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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기관영업 지각변동]우리은행에 하반기는 수확의 계절…일년 농사 '판가름'②국민연금공단·구금고 수성 '의지', 산자부 RCMS도 '쏠쏠'…'개인·기관그룹' 통합 시너지 기대

김현정 기자공개 2022-09-06 08:00:24

[편집자주]

‘뺏고 빼앗기고’ 시중은행들의 기관영업 전쟁이 치열하다. 철옹성이 무너지는가 하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기도 하다. 주요 기관의 주거래은행이 되면 안정적으로 예금을 유치하고 새로운 영업 기회를 창출한다. 지금과 같은 금리인상기에는 수익성에도 보탬이 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더벨은 기관 유치를 둘러싼 시중은행들의 각축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2일 10: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 기관영업의 올 한 해 남은 목표는 국민연금공단 수성과 구금고 사수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운용규모 6조원의 산업통산자원부 연구사업비(RCMS) 사업 역시 적극 추진해볼 만하다.

중장기적으로는 100년 이상 자긍심을 갖고 관리했던 서울시금고 사업에 대한 의지도 여전하다. 행정안전부 위택스 도입으로 시스템 우위가 없어질 4년 뒤 ‘시 편의성’만을 다툴 경쟁을 지금부터 준비 중이다.

◇구금고 공격과 방어 사이...‘지키되 늘리자’

현재 가장 많은 구금고를 운영 중인 우리은행은 기존 금고 사수와 추가 금고 확보에 아이디어를 총집결 중이다. 우리은행을 바짝 추격 중인 신한은행이 서울시금고에 이어 구금고 확대에 의지가 강한 만큼 우리은행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내 25개 구청이 올 12월 기존 금고지기 은행들과 계약이 만료되는 가운데 여러 구청들이 입찰 제안서를 받고 있다. 모두 9월 중 제안서를 마무리해 이달 하순부터 10월 중순 쯤엔 25개 구청들의 프레젠테이션(PT)과 금고지기 은행 선정 결과가 모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5월 서울시 1금고가 신한은행에 넘어갔을 때 구금고 모두 신한은행 쪽으로 쓸려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우리은행이 20개구에서 1금고 18개, 2금고 4개 등 총 22개 금고를 따낸 것이다. 신한은행은 5개 구에서 1금고 5개, 2금고 1개 등 총 6개 금고를 얻어냈다.

올해의 경우 서울시 2금고까지 신한은행으로 넘어가며 4년 전과는 또 다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은행이 긴장감을 안고 구금고 사수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서울시금고와 구금고 사이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최근 3~4년 동안 신한은행이 서울시금고를 운영했지만 우리은행이 구금고 운영 상 시스템적 차질을 빚은 일은 없다. 결국 각 구청별로 어느 은행과 합이 잘 맞느냐에 대한 문제인 만큼 우리은행은 구청별 전략 짜기에 힘을 모으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서울시금고 시스템과 구금고 시스템이 별개 시스템이고 특히 추후 행안부 위택스로 지자체 시스템이 모두 통합된다면 구금고 은행에 다른 은행들이 들어와도 된다”며 “구별로 어떤 은행을 선택할 것인가에 달렸으며 서로의 전략과 강점을 살려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서 유리한 고지...산자부 RCMS 금고 은행 ‘적극 검토’

이 밖에 10월 6일 예정된 국민연금공단 주거래은행 프리젠테이션(PT) 발표일도 한 달 남짓 남았다. 국민연금공단은 우리은행이 2017년 신한은행으로부터 빼앗은 사업이다. 이달 15일이 입찰 마감일로 우리은행 외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등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이 4년 6개월가량 기금운용과 연금제도 운영 모두 무난히 수행해온 만큼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게 업계 평이다. 작년 국민연금공단의 업무 중 외화금고은행을 선정하는 공고가 두 차례 유찰됐던 난감한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주거래은행으로서 세 번째 입찰에 단독으로 나서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국민연금공단은 운용규모가 1000조원에 연금 지급액만 해도 40조원이 넘는데 이 자금이 은행을 통하게 돼 있다”며 “우리은행이 공공기관 비중이 가장 높고 탄탄하게 잘 관리해왔기에 국민연금공단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연말경 산업통상자원부의 RCMS(Real-time Cash Management System) 금고 은행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RCMS는 산자부가 2010년 도입한 연구·개발예산 관리시스템이다. 연구예산을 금고에 예치하고, 수행기관이 필요한 연구비를 요청할 때마다 건별로 인출·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산자부의 RCMS 자금 운용규모가 6조원에 이르는 만큼 많은 시중은행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과거 산자부의 RCMS 시스템 개발 은행이었다는 의미가 있다. 산자부가 RCMS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을 때 산자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산업기술평가원과 2010년 협력 개발했었다. 이후 우리은행은 신한·기업은행과 산자부 RCMS 금고은행에 선정돼 운영했지만 2019년에 재입찰 시엔 다시 들어가지 않았다.

당시 산자부에서 금고 은행의 요건으로 ‘펀드 기금 조성’이라는 조건을 새롭게 붙였는데 자본비율 여력 상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은행이 펀드에 기금을 태우면 위험가중자산(RWA)이 높아지게 된다. 올해 말 3년 주기가 돌아옴에 따라 재입찰이 벌어지는데 이번엔 의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RFP에서 세부 요건 등을 확인해 은행 내부 의사결정을 거쳐야 한다.

이렇듯 우리은행은 공공기관, 지자체, 법원 등으로 거침없이 사세를 확장 중이다. 만기가 돌아오면 재입찰을 통해 지위를 이어가고 쏠쏠한 신규 사업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진출한다. 작년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올해 국방기술연구원 등도 굵직한 쾌거다.

우리은행은 여전히 서울시금고에도 애정을 놓지 않고 있다. 104년 동안 주거래은행이었던 만큼 어느 곳보다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하다고 자부한다. 4년 뒤 입찰도 벌써부터 준비 중이다.

같은 관계자는 "이제 행안부 위택스를 지자체에서 동일하게 쓰는 만큼 시스템에 우위가 사라지는 시기가 온다"며 "4년 뒤 입찰에서는 시의 이용편의성, 시민을 위한 혜택 등에서 진검승부를 가리게 될 것이고 4년 동안 잘 준비해서 타행들을 압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기관 통합된 ‘개인/기관그룹’...본부 신설, 기관영업 집중 '의지'

우리은행은 기관그룹이 별도로 있는 타행과 다르게 개인그룹과 기관그룹이 통합된 ‘개인/기관그룹’에서 기관영업을 담당한다. 현재 박완식 부행장이 그룹장을 맡고 있다.

지난 7월 하반기 조직개편에서는 개인/기관그룹 내 ‘기관공금고객본부’가 신설됐다. 기관공금고객, 연기금 및 공제회 대상 영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핵심기관의 주거래은행 재유치 준비와 정부정책사업 및 지자체 연계 기관 유치 등을 통한 영업기회 발굴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였다.

기관공금고객본부 아래엔 두 개 부서가 놓여있다. 기관공금고객부와 연기금고객부다. 기관이 의미하는 건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공금이 상징하는 건 지방자치단체와 법원 등이다. 연기금고객부는 국민연금공단을 포함한 연금기관, 기금관련기관, 주요 공제회 등을 담당한다. 대학과 병원 등은 리테일디지털본부 내 개인고객부에서 도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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