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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LG화학의 투자 역사, 곧 조인트벤처의 역사신사업·신시장 진출 필요 때마다 합작법인 활용...'롯데부터 도레이까지' 파트너사 다양

양도웅 기자공개 2022-12-15 09:53:01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9일 14:2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은 다른 기업과의 공동 투자를 즐겨한다. 구체적으론 합작법인(조인트벤처) 설립이다. 화학 산업의 복잡다단한 밸류체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한 모호한 책임 소재와 의사결정이 빠르지 않다는 단점에도 자본과 거래처 등에서 경쟁력을 빠르게 높일 수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사실상 합작법인 설립을 강제하는 중국 내 합작법인을 제외하면 올해 9월 말 기준 71개에 이르는 LG화학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눈에 띄는 합작법인은 총 5곳이다. 이 가운데 4곳이 최근 2년내 세워졌다. 합작 파트너사들은 국내 경쟁사인 롯데케미칼에서부터 일본 대표 화학 기업 도레이까지 위치를 가리지 않는다.

최근 부쩍 늘었지만 LG화학의 합작법인 역사는 짧지 않다. 1995년 베트남에 세운 가소제 생산 법인인 'VINA Plasticizers Chemical Co.,Ltd'도 합작법인이었다. 가소제는 성형과 가공을 쉽게 하기 위해 플라스틱이나 합성 고무에 첨가하는 물질이다. 단 현재 해당 법인의 지분 51%를 매각할 계획을 세웠다.

(출처=VINA Plasticizers Chemical Company Limited 홈페이지)

◇2005년 롯데와 설립한 '씨텍'...'효자 법인'으로 발돋움

이를 제외하면 2005년 롯데케미칼과 1:1로 공동 투자해 설립한 '씨텍'이 주목된다. 씨텍의 전신은 현대석유화학이었으나 2003년 LG그룹과 롯데그룹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한 뒤 2005년 현재 지배구조 형태로 새롭게 출범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생산시설이 있는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에 산소와 질소, 공업용수 등을 확보해 공급하고 물류 서비스도 제공한다. 양사는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잡음없이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 씨텍이 연간 1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꾸준히 내기 때문이다.

양사는 씨텍으로부터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을 뿐 아니라 매년 적잖은 배당금도 받고 있다. LG화학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에도 씨텍으로부터 10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10여개에 달하는 관계·공동 기업(자회사 제외) 가운데 가장 많이 배당하는 곳이다. 서비스 측면에서도, 현금 확보 측면에서도 씨텍은 그야말로 '효자' 합작법인이다.

양사는 전현직 임원 2명씩을 추천해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LG화학 측 대표이사는 최성열 전 중국지역총괄이다. 롯데케미칼 측 대표이사는 전 기초소재 CTO 및 기초소재 연구소장이다. 이 구성만 보면 LG화학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롯데케미칼이 기술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출처=LG화학 사업보고서)

◇태광산업·고려아연과 첨단소재 원료 합작법인 잇따라 설립

2020년부터 2022년까지 LG화학의 타법인 신규 출자 규모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역시 이 기간 합작법인 설립도 잇따랐다. 국내 기준으로 지난해 태광산업과 손잡고 울산에 485억원을 투입해 '티엘케미칼'을 설립했다. 아크릴로니트릴이라는 최근 친환경 화학 제품에 쓰이는 원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올해 초 공장 증설을 개시하는 등 합작법인은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 단 대표이사는 지분 60%를 보유한 태광산업의 조진환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다른 사내이사 2명도 태광산업 임원들이다. LG화학은 기타비상무이사인 심규선 현 LG화학 ABS사업부장을 통해 이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올해도 울산에 203억원을 투자해 합작법인을 추가로 세웠다. 고려아연 관계사인 켐코와 함께 울산에 설립한 '한국전구체'다. 지분 구조는 켐코가 51.0%, LG화학이 49.0%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자재인 양극재의 원료를 생산할 예정이다. LG화학은 2년 전 LG에너지솔루션을 떼내면서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미래 사업으로 낙점했다.

한국전구체 대표이사는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장남인 최제임스성(한국 이름 최내현) 현 코리아니켈 대표이사다. 다른 사내이사 3명 중 2명도 모두 고려아연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임원이다. LG화학은 홍순범 석유화학 경영관리담당·상무를 사내이사로 앉혔다. 티엘케미칼에서와 마찬가지로 지분 구조에 맞춰 철저하게 이사회가 조직됐다.

(출처=LG화학 사업보고서)

◇유럽 배터리 소재는 '도레이', 니트릴 장갑 소재는 '페트로나스'와 공략

올해 미국 항암제 개발사인 아베오 인수를 발표하기 전까지 LG화학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주목받은 곳은 'LG Toray Hungary Battery Separator Kft.'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을 대표하는 화학 기업인 도레이와 헝가리에 1:1로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LG화학은 여기에 약 50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 최대 신규 출자다.

목적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을 생산하고 판매하기 위함이다. 안정적인 분리막 공급처를 원하는 도레이와 유럽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LG화학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LG화학은 이곳에서 생산한 분리막을 인근 LG에너지솔루션 공장을 포함해 유럽 전역에 공급할 계획이다. 양사는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택했다.

LG화학은 1년 전에도 글로벌 기업과 말레이시아에서 합작법인을 세웠다. 368억원을 출자해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화학 기업인 페트로나스와 'LG PETRONAS CHEMICALS Malaysia Sdn.Bhd.'를 세웠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니트릴 장갑의 원료인 니트릴부타디엔라텍스(NBL) 등을 생산·판매하기 위해서다.

앞서 언급한 합작법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LG화학이 파트너사보다 더 많은 지분(51%)을 보유하는 점이다. 말레이시아 시장 공략을 필두로 동남아 시장 점유율 확대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LG화학은 해당 합작법인의 원활한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올해 71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본격적인 NBL 생산 시점은 2023년으로 예상된다.

정리하면 LG화학은 친환경 소재, 의료 분야와 생활 등에 널리 쓰이기 시작한 니트릴 장갑, 전기차 배터리 소재 영역 등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합작법인을 세웠다. 말레이시아와 유럽 시장 공략도 또 다른 목적이다.

아울러 지난해 현대모비스에 지분 전량을 매각한 현대차그룹과 합작법인 'HL그린파워'도 LG화학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전기차 태동기인 2010년 양질의 전기차 배터리 확보가 필요한 현대차그룹과 안정적인 매출처를 원한 LG화학의 이해관계가 맞아 세워졌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 화재를 놓고 책임 소재 논란이 일면서 현대모비스 단독법인으로 정리됐다. 11년 전 이해관계가 여전히 유효하지 않아진 점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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