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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인사 풍향계]이복현식 파격인사 신호탄 제로베이스에서 시작①원칙·공정 앞세워 조직 기강 확립…공채 위주 인사제도 틀 잡는다

고설봉 기자공개 2022-12-14 08:32:37

[편집자주]

금융감독원 정기인사가 그 어느 때보다 큰 폭으로 단행된다. 취임 후 한 차례 조직을 뒤흔들었던이복현 원장은 이번 인사에서 자신의 색깔을 한층 더 드러낼 예정이다. 원칙과 공정을 앞세워 실력과 실적 위주로 평가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권역과 출신에 따른 자리 나누기를 지양하고 공채 기수 위주 예측 가능한 인사제도를 정착시키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더벨은 금융감독원의 인사를 조망하고 그 속에 내포된 의미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3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금융감독원 정기인사를 앞두고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막판까지 인사 대상과 보직 변경 등 윤곽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누가 어느 자리로 갈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철저한 보안 속에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 역대 금감원 인사에선 보기 힘들었던 광경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은 올해 취임 뒤 금감원에 대한 파악에 집중했다. 금감원 출범 이후 최초 비금융인, 검사 출신으로 안팎의 우려를 샀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조직의 운영 시스템과 인사, 시장과 관계 설정 등에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대부분 빠른 시간 내 업무 전반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정도 업무를 파악한 뒤 이 원장이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인사였다. 지난 8월 이 원장은 수시인사를 통해 부서장 106명 중 40명(전보 21명·신규 승진 19명)을 교체했다. 조직 개혁의 신호탄이었다.

수시인사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실시됐지만 규모와 다르게 내용 면에선 파격이란 평가를 받았다. 조직 안정화와 효율화를 동시에 추구했다. 70년대생, 40대, 공채 1~2기 부서장을 발탁하고 주요 보직을 부여하면서 변화를 꾀했다. 금감원 통합 이전 기관 출신과 금감원 공채를 함께 중용해 균형도 맞췄다.

가장 이슈가 됐던 것은 실국장 인사 대상을 팀장(2S)까지 확대한 것이었다. 통상 금감원은 부국장에서 실국장으로 승진하는 인사체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 8월 인사에선 부국장보다 하위 직급인 팀장(2S)들이 대거 실국장으로 승진하는 파격이 단행됐다.

8월 인사에서 발탁된 신임 실국장 19명 가운데 9명은 금감원 공채 출신 1970년대 생들이었다. 특히 공채 출신들 가운데 팀장(2S)에서 바로 실국장으로 승진한 인물이 6명으로 과반이 넘었다. 공채 외에는 팀장(2S)에서 곧바로 실국장으로 승진한 인물은 없었다.

금감원 팀장 이상 직급체계는 5단계다. 일반 직원에서 주니어팀장(3J, 3급)으로 승진한 이후 일정 시기가 지나면 시니어팀장(3S, 3급)이 된다. 이후 시니어팀장(2S, 2급)으로 승진하면서 3급에서 2급으로 올라간다. 그 뒤 부국장을 거쳐 실국장으로 승진하면 각 부서를 이끄는 장이된다.

이번 정기인사는 지난 8월 수신인사보다 더 파격이 예상된다. 금감원 내부에선 8월 수시인사는 일종의 연습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원장이 그리는 인사 시스템과 공채 위주 인사제도를 정착하기 이전 조직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폭 변화를 준 것이란 평가다.

정기인사의 최대 이슈는 ‘제로 베이스’다. 이 원장은 여러 자리에서 금감원 인사 제도에 대한 비판을 해왔다. 특히 금감원이란 조직이 탄생하기 이전 출신 기관에 따라 갈 수 있는 자리가 정해지고 일종의 계파가 각각 자리를 나눠 차지하는 관행이 반복돼 왔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이 원장은 취임 뒤 업무 파악이 끝난 뒤부터 이러한 기존 인사 관행을 비판해왔다. 일종의 계파가 형성돼 자리를 나누는 식으로 인사가 진행되면서 조직이 경직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이번 정기인사에서 이러한 기존의 관행을 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기인사는 전 실국장을 대상으로 제로 베이스에서 보직을 맡긴다는 방침이다. 실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평가하고 조직의 요구에 부합하는 인물에 우선적으로 자리를 준다는 복안이다. 특히 그동안 출신에 따라 은행, 보험, 자본시장 등 내에서만 보직을 소화했던 관례를 깰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기획·보험, 은행·중소서민금융, 자본시장·회계, 금융소비자보호처 등 크게 4개의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금감원 전체 지원 성격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획부문을 제외한 보험, 은행, 중소서민금융, 자본시장, 회계, 금융소비자보호처 등은 1999년 금감원 설립 이전 각 기관에서 합류한 인사들이 그 출신에 맞춰 실국장 자리를 차지해 왔다.

금감원은 1999년 은행감독원,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여러에 나뉘어 있던 감독기능을 통합해 만들었다. 이에 따라 기존 출신에 따라 갈 수 있는 자리를 암묵적으로 나눴었다. 은행감독원 출신들은 주로 은행관련 업무에, 보험감독원 출신들은 주로 보험관련 업무에 투입하는 식이다.

더불어 실력과 능력이 인정되면 단계를 한번에 뛰어 넘어 실국장으로 선임할 수 있다는 원칙도 내세웠다. 지난 수시인사에서와 마찬가지로 실국장 인사 대상을 부국장에서 팀장(2S)까지 확대한 것이었다.

또 각 보직에 적합한 후보군을 기존 실국장에 더해 부국장과 팀장(2S)들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특정 실국장 자리를 놓고 3개 직급에 걸쳐 경쟁체제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로 베이스 전략은 또 공채 출신들의 입지를 넓히겠다는 이 원장의 복안으로 풀이된다. 정은보 전 원장 시절 최초로 통합공채 1기가 실국장으로 승진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이례적이고 이벤트 성격이 강한 인사로 주요 보직에 발탁되진 못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지난 8월 수시인사에서 공채 출신 위주로 주요 보직을 맡기면서 파격을 단행했다. 공채 출신들은 금감원 내부 전 보직에 고르게 포진해 업무를 소화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었다. 마치 검찰 조직에서 검사가 전 업무를 고르게 순환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공채 중심 인사 원칙은 이 원장이 정착시키려고 하는 인사제도의 핵심이다. 그는 지난 9월 기자 간담회에서도 금감원 인사체계 개선 등 비전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기존 권역이 물러나고 자연스럽게 공채 출신들이 주요 보직에 임명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원장은 “이전에는 다른 이전기관 출신들이 섞여 있어 인사를 하는데 애로가 있었다”며 “기존 출신 기관별로 갈수 있는 자리도 나뉘어져 있어서 인사를 짜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2~3년 정도 지나면 아마도 공채 기수들이 거의 모든 실국장 자리에 계실 것”이라며 “인위적인 세대교체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기존기관 출신들이 은퇴하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금감원 정기인사는 이복현식 개혁을 통한 인사제도 혁신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공채 기수가 전면에 등장하고 기존 권역 출신들은 이선으로 후퇴할 수 있다.

다만 이 원장은 원칙과 공정이란 키워드로 승진자 및 보직자들을 선발할 것으로 보인다. 실력과 능력 등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어야 승진도 하고 보직도 맡을 수 있다는 일종의 허들을 조직에 확실하게 심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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