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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건설사의 험난한 '서울 진출기' [thebell note]

전기룡 기자공개 2022-12-15 07:43:20

이 기사는 2022년 11월 30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역 건설사들에게 있어 '서울'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향토 건설사라는 꼬리표를 지우고 전국구 건설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과거 한 지역 건설사가 서울 수주에 성공하자 회장이 직접 떡을 돌렸다는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다만 기회가 큰 만큼 리스크도 상당하다. 지방에서 손발을 맞췄던 협력업체가 아닌 새로운 회사들과 관계를 터야 한다. 그동안 갈고 닦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기에도 거리감이 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지 않았다면 독이 든 성배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동작협성휴포레 시그니처'가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다. 부산지역 건설사인 협성건설이 시공을, 협성건설의 특수관계자인 청민건설이 시행을 각각 맡은 단지다. 협성건설이 서울에 진출한 제1호 사업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옛 한국광물자원공사 부지를 공매로 사들여 지하 6층~지상 29층, 5개동 규모 복합단지를 지었다. 공동주택은 물론 상업시설 '동작협성휴포레 시그니처 스퀘어'도 함께 마련됐다. 동작협성휴포레 시그니처 스퀘어에는 앵커시설로 롯데시네마의 입점도 이끌어냈다.

초기 사업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공동주택은 2018년 이뤄진 분양에서 169가구 모집에 청약통장 537개가 몰려 3.2대 1의 경쟁률로 완판됐다. 분양 이듬해부터는 협성건설의 주요 도급현장으로서 매출에 일정부분 기여했다.

문제는 공사 말미에 발생했다. 올 4월 말로 예정됐던 공동주택 입주시점이 돌연 한 달가량 미뤄졌다. 사전점검에서는 하자가 속출했다. 협성건설이 공사 중 현장에서 일할 건축기사 등을 채용했다는 점에 미루어 서울 진출을 노리기에 준비가 부족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7월부터는 상가 분양자들의 입주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수도권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가 발목을 잡았다. 부실시공이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상업시설 지하1층에 위치한 많은 호실이 누수 피해를 입었다. 상업시설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수분양자의 승인 없이 시공사가 설계를 변경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현재 비대위는 시행사인 청민건설과 나국운 협성건설 대표를 경찰에 고소·고발한 상태다. 앵커시설이었던 롯데시네마는 폭우 이후 영업 중단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시네마 측은 비대위와 함께 하지 않는 대신 시행사 등에 보험금을 청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보험금 규모는 약 30억원대로 추정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협성건설은 동작협성휴포레 시그니처 시공을 맡았던 2018년 40위였던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올해 99위까지 하락했다. 부산 본사를 찾은 비대위에 잔금 이자를 기존 7%에서 12%로 올리겠다는 강경책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도 직면했다. 서울이라는 상징성을 쫓기에 앞서 충분한 검토과정과 탄탄한 기초 체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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