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충격에 재무 안정성 '경고등' [여전사 단기유동성 진단]①회사채 시장 위축에 CP 늘고 단기차입금 확대…차입·부채 만기 매칭 왜곡 우려
이기욱 기자공개 2022-10-24 08:09:48
[편집자주]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의 자금 조달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금리인상과 경기 변동성에 대한 불안감으로 채권 시장이 얼어붙자 수신 기능이 없는 여전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채 외 CP, 단기차입금 등으로 조달 전략을 다양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여전사들의 단기 조달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주요 여전사의 자금 조달 현황과 단기 지급 능력 등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0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연이어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국내 채권 시장의 상황도 급변하고 있다. 올해 초 1.25%였던 기준금리는 3%까지 올랐으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등으로 회사채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는 다른 금융사들에 비해 회사채 시장의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은행이나 저축은행들과는 달리 수신기능이 없어 자금 조달을 대부분 회사채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 카드사들의 회사채 조달 의존도는 70%에 달한다.
회사채 시장 위축은 여전사들의 부채 만기 단기화로 이어지고 있다. 회사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방식으로 조달 수단이 다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 조달 비중 증가는 부채 만기와 금융자산 만기의 불일치를 초래할 수 있어 각 사별 섬세한 조달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들의 1~8월 여전채 발행 실적은 14조548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5조3600억원) 대비 5.3% 감소했으며 할부금융사 역시 같은 기간 33조4185억원으로 31조5233억원으로 5.7% 줄어들었다.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CP발행은 올해 들어 크게 늘어났다. 카드사들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총 17조470억원의 일반CP를 발행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11조50억원) 대비 54.90% 증가한 수치다. 할부금융사도 같은 기간 일반CP 발행이 8조6705억원에서 14조4018억원으로 66.1% 늘어났다.
지난 18일 기준 3년물 회사채(AA-)의 신용 스프레드는 1.6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신용 스프레드는 회사채와 국고채 간의 금리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다. 그 차이가 클수록 시장에서 회사채에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회사채(AA-)의 신용스프레드는 약 0.6%포인트 수준에 불과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동안 발행된 일반 회사채는 총 137조203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41조9818억원) 대비 3.4% 줄어들었다. 8월 한 달 동안 발행된 회사채는 20조5030억원으로 전월(20조5950억원)보다 920억원 감소했다.
발행되는 회사채의 만기 구성도 단기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발행된 회사채는 총 20조5030억원으로 이중 만기가 5년 이상(2조5150억원)인 채권의 비중은 12.27%로 집계됐다. 올해 1~3월까지만해도 그 비중은 17%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같은 시장 분위기에 여전사들은 회사채 대신 CP나 단기 차입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직접 조달이 아닌 차입금 부문에서도 단기 조달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6월말 기준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의 단기차입금 잔액은 6조636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3조2300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전체 조달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2%에서 5.55%로 늘어났다.
할부금융사 역시 단기차입금 잔액은 지난해 6월말 2조9253억원에서 올해 6월말 4조9253억원으로 68.4% 증가했다. 전체 조달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5%에서 5.79%로 1.84%포인트 늘었다.
만기가 짧은 부채들의 비중이 높아질 경우 금융사의 재무 안정성이 저하될 위험이 높아진다. 영업자산의 만기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채의 만기가 단기화될 경우 ALM비율(자산부채관리비율)이 낮아져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ALM비율은 금융자산의 평균만기 대비 차입부채의 평균 만기를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부채의 만기에 여유가 있다는 뜻으로 그만큼 상환에 대한 리스크가 낮아진다. 현재는 금리인상 상단이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 조달을 반복할 경우 이자 비용에 대한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CP발행 등을 늘리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는 조달 다각화 측면에서 유동성 관리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다만 최근 카드사들이 신용판매 이외의 사업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영업 자산의 만기가 과거에 비해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어 자금 조달 전략에 대한 카드, 캐피탈사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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