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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쇼크' 기억 vs '10조' 일감 수주 텃밭 [다시 뜨는 중동 허와실]사우디아라비아 '네옴' 프로젝트 발표, 연간 성장률 10.2% 기대감

전기룡 기자공개 2022-10-12 13:26:22

[편집자주]

중동시장은 과거 한때 우리 건설사들에게 '수주 텃밭'이었다. 국내 건설업계가 세계에서 수주액 2위로 거듭난 배경에는 중동발 오일머니가 있었다. 그러나 2013년경 저유가 충격으로 인한 '중동 쇼크'가 걷잡을 수 없이 지속되자 국내 상당수 건설사가 현지 부실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그런 중동 시장에서 최근 들어 네옴시티 등 대규모 개발 소식이 들려오자 국내 건설사들이 너도 나도 수주전에 뛰어드는 양상이다. 중동 시장 리스크는 과연 사라진 것일까. 이를 짚어보고 각 건설사별 주요 프로젝트 실황은 어떤지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05일 10: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동 시장은 우리 건설사(建設史)에 있어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해외 수주의 물꼬를 튼 지역이자 과거 한때 전세계 2위 건설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유가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로 과거보다 영향력이나 중요도가 떨어졌다. 2013년 이후 몇 년 동안 저유가가 이어지자 현지 프로젝트를 기수주했던 국내 건설사들 상당수가 엄청난 수준의 '어닝쇼크'를 경험했다. 중동은 '기피 지역' 중 하나가 됐다.

그런 중동 시장이 최근 들어 초미의 관심을 받는 곳으로 재차 부상하고 있다. '네옴시티' 같은 대규모 개발 소식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허울처럼 여겨졌던 중동 지역에서 다시금 실익이 보인다. 다만 과거 리스크 요인도 여전하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 역시 나온다.

◇'수주텃밭' 중동시장…개척기부터 재도약기까지

중동이 처음부터 수주 텃밭이었던 것은 아니다. 해외건설협회는 현대건설이 해외 1호 사업이었던 '태국 파타니~나라티앗 고속도로'를 수주한 시점부터 삼환기업이 '카이바~알울라 고속도로'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한 시점까지를 해외수주 역사의 '개척기'로 보고 있다.

다음 단계인 '확산기'는 1973년 있었던 제1차 석유파동과 맞물린다. 당시 중동에 위치한 산유국들은 석유 자원을 무기화했다. 급격히 오른 원유 생산가격으로 세계 경제가 흔들렸다. 반대로 산유국 입장에서는 석유파동발 경제 호황을 맞아 인프라를 대거 확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삼환기업을 필두로 동아건설(리비아 대수로 공사), 현대건설(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 대우건설(파키스탄 고속도로 공사) 등이 오일머니를 좇아 중동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해외 근로자 중 80% 이상이 중동에서 근무했던 만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했다.

정부도 중동시장의 호황기를 맞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중동경제협력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 산하에는 '중동경제협력실무위원회', 그 아래에는 '중동경제협력 종합전담반'을 두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에는 현지 공관 전담반을 구성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정부 차원의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제1차 석유파동이 발발했을 당시 2406만달러 수준이었던 중동 수주액은 1978년 한때 79억8239만달러까지 급증했다. 1978년 해외시장에서 기록한 전체 수주액이 81억4502만달러로 98%에 해당한다. 사실상 중동시장이 수주 텃밭으로 자리매김한 시점이다.

해외건설의 '성숙기'는 중동시장 붐이 절정에 달하면서 맞이했다. 막대한 오일머니는 대한민국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건설 수출국으로 성장시켰다. 중동에서 기록한 연간 수주액만 100억달러에 달했다. 중동 건설 노동자들은 '산업전사', '열사의 땅에서 흘린 땀방울' 등으로 대접을 받았다.

그랬던 중동시장이지만 공사 발주량이 줄어들면서 '조정기'에 들어갔다. 중동 산유국들이 자국 수주 비중을 늘리기 시작한 것도 이맘때다. 1990년대 들어서는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수주한 규모가 연간 10억달러를 밑돌았다. 전체 해외 수주액도 30억달러선에 형성됐다.

중동시장이 다시 활성화된 시기는 2007년 전후다.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자 플랜트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두바이와 같은 도시에서 주택, 오피스 물량이 쏟아졌다. 이 시기에 중동 수주액은 200억달러를 넘어 2009년 300억달러, 2010년 400억달러를 돌파했다.

2010년대 들어 중동시장은 고저를 반복한다. 그러다 다시 한 번 저유가 사태로 위기를 맞이했다. 삼성엔지니어링 등에서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의 중동발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중동에 치중됐던 수주 포트폴리오가 아시아, 태평양·북미 등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쇠퇴기 걷던 중동 시장, 희석되는 리스크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은 현재 주요 시장 정도로 포지셔닝돼 있다.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개발이 본격화되자 아시아시장 수주액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실제 2016년을 기점으로 아시아시장 수주액(126억달러)이 중동시장(107억달러)을 상회하기 시작했다.

중동시장에 대한 무게감도 점차 줄어들었다. 2019년에는 중동에서 고작 48억달러를 계약하는데 그쳤다. 이때 기록했던 해외 수주액(223억달러)은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아시아시장과 태평양·북미시장 등에서의 선전이 없었다면 200억달러선을 지키기도 힘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다시 한 번 저유가 기조가 터졌다. 2020년 초 두바이유가 배럴당 19달러까지 추락했다. 이후 배럴당 50달러선까지 유가가 회복되기는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여파도 맞물려 주요 프로젝트들의 발주가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자프라 가스 플랜트' 공사의 발주를 취소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프로젝트는 메인 패키지 공사비만 4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자프라 가스 플랜트 외에 기수주 현장에서도 코로나19 이후 공사 진척이 이뤄지지 않아 비용을 감내하는 경우가 상당했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중동시장을 억제하던 요인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가는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으며 코로나19는 이제 일상적인 리스크 수준으로 자리잡았다. 아람코도 지난해 3분기 자프라 가스 플랜트를 포함해 2022년도 500억달러의 자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최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는 또 다른 대형 개발소식을 공개했다. 총 5000억달러에 달하는 네옴 프로젝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네옴시티 내 20억달러 규모의 저수지와 송수관리 프로젝트는 이미 계획 또는 조달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도 올해 4분기 방한을 앞두고 있다. 방한과 동시에 국내 정부와 기업들을 만나 관련 사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미 해외건설협회, 한국수출입은행 등 유관기관과 해외 수주 활성화 방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인 IHS마킷 역시 중동시장이 성장세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IHS마킷은 올해 중동시장이 전년 대비 10.2%가량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북미·태평양시장(11.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전세계 평균(5.0%)보다 두 배가량 높은 성장률이기도 하다.

다만 중동은 구조적으로 유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언제든 리스크가 터질 우려가 있는 시장이다. 유가의 등락에 의해 발주 규모가 바뀐 전례도 여러번이다. 이미 수주한 현장일지라도 저유가 사태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됐던 사례도 있었다.

대외적인 요인으로 인한 리스크도 있다. 일례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원가율에 대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원칙적으로는 공사비 증액과 같은 과정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아랍에미리트·카타르 민법상으로는 원가 상승은 공사비 증액 사유가 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중동에 대한 수주 기대가 크다고 해도 그만큼 리스크를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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