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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하이엔드 브랜드]두산에너빌리티 트리마제, '원 히트 원더' 우려지방 사업지 다수, 생활형숙박시설·오피스텔 등까지 확대

전기룡 기자공개 2022-06-23 08:02:31

[편집자주]

하이엔드 브랜드의 상징성이 점차 퇴색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분양가가 책정되거나 강남 같은 특정 지역에만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해왔다. '꿈의 아파트'로 여겨졌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치열해진 경쟁 탓에 '자격 미달'인 아파트에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남발하는 사례가 많다. 주요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처한 상황은 어떤지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7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하이엔드 브랜드 '트리마제'는 평판 조사에서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트리마제란 이름으로 준공된 단지가 한 곳뿐이지만 지역 집값을 주도하는 대장 아파트인 덕에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표 단지를 제외하고 경남 양산이나 전남 순천과 같은 지방 분양이 늘어난 영향이다. 서울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현장이 존재하지만 '고급' 오피스텔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떨어진다.

트리마제가 하이엔드 브랜드로서 자칫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로 남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순탄하지 않았던 과정에도 하이엔드 브랜드 '자리매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트리마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프로젝트 D'라는 이름으로 진행했던 사업이다. 그룹을 상징하는 알파벳 D가 들어간 만큼 처음부터 두산에너빌리티가 사업 전반을 진두진휘한 것 같지만 사실 초창기 기반을 다진 곳은 지역주택조합인 '성수1주택조합(이하 조합)'이었다.

조합은 2007년 분양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시행사에 남경아이종합개발을, 시공사에 두산에너빌리티를 각각 선정했다. 이후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추진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발족되면서 50층대 아파트 4동을 짓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순탄할 것으로 여겨졌던 사업이지만 지나친 기대감에 땅값이 치솟아 사업부지 확보에 애를 먹기 시작했다.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조합원을 추가 모집하는 과정에서 일정도 지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위기까지 발발하자 시행사는 결국 부도 수순을 밟게 됐다.

시행사의 부도로 채권단은 사업부지를 공매에 내놨다. 이에 조합은 특수목적회사(SPC)인 한강숲제일·이·삼차를 통해 360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신용보강을 통해 A2의 신용등급을 받았다. 이 중 3049억원이 공매에 나온 사업부지를 매입하는데 쓰여졌다.

사업이 재개됐지만 이번에는 조합과 두산에너빌리티간의 갈등이 발생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사업이 지연됐다는 이유로 조합에 추가 분담금을 요구한 것이다. 갈등이 봉합되지 않자 결국 두산에너빌리티는 2012년 보증섰던 금액 3600억원을 직접 상환하고 사업 자체를 인수했다.

이후 두산에너빌리티는 하이엔드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하이엔드 브랜드로서 트리마제가 처음 등장한 것도 이맘때이다. 36류(건설분양업)와 37류(주택건설업)에 대한 상표권 등록도 2014년 말 마무리하며 분양 준비를 마쳤다.

하이엔드 아파트답게 호텔식 주거서비스와 특화 커뮤니티 시설을 도입했다. 청약 결과 688가구 모집에 27명을 모집하는데 그쳤지만 VIP 위주로 청약통장 없이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는 4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그 결과 고분양가 논란에도 입주 시점에는 완판에 성공할 수 있었다.

트리마제는 현재도 서울 집값을 주도하는 대장 아파트로 꼽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트리마제 전용 152㎡형은 지난달 65억원(25층)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찍었다. 같은 주택형 분양가가 25억~27억원이었다는 점에 미루어 최대 40억원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지방 위주의 사업지 선정…생활형 숙박시설·오피스텔에도 적용

트리마제는 브랜드 평판조사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는 지난달 7개 하이엔드 브랜드를 대상으로 진행한 평판조사에서 트리마제가 현대건설 '디에이치'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온전히 성수동 소재의 트리마제를 통해 확보한 인지도다.

이와 달리 최근 들어서는 트리마제의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트리마제가 더 이상 하이엔드 브랜드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성공적이었던 첫 분양 이후 차기 사업지로 경남 양산과 전남 여수·순천 등을 낙점했기 때문이다. 준강남권이나 한강변에 집중하는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와는 차이가 있다.

건축비면에서도 특이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두산에너빌리티가 2019년 '두산위브'를 달고 분양한 '등촌 두산위브 주상복합'은 156가구에 대한 3.3㎡당 건축비로 1610만원을 책정했다. 반면 2021년 분양한 '트리마제 양산1단지'의 3.3㎡당 건축비는 1523만원정도였다.

가장 최근에 분양한 '트리마제 순천1단지'는 3.3㎡당 건축비가 이보다도 낮은 1003만원에 불과했다. 근린생활시설이 별도 분양대상이기는 하지만 여타 하이엔드 브랜드가 3.3㎡당 건축비로 1600만~2000만원을 책정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트리마제를 적용하는 범주도 넓어졌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전남 여수에 공급하는 '웅천 트리마제 벨리제'는 344실 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이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건설 중인 '바이 트리마제' 역시 고급이지만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텔로 알려졌다.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를 생활형 숙박시설이나 오피스텔 등에 도입하는 것은 업계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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