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KT그룹, OTT 빠진 자체 미디어 밸류체인 득실은 미래 플랫폼 수익 놓쳐, 강력한 채널 '선택과 집중'…IPO 통한 밸류 제고 유리 판단

이장준 기자공개 2022-07-19 10:56:31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5일 08: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티빙이 KT시즌을 흡수합병키로 하면서 KT그룹의 미디어 전략 변화에 눈길이 쏠린다. 그동안 원천 지식재산권(IP) 확보부터 콘텐츠 유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 미디어·콘텐츠 밸류체인을 구축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었다.

가장 중요한 채널로 부상 중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계열사를 여기서 제외한 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해석된다. OTT 시장 특성상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고 후발주자인 시즌이 확고한 입지를 다질 때까지 비용을 투입하는 게 부담이 됐으리란 관측이다. 이로써 추후 OTT 플랫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놓치게 됐다.

대신 티빙이라는 강력한 채널을 확보하면서 KT의 콘텐츠를 보여줄 기회는 더 커질 전망이다. 애초에 미디어 사업에 힘을 실은 것도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였다.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계열사 입장에서 국내 미디어 톱인 CJ ENM과 끈끈한 동맹관계를 보여주는 편이 밸류에이션을 높이는 데 유리할 수 있다.

◇미디어 밸류체인 전략 가동…변수가 된 OTT

KT는 14일 CJ ENM과 국내 OTT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시즌과 티빙의 통합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티빙이 존속법인으로 남고 KT시즌이 흡수된다. 합병기일은 올해 12월 1일이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OTT 사업의 시너지를 강화하고 성장 가속화 기회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KT그룹은 구현모 대표 취임 이후 미디어 콘텐츠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관련 계열사를 한데 모으는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 작업을 진행했다. 작년 3월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를 만들고 산하에 유사한 성격을 지닌 계열사들을 배치했다.

미디어 사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에서 비롯됐다. KT그룹은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전체 유료방송 시장점유율(M/S) 35.58%를 KT그룹 계열사들이 차지했다.

밸류체인에서 KT스튜디오지니는 콘텐츠 전문 투자·제작·유통을 담당한다. 스토리위즈가 보유한 웹툰이나 웹소설 등 원천 IP는 드라마, 예능, 영화 등으로 확장하는 데 활용한다. 이들 콘텐츠는 스카이라이프와 KT의 IPTV 서비스 '올레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HCN 등 채널에서 1, 2차 판권을 유통한다.

이후에는 KT알파나 OTT 시즌을 통해 국내외 후속 판권 유통을 진행하고 지니뮤직과 밀리의서재를 통해 콘텐츠 부가가치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KT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얹어 흥행예측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그런데 OTT가 변수가 됐다. 시즌은 지난해 별도법인으로 분사해 출범한 업계 후발주자다. KT에 소속돼 있던 2018년부터 꾸준히 140여개 타이틀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였다. 올 3월 론칭한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비행'은 공개 직후 시즌 이용권 신규 가입자가 약 2배 늘어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용자 지표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시즌의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157만명을 기록했다. 넷플릭스(1117만명), 웨이브(423만명), 티빙(402만명)은 물론 쿠팡플레이(373만명), 디즈니플러스(166만명)에도 밀렸다.

OTT 산업 특성상 당분간 출혈경쟁이 불가피한데 글로벌 사업자 등과 싸움에서 시즌이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독자노선을 택하기보다 동맹을 맺는 방식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KT시즌은 출범 1년 만에 다시금 사라지게 됐다. KT가 시즌을 그대로 키웠을 경우 향후 발생할 플랫폼 수익 역시 내려놓았다.

대신 시즌과 티빙이 통합하면 일부 중복 고객을 제외해도 MAU 기준 국내 톱 OTT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곧 더 많은 고객에게 KT의 콘텐츠를 보여줄 기회도 열린다는 의미다. 티빙이 이미 경쟁력 있는 플랫폼인 만큼 KT의 미디어 사업을 보다 빨리 키울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OTT 시장 흐름 자체가 홀로 살아남기 힘들고 힘을 합쳐 빨리 성장해야 글로벌 사업자에 대항할 수 있다"며 "콘텐츠 투자에도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데 OTT까지 끌고 가기엔 부담이 크고 CJ ENM 측과 시너지도 고려해 합병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IPO 준비 중인 KT 미디어 계열사, CJ ENM과 동맹 빛 발할까

KT가 미디어 전략을 일부 수정한 건 밸류 제고 차원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 애초에 미디어 사업을 키운 것도 그동안 통신업에 가려져 높은 성장성을 지닌 사업들의 밸류에이션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미디어 계열사들이 중장기적으로 IPO를 예고한 상황이다. KT그룹 미디어·콘텐츠 밸류체인의 구심점인 KT스튜디오지니를 비롯해 전자책 1위 사업자 밀리의서재, '강철부대'와 '나는SOLO' 등 콘텐츠 제작 역량을 보여준 스카이라이프TV 등 3곳이 해당한다. 이미 밀리의서재는 5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미디어 부문 톱티어 사업자인 CJ ENM 측과 서로 지분을 교환하며 동맹 관계를 공고히 할 경우 단순히 KT그룹 내에서만 시너지를 보여주는 것보다 확장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KT스튜디오지니는 CJ ENM과 함께 콘텐츠 제작단계부터 원천 IP를 활용해 공동 제작에 나서고 글로벌 진출에 나설 예정이다. 또 KT스튜디오지니가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가운데 일부를 tvN과 티빙 등 채널에 공급하게 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