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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기관영업 지각변동]여전한 강자 우리은행, '100년 세월 어디 안간다'①서울시금고 이별 후 4년 선전…공공기관 MS 1위, 서울시 내 구청·대학·병원 입지 공고

김현정 기자공개 2022-09-05 08:01:07

[편집자주]

‘뺏고 빼앗기고’ 시중은행들의 기관영업 전쟁이 치열하다. 철옹성이 무너지는가 하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기도 하다. 주요 기관의 주거래은행이 되면 안정적으로 예금을 유치하고 새로운 영업 기회를 창출한다. 지금과 같은 금리인상기에는 수익성에도 보탬이 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더벨은 기관 유치를 둘러싼 시중은행들의 각축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2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8년 서울시금고가 우리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넘어갔을 때 은행권 충격은 적잖았다. 104년 서울시금고 은행이라는 우리은행의 상징성이 워낙 컸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현재 우리은행은 시장에서 여전한 정통 기관영업 강자로 통한다. 서울시금고를 빼앗긴 아픔은 컸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고 다른 사업 확장에 골몰했다. 유동성·수익성 측면에서도 시금고 공백을 말끔히 메운 지 오래다.

국민연금공단을 비롯, 공공기관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이는 한편 법원 등으로도 영역을 확대해 왔다. 기획재정부 지정 공공기관 주거래은행에서 우리은행이 단연코 1위 사업자다. 서울시금고를 100년 넘게 운영해온 저력도 어디 가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한 서울시 내 구청·대학·병원 기반 역시 여전히 공고하다.

◇서울시금고 이별 그리고 4년...유동성·수익성 이상無

우리은행은 1899년 황실자금(내탕금)을 지원받아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이 모태다. 100년 넘는 역사 속에서 한국 경제의 흥망을 함께 한 국내 대표적 토종은행으로 꼽힌다.

우리은행이 서울시금고를 맡게 된 것도 역사의 한 줄기에 있다. 1915년 경성부였던 서울시는 조선경성은행에 금고 운영을 맡겼다. 조선경성은행이 상업은행으로, 상업은행이 우리은행으로 이어지면서 우리은행은 104년 동안 서울시금고지기 명맥을 지켜왔다.

2018년 5월 서울시금고 주거래은행에 신한은행이 선정되면서 우리은행의 100년 넘는 독점체제가 깨졌다. 우리은행의 확고한 지위를 깨뜨리기 위해 신한은행이 거액의 출연금이라는 승부수를 던졌고 서울시는 신한은행에 기회를 줬다. 당시 우리은행에 서울시금고가 갖는 상징성이 워낙 컸기 때문에 시중은행 기관영업 판도에 큰 흐름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난무했다.

우리은행은 즉각 서울시금고 사업이 빠진 뒤 유동성과 수익성 등을 체크했고 은행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방법을 취했다. 서울시금고가 45조원 규모라지만 은행에 남는 실질적인 평균잔액은 5조원 가량이다. 금융기관 등을 통해 5조원 정도의 조달루트 확보는 전혀 무리가 가지 않는 작업이었고 그간 실제 문제가 생긴 일도 없었다.

2019년부터 금리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갔던 것도 나름 긍정적이었다. 2018년 서울시금고 입찰전이 있을 때만 해도 은행들은 금리인상론에 발맞춘 금리를 써냈는데 2019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시 예금 중 공공예금은 고정금리로 계약돼있는 만큼 주거래은행은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계약된 높은 금리로 예금 이자를 줘야 한다. 당시엔 신한은행이 서울시금고로 손실을 입은 이유다. 반대로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금고사업에서 빠지게 됐지만 수익성으로는 타격이 없었다.


◇공공기관 MS 1위 우리은행, 기관 수 꾸준히 증대

우리은행은 자타공인 공공기관 주거래은행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다. 기획재정부 지정 공공기관이 총 350개가 있는데 이 중 우리은행이 120개 정도에 주거래은행으로 들어가 있다. 점유율 43%가량으로 단연코 압도적이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들 중 최대 규모라는 데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대신 내부적으로 점유율을 꾸준히 더욱 확대하고 있다는 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3년 전인 2019년 8월 말 기준 기획재정부 지정 공공기관 총 338개 가운데 우리은행이 106개 기관의 주거래은행이었는데 그 때보다 규모가 더 증가했다. 공공기관이 늘어난 수만큼 우리은행이 족족 주거래은행을 가져왔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공공기관 거래는 은행과 공공기관 사이 윈윈(win-win)이 되는 사업이다. 결제·자금관리 서비스를 해주면서 은행은 대부분 요구불예금을 받게 된다. 저금리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은행 경영에 보탬이 된다. 우리은행이 공공기관 사업에 집중한 이유기도 하다.

우리은행이 공공기관을 대다수 섭렵한 배경은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기에 입지를 제대로 다진 데 있다. 2010~2016년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진행되면서 은행들의 공공기관 주거래은행 쟁탈전이 치열했다. 매년 체육대회 행사에 수천만원의 협찬금을 내겠다거나, 여름휴가에 은행이 보유한 콘도를 무상 제공하겠다는 등 이색 제의가 난무했다.

우리은행은 공공기관에 필요한 IT 시스템 구축 및 당시 기관들이 필요했던 복지 혜택 등을 내걸어 시장 선점에 성공했다. 지방이전 전에 공공기관은 사실상 NH농협은행이 잡고 있었는데 우리은행이 승기를 쥐게 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350개 공공기관들마다 니즈가 달라서 맞춤형이 돼야 한다”며 “공공기관 경험이 수십년 풍부한 만큼 아이디어도 많고 중요한 시기 매진했던 게 지금의 입지 확보에 주효했다”고 말했다.


◇태초에 비옥한 텃밭, 서울시금고 100년으로 구청·대학·병원 싹쓸이

서울시금고지기 타이틀은 떠났지만 104년간 경험과 그간 다진 성과들은 남아있다. 우리은행은 서울시 금고를 하면서 서울시 내 구청과 대학, 병원 등 기반을 촘촘히 다져놓았다.

현재 서울시 내 구청 금고를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은행은 역시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20개구에서 1금고 18개, 2금고 4개 등 총 22개를 운영하고 있다. 과거 서울시금고를 104년 운영해온 우리은행이 자연스레 구금고까지 맡게 됐었다. 과거에는 서울시금고와 25개구의 금고를 모두 독점한 적도 있다.

신한은행은 현재 6개 금고(1금고 5개·2금고 1개), KB국민은행이 3개 금고(1금고 2개·2금고 1개)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하나은행은 없다. 2018년 서울시 1금고를 신한은행이 가져간 큰 변화 속에서 우리은행이 금고 사수에 선전했다.


서울시 내 대학도 가장 많이 진출해 있다. 대학 기관영업은 젊은 고객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어 지자체 금고나 공공기관 못지않게 중요하다. 생애 라이프 주기를 봤을 때 대학생 고객이 평생 고객으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국외대, 카톨릭대, 중앙대, 한국시립대, 단국대, 국민대 등 수도권 내 주요 대학들의 주거래은행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는 자연스레 대학병원으로도 이어진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성모병원, 단국대병원 등이 대학에 이어 우리은행과 주거래를 맺고 있다.

같은 관계자는 “서울시 내 주요 기관들은 우리은행과 인연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우리은행은 기관영업을 단순히 수익을 내는 사업을 넘어, 새로운 영업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연결고리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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