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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4.0 리오프닝]런던 하나은행의 순익 퀀텀점프, 비결엔 '밸런싱'④최근 5년간 탄탄한 성장세 돋보여…IB업무 강화 등 포트폴리오 재편 결실

런던(영국)=한희연 기자공개 2022-10-11 07:30:35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시대에 따라 진화해 왔다.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에 주력하는 3.0 시기를 지냈다. 코로나19를 지내며 변화된 금융 환경 속에선 '리오프닝'이란 이름으로 또 다른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사들이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글로벌 전략과 글로벌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6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장 오래됐다는 것은 이곳 런던시장에선 현재 의미가 없다. 대부분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더 탄탄하게 가느냐가 결국 관건이다"

하나은행 런던지점은 1968년에 개점해 60여년에 가까이 영국 현지에서 영업을 해왔다. 긴 역사를 방증하듯 런던에 있는 한국계 은행중 유일하게 소매금융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최성호 지점장은 역사와 전통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실있는 성장'이라고 유독 강조한다. 이같은 기치 아래 최근 5년새 하나은행 런던지점은 드라마틱한 체질 변화와 성장속도를 보였다.

투자은행(IB) 업무 강화는 최근 변화의 핵심 축이다. 국제금융시장의 중심지인만큼 런던은 매일 크고 작은 딜이 끊임없이 탄생되는 거대한 바다다. 이같은 지리적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IB영업 강화는 나아가야만 하는 길이었다.

선진국 시장에 위치한 한국계 은행 점포들은 기존 지상사 여신제공 위주의 영업에서 현지 IB영업 쪽으로 무게추를 옮겨가고 있다. 하나은행 런던지점 역시 이같은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계획하고 지난 5년간 이를 위한 시스템을 견고히 쌓아 나갔다.

이 결과 지난해 1698만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2018년 1057만 달러에 비하면 3년새 600만 달러 이상 순이익이 증가했다. 자산규모도 2018년 16억6300만 달러에서 2021년엔 25억600만 달러로 10억 달러 가량 늘었다.

올해에도 진행되고 있는 딜들이 많아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말에는 순익 2200만 달러, 자산규모 28억 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 지점장은 "최근 5년간 성장세는 과거 몇십년보다 훨씬 빨랐다"며 "과거 5년간 평균으로 따졌을 때 순익이 두배 이상 뛰었는데 이는 IB중심으로 업무 중심축을 전환했고 채권운용이라는 영역에도 뛰어드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런던지점의 순익 퀀텀점프는 밸런싱있는 포트폴리오 운영의 결과물이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중 한국계와 현지기업 대상의 기업금융 부문은 30%를 기록했다. 인프라와 신재생에너지, 부동산 등 IB여신 이자이익은 30%, 유가증권 운용 등을 통한 운용이익은 20%, 무역금융과 IB 수수료 등을 통한 수수료 이익은 15%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도 균형있는 분포를 자랑한다. 전체 여신잔액은 20억 달러 규모다. 이중 한국계 여신은 8억2000만 달러, 영국 내 여신은 3억1000만 달러, 유럽지역 및 중동, 아프리카 소재 차주 여신은 8억60000만 달러다.

본업인 IB와 기업여신의 최근 증가속도가 매우 가파른 점도 눈에 띈다. 2020년도 신규 취급액은 3억2000만 달러였으나 2021년에는 5억7000만 달러를 신규로 취급했다. 올해 들어 상반기에만 3억7000만 달러의 신규로 취급하며 증가속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2018년 말 런던지점에 IB데스크를 설치했다. IB의 볼륨을 키우려면 전문가를 현지에 앉혀야 한다는 생각에 인수금융 전문가인 박성진 팀장을 파견, 본격적으로 전략을 구체화해 나갔다. 전문인력을 하나 파견했다고 IB딜이 뚝딱 성사될리는 만무했다. 현지 시장에서 주류은행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자원 하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시장 플레이어들을 찾아다니며 네트워킹을 하는 과정에서 신경써야할 것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이를 보완하며 작은 딜부터 하나하나 참여하기 시작했다. 초기 진입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많은 딜에 참여하면서 트랙레코드를 쌓아가는 부분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는 두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새로운 국가에서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섹터의 딜을 익혀 내부적인 역량을 높일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이 첫번째다. 두번때는 시장참여자(스폰서나 대형 주선은행)에게 하나은행이라는 곳이 시장의 레귤러한 참여자로 존재한다는 인식을 각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나은행은 이 과정에서 한가지 철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애썼다. 딜별 참여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시장 참여자들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바로 '하나은행은 사전에 얘기했던 섹터·국가·구조 등의 금융조건(appetit)에 맞는 딜이 주어지면 약속한 기한에 맞춰서 꼭 성사시킨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이는 곧 딜리버리 능력을 의미한다. 지난 3년간 이같은 철칙을 고수하며 한발한발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어느새 하나은행은 현지의 주된 플레이어로 자리잡았고 내부적인 역량도 한단계 더 높아졌다.
하나은행 런던지점 직원들

3년간 초석을 다진 끝에 최근에는 다루는 딜의 범위도 넓어지고 종류도 다양해졌다. 대표적인 게 최근 수행한 디지털인프라 딜이다. 초고속 인터넷환경이 너무나 당연시 되고 있는 국내와 달리 유럽은 통신망 환경 수준이 아직 미미하다. 이같은 환경에서 디지털 인프라 영역의 딜들은 실물자산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인프라 영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유럽 전역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는 광통신망 구축사업(Fiber To The Home) 4건과 스마트 미터(전자식 계량기) 3건 등에 참여했다.

사실 인프라라고 하면 도로, 항만 등을 쉽게 떠올리게 된다. 따라서 디지털인프라 딜의 배경과 속성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런던 IB데스크는 서울의 심사섹션, 인프라팀과 여러차례에 걸쳐 해당주제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금융기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서로간 관점 차이를 좁힐 수 있었다.

이밖에 코로나19로 인한 여파가 상당했던 시기, 한국계 운용사의 유럽 부동산 투자 성사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2020년 말 한국계 운용사가 독일 아마존 물류센터 인수를 추진했는데 이를 주선하고 다른 한국계 은행들과 협력해 성공적으로 클로징 했던 딜이다.

당시 코로나19 상황에서 스폰서는 좋은 가격에 자산을 매입할 기회라고 여겨 해당 자산 투자를 타진했다. 하지만 현지 금융기관들은 잘 모르는 한국계 기관에 좋은 조건의 대출 제공을 꺼리는 상황이었다. 하나은행 런던은 다른 은행들과 협력해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수행, 스폰서의 투자 니즈와 은행들의 딜 성사 성과를 모두 이뤄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카카오게임즈의 네덜란드 법인이 라이온라트 지분을 인수하는 거래에서 인수금융을 제공하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아직 현지은행에게는 인지도 있는 곳이 아니었기에 이들을 대상으로 양호한 조건의 대출을 일으키기엔 쉽지 않았다. 하나은행은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다른 한국계 은행들과 협업해 최적의 금융지원을 이끌어냈다. 이는 한국 상업은행이 국내 투자자의 해외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지원한 사례로도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딜의 차주는 카카오게임즈의 네덜란드법인이었다. 하나은행은 한국계 은행 중 유일하게 네덜란드에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지점은 카카오게임즈와도 긴밀한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를 활용, 하나은행은 한국계 은행을 대표해 현지 대출을 조율하고 실제 자금거래까지 집행하는 대리은행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딜을 성사시켰다.

현재 IB데스크는 설치 당시 파견된 박성진 팀장과 프랑스계 크레딧아그리콜 CIB 임원출신의 경력직원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연말까지 IB 전문인력 2명이 본점에서 추가로 파견되고 현지채용도 늘려나갈 방침이다.

이밖에 본점에서 심사역도 한명 파견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 본점 심사부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다른 현지 시장상황을 100% 이해시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유럽지역 딜을 담당하는 심사역이 파견된다면 심사과정에서도 보다 현지 이해도가 높아지며 딜 처리속도에 더욱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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