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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본인베스트먼트는 지금]'메쉬코리아 알박기' 논란의 중심에 서다②초기 18억 투자로 지분 7.8% 보유…'비토권' 행사로 법정관리행, 구주 정리 포석 해석

이명관 기자공개 2022-12-26 07:35:31

[편집자주]

솔본인베스트먼트가 메쉬코리아 법정관리 신청으로 VC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때 예비 유니콘으로 거론됐던 메쉬코리아는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 끝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사인 솔본인베스트먼트의 의사결정은 큰 영향을 미쳤다. 신규 투자자를 유치해 오는 과정에서 갑작스레 '비토권'을 행사한 탓이다. 시장에선 솔본인베스트먼트의 의사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더벨이 솔본인베스트먼트의 시작과 최근 불거진 이슈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3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솔본인베스트먼트는 모기업인 '솔본'의 투자 비히클로 주로 활동해왔다. 정부 출자사업에도 모습을 잘 비추지 않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낯선 이름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갑자기 솔본인베스트먼트의 이름이 시장 관계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나 주로 쓰는 '알박기' 논란의 중심으로 부각되면서다.

흔히 알박기는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곳에서 매각을 거부하고 버티는 행위를 일컫는다. 오랫동안 살아 온 곳을 개발 사업으로 인해 떠나야 할 때 개발측에서 주는 보상이 너무 적어 버티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개발이 예정된 곳을 미리 구입하고 버티는 경우를 빗대어 쓰는 말이다. 그렇다면 솔본인베스트먼트의 알박기 논란은 왜 불거졌을까.

◇대상기업 예비 유니콘 '메쉬코리아'

솔본인베스트먼트의 알박기 대상은 메쉬코리아다. 우선 이번 알박기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선 대상 기업의 최근 스토리를 알아야 한다.

메쉬코리아는 2013년 설립된 배달 대행 플랫폼 '부릉'의 운영사다. 창업주는 유정범 대표다. 오토바이와 트럭으로 기업의 물건을 기업이나 점포에 배달해주는 B2B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IT 기술력과 빅데이터에 기반한 물류 서비스가 핵심이다.

메쉬코리아는 출범 초기엔 대형 프렌차이의 배달을 독식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경쟁사들이 대거 등장했고, 그렇게 대형 배달 대행 플랫폼 시장이 형성됐다. 사실상 시장의 대형화를 이끈 셈이었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메쉬코리아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모험자본의 투자유치까지 이어졌다. 솔본인베스트먼트는 초기에 투자에 참여하면서 일찌감치 메쉬코리아의 우군을 자처했다. 시드 투자로 13억원을 투자했고, 이후 진행된 후속 라운드에 팔로우온으로 5억원을 더했다.

그렇게 메쉬코리아는 1000억원에 육박하는 모험자본을 유치하며서 5000억원에 이르는 기업가치의 스타트업으로 변모했다. 기업가치 1조원을 상징하는 '유니콘'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작년 말부터 진행된 투자유치에서 메쉬코리아는 1조원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시장 상황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들면서 시장 환경이 메쉬코리아에게 불리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우선 장기화됐던 코로나19가 끝을 보였다. 코로나19 시절 배달 건수가 급증했는데, 실제 엔데믹 이후 줄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상승 여파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속도로 금리가 상승했다. 투자기조는 자연스레 보수적으로 변했고, 대체투자보다는 채권 투자로 향했다. VC들도 수익이 나는 스타트업을 우선 투자 대상으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메쉬코리아의 투자유치는 실패했다. 문제는 투자유치를 낙관하고 받았던 대출이었다. 메쉬코리아는 올해 초 OK금융그룹으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급전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360억원을 빌렸다. 최대 3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할 예정이었던 터라 당시로선 해당 대출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투자유치에 실패하고, 대출 만기가 임박하면서 메쉬코리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결국 대출 만기를 한달여 앞두고 급박하게 경영권 매각에 나섰다. 하지만 메쉬코리아를 탐내는 투자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만기가 도래했고, 메쉬코리아의 명운은 대주단인 OK금융그룹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해할 수 없는 투자유치 '반대'

OK금융그룹은 법정관리를 택할 수 있었지만, 기존 투자 주주들과 메쉬코리아의 영업력 훼손을 우려해 신규 투자자 유치를 택했다. 그렇게 투자에 나서기로 한 곳이 유진그룹이다. 유진그룹은 600억원을 투자해 메쉬코리아 지분 과반 이상을 확보하는 형태로 투자구조를 짰다.

이제 투자자들의 동의만 있으면 메쉬코리아는 유진그룹 계열로 편입돼 새출발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다수의 투자유치를 받은 스타트업은 M&A와 같은 중대한 의사결정을 해야할 때 기존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기존 투자자들로선 메쉬코리아가 법정관리에 돌입하게 되면 건질 수 있는 게 사실상 없었다. 때문에 시장에선 무난히 동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무탈히 진행될 것 같았던 이번 계획은 몇몇 주주의 반대로 급제동이 걸렸다. 대표적인 곳이 솔본인베스트먼트다. 다른 한 곳은 메쉬코리아가 처한 전후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협의를 통해 찬성으로 의사를 바꾸는 게 가능했다.

그런데 솔본인베스트먼트는 이 같은 상황을 알고도 반대표를 던졌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메쉬코리아 측에 배상 청구를 요청했다는 점이다. 70억~80억원 규모의 배상금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일각에선 솔본인베스트먼트가 자신이 가진 비토권을 활용해 구주를 정리하려는 의도로 봤다. 사실상 해당 배상금은 솔본인베스트먼트가 보유중인 지분에 대해 붙인 '가격표'라는 해석이 나왔다.

솔본인베스트먼트의 행보는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정당한 투자자로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솔본인베스트먼트의 행보를 '알박기'로 봤다. 일찍이 소액을 투자했던 터라 보유 지분율은 7.81%에 이른다. 지분율로만 보면 네이버(18.48%)와 GS리테일(18.46%), 현대차(8.88%)의 뒤를 잇는다.

결과적으로 솔본인베스트먼트의 비토권 행사로 메쉬코리아는 현재 법정관리에 돌입한 상태다. 메쉬코리아는 법정관리 진행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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