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리스크, 상사는 지금]러시아와 거리둔 현대코퍼, 신사업 발굴 '속도'⑦러시아 사업, 전체 매출 비중에서 1% 내외 차지
이호준 기자공개 2022-07-19 08:07:59
[편집자주]
종합상사는 사업 지역이 전세계인 만큼 글로벌 환경에 민감하다.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문제가 글로벌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질수록 상사업계도 이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대응책을 수립한다. 올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국제 경기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사업계의 상황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4일 16시3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2년은 현대코퍼레이션에게 호재가 이어지는 한 해다. 코로나 영향을 받아 온 물동량은 이전보다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국제 사회가 러시아산 철강 수입을 금지함에 따라 수출이 확대되기도 했다. 유가상승으로 인해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상승한 점도 회사의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약 6조원이다.수익성이 개선된 틈을 타 회사는 재도약 준비에 한창이다. 계열 분리 이후 자금관리 등의 요인으로 사업다각화에 대응할 여력이 없었지만, 회사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만큼 더 먼 미래를 준비할 역량도 자연스럽게 확보됐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올해 초 모빌리티와 친환경 관련 사업을 정관 사업목적에 추가한 데 이어, 최근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세우고 신규사업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코퍼의 비결 '러시아와 트레이딩 거리두기'
상처는 교훈이 됐다. 현대코퍼레이션은 변압기 등 전력기자재를 러시아에 수출해 왔으나 2010년대 들어 갑작스런 루블화 폭락 영향으로 물품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상처가 있다. 러시아 리스크를 인식한 뒤부터는 전력기자재 수출 사업을 완전히 중단했다. 이후 러시아와 거리를 두면서 다른 국가들로 고객 다변화를 모색했데 이는 회사가 이번 전쟁 여파에 크게 휩쓸리지 않게 된 비결이 됐다.
아직 완전히 관계가 끊어진 건 아니다. 지금도 현대중공업이 선박이나 선박용 블록을 제작하면 현대코퍼레이션은 수주와 운송을 도우며 수수료를 챙기는 상황이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신규 발주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연스럽게 회사 수익에 빈 부분이 생기겠지만 이것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내외에 불과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선박 발주를 넣지 않거나 조금씩 지연시키는 등의 변화는 있다"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타격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오히려 반등의 기회를 제공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코로나 영향으로 해상 물류대란이 지속되며 매출이 감소하는 결과를 얻었다. 회사의 2020년과 2021년 매출은 각각 2조8808억원, 3조7820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팬데믹 발발 이전인 2019년 매출이 4조2633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급격하게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원자재가격 상승이 수익성에는 효자가 됐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엔 톤(t)당 100달러를 넘지 않았던 철광석 가격은 중국의 철강 생산 조절 영향으로 200달러를 넘었다. 이후 다시 100달러 밑으로 내려갔던 철광석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160달러를 기록했다. 현재는 120달러 수준이다. 원자재 값이 오르며 판매가가 상승해 회사의 수익성도 제고됐다는 설명이다.
러시아산 철광석 수요를 현대코퍼레이션이 흡수한 것도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국제 사회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산 철강 수입을 금지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해외 곳곳에 확보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철광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수익을 올렸다. 올 1분기 현대코퍼레이션의 매출액은 1조2535억원, 영업이익은 142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각각 66%, 102% 증가했다.

◇수익 창출력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
다른 종합상사와 비교하면 아쉬움은 남아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국내 종합상사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가장 낮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1.72%, LX인터내셔널 3.93%, 삼성물산 3.5% 효성티앤씨 16.56%, GS글로벌 1.01% 수준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0.93%에 불과하다.
트레이딩(무역) 비중이 거의 대부분인 사업 구조 때문이다. 대규모 상품의 매출 및 매입을 기반으로 하는 종합상사들은 다른 업종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낮다. 중개를 통해 수수료를 챙기는 것 말고는 수익 모델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해상 운임이나 각종 운전 비용을 감안하면 종합상사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그리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대코퍼레이션 역시 이같은 지점을 인식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철강, 승용부품, 상용에너지, 기계선박, 석유화학 등의 제품을 중개 판매하며 수익을 얻는다. 여기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철강과 석유화학 부문(둘이 합쳐 전체 70%)이다. 자원 사업을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영위하고 있지만 사업보고서 상 기타 부문으로 분류될 정도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상황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수익 창출력 제고를 위해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올해 3월 △신기술사업회사 및 벤처캐피털 등에 대한 투자 및 관련사업 △폐자원을 활용한 친환경 리사이클 사업 및 관련 사업 등을 정관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신규사업이 구체화 되면 회사의 수익 모델은 지금보다 탄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올해 4월 약 110억원을 출자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프롤로그벤처스를 설립했다. 현대코퍼레이션과 지주사인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가 각각 지분 81.8%, 18.2%를 보유했다. 최근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 라이선스를 획득한 프롤로그벤처스는 향후 신기술 관련 기업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에서 계열분리된 후 리스크 관리 강화 등으로 대규모 M&A는 신중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었다"라면서 "강소 기업들 위주로 투자하면서 확실한 성과를 내면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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