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우량기업 리뷰]한양디지텍, '이유 있는' 차남 승계 구도②김형육 회장, 김윤상 대표에 120만주 증여…장남은 문화예술플랫폼 '피크닉' 운영
구혜린 기자공개 2022-07-19 07:59:18
[편집자주]
매년 5월이면 코스닥 상장사들의 소속부 변경 공시가 쏟아진다. 2022년 5월 기준 전체 1554개 코스닥 상장사 중 442개사(28%)가 우량기업부에 이름을 올렸다. 71개사가 우량기업부로 승격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를 우량기업부, 벤처기업부, 중견기업부, 기술성장기업부로 분류하고 있다. 기업규모, 재무요건 등을 충족한 기업만 우량기업부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심사 기준 외에 우량기업부에 소속된 개별 기업들의 면면은 드러나지 않는다. 더벨은 새롭게 우량기업부 타이틀을 거머쥔 기업들의 사업, 재무, 지배구조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4일 10: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양디지텍이 차남 승계 구도를 굳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창업주인 김형육 회장은 지난해 120만주를 차남에게 증여하면서 2세 승계 밑그림을 그렸다. 장남이 반도체 사업과 무관한 문화예술사업에 두각을 드러내고 있어 상속 역시 자연스레 차남에게 기운 것으로 보인다.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형육 한양디지텍 회장과 특수관계자 7인은 올해 3월 말 기준 한양디지텍 지분 53.35%(813만4157주)를 확보하고 있다. 창업주인 김 회장이 배우자와 두 아들, 손자 등의 우호지분을 포함해 과반이 넘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한양디지텍은 최근 차남승계 구도를 굳혔다. 김형육 회장이 지난해 7월 차남인 김윤상 한양디지텍 각자대표에게 120만주를 증여하면서 이같은 구도가 형성됐다. 올해 3월 말 기준 김윤상 대표는 한양디지텍 지분 13.20%(201만2335주)를, 장남인 김범상 한양디지텍 부사장은 4.81%(73만2873주)를 보유 중이다.
김 회장이 자녀에 주식을 증여한 건 이번이 최초다. 김 회장은 1988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한양엔지니어링(현 한양이엔지)을 설립한 그는 한양이엔지 공동대표, 한양디지텍 각자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다만 올해 만 77세인 나이를 고려해 2세 상속의 적절한 시점을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차남인 김윤상 대표는 일찍부터 경영수업을 받았다. 삼성반도체 출신 창업자인 아버지의 이력과 마찬가지로 김 대표도 2008년까지 삼성전자에서 근무하고 한양디지텍에 합류,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쳐 2014년 3월 대표로 선임됐다. 한양디지텍은 삼성전자 향 매출비중이 91%를 차지할 만큼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다.
차남 승계 구도가 형성된 건 한양이엔지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한양이엔지 지배구조 역시 김 회장의 막강한 지배력(지분율 29.04%)을 차남(3.93%), 장남(2.39%)이 각각 뒤따르고 있다. 한양디지텍은 2004년 한양이엔지의 메모리모듈 사업부가 인적분할해 만들어진 업체다. 현재 지분관계로 얽히지 않았으나, 김 회장을 지배구조 정점에 둔 기업집단으로 묶여 있다.
통상 장남에 모회사, 차남에 자회사를 물려주는 공식을 따르지 않고 있는 셈이다. 장남인 김범상 부사장은 차남보다 한양디지텍 입사(2015년)가 늦었다. 또한 현재 한양이엔지에서는 사장을 맡고 있어 차남(한양이엔지 부사장) 대비 직급이 높지만, 사내이사로 경영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차남과 달리 대외협력 담당 미등기이사로 등재돼 있을 뿐이다.
장남인 김범상 부사장은 반도체 사업과는 무관한 길을 걷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한 그는 국내에서 음악과 공간을 기반으로 한 전시를 다수 선보인 기획자다. 2014년 5월에는 부동산 컨설팅, 건축 및 전시기획업체인 글린트를 설립했다. 그가 한양디지텍 이사로 이름을 올리기 약 1년 전이다.
피크닉 플랫폼으로 명성도 얻었다. 글린트는 2018년 서울 후암동에 복합예술공간인 피크닉을 세웠다. 일본의 유명 아티스트인 류이치 사카모토 전시로 초기부터 유명세를 얻은 피크닉은 영화 제작·배급·상영, 문구용품 판매, 출판기획, 세미나 및 강좌 주관업 등 사업 영역을 확대, 현재는 단순 전시 공간이 아닌 문화예술 플랫폼을 자처하고 있다.
한양이엔지에서 대외협력을 맡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김범상 부사장이 한양이엔지에 합류한 것은 김윤상 대표와 동일한 2001년이다. 김범상 부사장 역시 입사 후 경영지원을 담당했으나, 올해부터 대외협력으로 담당 역할이 변경됐다. 장남의 주력 사업영역이 반도체와 무관하다 보니 2세 구도가 차남 승계로 굳혀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양디지텍 관계자는 "글린트는 김범상 부사장 운영 회사라 한양이엔지 및 한양디지텍 기업집단으로 묶여 있다"며 "한양디지텍에도 정상출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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