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는 달라졌나]'해체 수준' 조직개편? 보여주기식으로 끝났다②모자 회사 재편안 원점, 700명 줄였지만 자연감소·채용 안한 영향
성상우 기자공개 2022-06-20 07:22:11
[편집자주]
국민적인 지탄을 받았던 LH사태로 정부가 개혁안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LH의 혁신 노력과 결과물에는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바뀐 것도 있지만 못 바꾼 게 더 많다.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이제부터라도 쇄신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벨은 LH가 1년여 전 약속했던 쇄신안의 결과를 중간 점검해보고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6일 13: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H 개혁안 중 가장 국민적 관심이 쏠린 부분은 '조직 개편'이다. 개혁안을 촉발시킨 발원점은 임직원들의 대규모 투기 사태였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사익 취득 행위가 만연했던 모럴 해저드를 교정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같은 업무 관행을 가능케 한 원천인 LH의 방대한 권한과 기능을 수술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치권은 LH 조직을 '해체 수준'으로 개편하겠다고 했다.사태 발생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정부가 내놓은 개편안엔 다소 파격적인 안이 들어있었다. LH 전체 인력을 2단계에 걸쳐 20% 이상 감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약 1만명 규모인 전체 직원 중 2000명 가량을 정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구상안은 '용두사미'로 끝난 모양새다.
◇모자(母子)회사 형태 개편, 진통만 거듭하다 무산
개편안에는 LH 가진 핵심 기능을 분리해 권한 집중을 막겠다는 구상이 포함됐다. 여기서 나온 개념이 LH를 모자(母子)회사 형태로 재배치하겠다는 내용이다. 공공성이 중시되는 주거복지부문을 따로 떼내어 모회사로 두고 개발사업 성격이 강한 토지부문과 주택부문을 분리해 그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방식이다.
주거복지부문 회사만으론 적자 가능성이 크지만 자체 수익 창출이 가능한 토지·주택부문을 자회사로 두면서 배당 등으로 자금 보전을 받을 수 있는 구상안이었다. 이와 함께 토지부문과 주택·주거부문을 병렬분리하는 방안과 주거부문과 토지·주택부문을 병렬분리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모·자회사 개혁 방안은 진통을 거듭하고 논란을 키웠다. 연간 조단위 규모로 발생하는 주거복지부문 공공임대주택 적자를 메우기에 안정적인 방안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예상치 못한 변수로 적시에 충분한 규모의 배당을 시행하지 못하면 주거복지 기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었다.
자회사의 개발사업을 통한 이익이 충분치 않을 경우 배당 재원 자체가 줄어든다는 리스크도 있었다. 병렬구조로 분리한다는 다른 대안들 역시 실효성 여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여전하다.
그나마 약속했던 인력 감축은 일부 이뤄졌다. 다만 기존 거론됐던 방식에서는 한참 벗어난 개편이 됐다.
혁신안 이행이 늦춰짐에 따른 비난 여론을 의식한 LH는 자구안격으로 자체 개편안을 내놨다. 연초 자체 인사 이동과 맞물려 큰 폭의 조직 슬림화와 인력 감축에 초점을 맞췄다. 이때 1급부서장의 80%를 교체하고 조직 외형의 축소가 일부 이뤄졌다. 본사 9개 본부가 6개로 축소됐고 업무중복이 있는 일부 처와 실이 통합됐다.
하지만 비판 여론을 완전히 잠재우기엔 부족했다. LH의 문제의 본질은 비대한 조직구조에서 비롯된 방만 경영과 기능의 집중에서 오는 모럴해저드인데 일부 조직 통폐합식의 잔가지 치기 만으론 이를 해소할 수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조직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부서장만 교체하는 일회성 인사 역시 문제의 본질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부 개혁안에 따라 1차로 1000여명을 감축하겠다는 지난해 인력 계획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공공기관 공시에 따르면 LH의 지난해 임직원 총계는 8979명이다. 전년도 9683명 대비 약 700명 줄어든 수치로 당초 감축 계획 규모여던 1000명에 못 미친다. 올해 1분기말 기준으로는 8991명으로 올해 들어서는 인원이 오히려 늘었다.
사실 대규모 인력 감축은 애초부터 강하게 밀어붙이기에 무리가 따르는 계획이었다. LH의 인력 운용은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 및 근로기준법에 따른다.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일회성으로 크게 늘리거나 줄이기 힘든 항목이다. 지난해 이뤄진 700명 수준 인력 감소 역시 상당수가 퇴직자 등에 따른 자연 감소분이었다. 여기에 신규 채용을 일시적으로 줄이면서 상당 수준의 감축이 이뤄진 것처럼 보였지만 일종의 '착시효과'에 불과해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인 경상남도 및 진주시가 신규 채용 유지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지난해 채용하지 못한 정규직 채용이 올해 다시 시작됐다. 결국 인원은 예전처럼 다시 늘기 시작했다. 조직슬림화 및 인력감축 계획은 1년이 채 안돼 흐지부지된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보여주기식 조직 축소 및 인력 감축 보단 조직 내 의사결정 구조나 업무 관행 개선을 이룰 수 있는 본질적 개혁이 더 시급하다"며 "구조적 개편 없는 외형 축소만으론 LH가 기존 수행했던 긍정적 기능까지 훼손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새로 취임한 원희룡 장관이 기존 개혁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부정적 여론을 감안한다면 이 조직을 그대로 두는 것도 쉽지 않다. LH 조직개편을 두고 새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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