사업 중단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며 “당분간은 현지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로서는 공장 재가동이 요원한 상황인데다 글로벌 기업들의 러시아 제재 컨센서스를 완전히 무시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제재에 동참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현대차그룹에 러시아는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의 5.8%(현대차 기아 합산)를 담당한 주요 시장이다. 현대차 러시아 법인만 따져도 해마다 3조원 안팎의 매출을 낸다. 지난해 러시아 완성차시장에서 점유율은 22.6%(현대차 기아 합산)로 33.8%의 르노그룹에 이은 2위다.

현대차는 과거 2014년에도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에 따른 글로벌 경제제재로 현지 판매량이 36% 줄어드는 타격을 입었다. 이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당시 회장)이 2016년 직접 러시아 공장을 찾아 “러시아 시장에서 기회는 다시 온다”며 “어려워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에게 러시아 공장은 현대차의 유럽 공략을 위한 교두보였다. 그는 현대차 러시아 공장을 중심으로 체코와 터키 등으로 생산법인을 확장하며 유럽에서 현대차그룹의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전략을 폈다.
이런 러시아 중심의 유럽 사업전략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시대의 현대차그룹에서도 유효해 보인다. 현대차는 2020년 러시아에서 GM의 옛 공장을 인수한 뒤 정비 기간을 거쳐 올해 초 가동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현지 생산능력을 10만대가량 확충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유럽 완성차시장 공략 의지를 스스로 꺾지 않는 한 러시아 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곳”이라며 “현지 생산공장의 재가동 여부가 명확해질 때까지 최대한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려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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