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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유동성 점검]'두둑한 곳간' 롯데홈쇼핑, 지원여력 충분⑤가용 실탄 1조 육박, 창사 이래 순차입금 마이너스 유지

박동우 기자공개 2022-12-08 08:30:02

[편집자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신소재와 바이오 신사업 진출, 대규모 설비투자, 그리고 롯데건설 지원 등으로 어느 때보다 롯데그룹이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쓰고 있다. 금리 인상과 잇딴 채권시장 이슈에 더해 대규모 지출이 예상된 롯데그룹에 신용평가사들이 일제히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꾸면서 앞으로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오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내부에서 현금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지금, 롯데그룹의 유동성 상태를 THE CFO가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2일 08:0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홈쇼핑(법인명 '우리홈쇼핑')은 곳간이 두둑한 기업이다. 가용 실탄 규모만 1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설립 이래 매년 순차입금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한 덕분에 계열사를 지원할 여력은 충분하다.

다만 본업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현금 창출력은 불안정한 양상이다. 텔레비전(TV) 채널을 활용한 쇼핑 트렌드가 퇴조하고 이커머스(전자상거래)가 호응을 얻은 흐름과 맞물렸다. 롯데홈쇼핑은 모바일 사업에 투자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진적으로 조정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작년 말 별도 기준으로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당기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 등을 더한 유동성 규모는 9571억원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 단기금융상품이다. 7831억원으로, 전체 유동성의 82%를 구성한다.


탄탄한 재무 여력은 그룹 계열사에 자금을 대주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올해 11월 롯데건설에 1000억원을 빌려준 사례가 대표적이다. 7.65%의 이율을 적용하고, 롯데건설이 소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설정했다. 롯데건설은 2023년 2월까지 롯데홈쇼핑으로부터 대여한 실탄을 갚아야 한다.

여윳돈이 일부분 빠져나갔지만 롯데홈쇼핑의 재무 구조가 훼손될 여지는 적다. 빚 부담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차입금은 743억원이다. 자산총계(2조3729억원)의 3.13%에 불과한 금액이다.

순차입금은 2001년 창사 이래 해마다 마이너스 값을 기록했다. 차입금보다 현금이 더 많은 상태를 계속 유지한 셈이다. 작년 말 부채비율은 39.1%로, 2020년 말(49.6%)과 견줘보면 1년새 10.5%포인트(p) 줄었다.


롯데홈쇼핑의 총차입금은 리스부채로 구성됐다. 금융권에서 차입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한 내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렌탈 △롯데정보통신 등 주요 계열사와 건물·차량·IT기기 사용권 계약을 맺으면서 생겨난 채무다. 올해 안에 갚는 유동성리스부채는 103억원이다. 나머지 639억원은 비유동성리스부채로, 상환 만기가 1년을 초과한다.

곳간은 넉넉하지만 본업의 수익성은 둔화되는 모습이다. 영업이익률의 하락세가 방증한다. 2019년 12.2%를 시현했으나 △2020년 11.6% △2021년 9.3%로 내리 줄었다. 매출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비율 역시 같은 기간 14.7%에서 12%로 2.7%p 낮아졌다.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에서 배당금 지급분과 자본적 지출 등을 뺀 값인 잉여현금흐름(FCF)은 기복이 심한 편이다. 2019년 786억원, 2019년 1149억원 등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319억원으로 음전환했다.

FCF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건 NCF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2021년 NCF가 281억원으로 나타났는데, 2020년 수치(1850억원)와 견줘보면 85%나 감소했다. 재고자산 증가, 매입채무 감소 등의 요인과 맞물려 운전자본 부담이 가중된 영향이 한몫했다. 운전자본투자 항목은 2020년만 해도 -234억원이었으나 2021년 들어 750억원으로 집계됐다.


현금을 창출하는 역량이 약화된 배경은 무엇일까. 소비자들의 상품 구매 경로가 TV 채널을 벗어나 모바일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롯데홈쇼핑의 연간 매출에서 TV홈쇼핑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만큼, 상거래 트렌드의 변화가 본업 수익성 저하로 귀결된 건 필연적이었다.

올해 호실적을 달성하기는 녹록지 않다.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 롯데홈쇼핑은 매출 8040억원에 영업이익 800억원을 올렸다. 이익률은 9.9%다. 작년 같은 기간 집계치인 11.1%와 비교하면 1.2%p 낮아졌다.

롯데홈쇼핑도 현금 창출력을 보강할 필요성을 인식한 만큼 모바일 라이브 방송 플랫폼에 투자하는 등 노력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유료방송사업자에 지불하는 송출 수수료 인상 부담, 사법부 판결에 따른 한시적 '새벽 방송' 중단 조치 등의 악재가 켜켜이 쌓였다. 단기간에 수익성을 향상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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