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매니저 프로파일/스틱인베스트먼트]의사 출신 PEF 심사역 1호 '윤기현 수석'색채 짙은 현실주의자, 스틱인베 헬스케어 투자 이끈 숨은 주역

김예린 기자공개 2022-12-20 07:59:16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6일 10: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이하 스틱)는 여느 하우스보다 선제적으로 해외에 진출한 국내 대표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국내 PEF 운용사 중 최초로 역외펀드를 만드는 데 이어 인도, 동남아시아, 인도네시아, 홍콩, 베트남까지 포트폴리오 영역을 확대하며 국내 운용사의 해외 진출 모범사례를 써내려왔다. 올해 행보는 더욱 눈부시다. 국내 PEF 최초로 인도 기업 엑시트에 성공하면서 투자 역량을 입증해냈다.

이를 가능케 한 숨은 주역으로 윤기현 수석심사역이 꼽힌다. 의사 출신 PEF 심사역 1호라는 남다른 타이틀을 갖고 있는 그는 전문성을 살려 헬스케어 전문 투자자로 자리매김했다. 의료진 출신 여타 운용인력과 달리 바이오 대신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에 집중한다. 바이오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망가지면서 많은 하우스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라 이 같은 전략이 더욱 빛난다는 평가다.

원칙은 확실하다. 성장성에 따른 ‘잭팟’ 기대감보다는 기업과 자신의 역량을 냉철히 진단해내는 현실주의적 사고로 업사이드가 확실한 기업을 선별해낸다. 마냥 현실파는 아니다. 원칙에만 통하면, 누구나 손 대지 못하는 딜에도 과감히 도전해 자기만의 색채를 분명히 한다. 트렌드가 아닌 자기만의 기준으로 커다란 광산 속 원석을 찾아내 보석으로 탈바꿈하는 ‘금손’, 윤 수석이 꿈꾸는 모습이다.

◇성장스토리 : 뇌리를 관통한 경제학, 의사 아닌 투자자의 길로

윤기현 수석은 의사 출신으로 PEF 운용사에 들어온 최초의 심사역이다.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지만 임상의사의 길에는 흥미가 없었다. 졸업 후 보건소에서 근무하던 군복무 기간, 평소 즐기던 철학책을 읽던 중이었다. 철학에서 뻗어나간 경제학은 그에게 큰 울림을 줬다. 의사 라이선스를 가진 커리어, 좋아하는 경제를 키워드로 진로를 고민했다. 때마침 벤처캐피털(VC) 업계 선배가 그를 스틱에 추천하면서, 윤 수석은 투자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틱 입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의 첫 소속은 헬스케어팀이었다. PE부문 운용인역으로 뽑혔으나 당시는 스틱 내 VC와 PE가 구분되지 않던 시기였다. 덕분에 벤처투자부터 그로쓰캐피탈까지 두루 경험을 쌓았다.

경험은 선택 기로에서 늘 나침반이 된다. 헬스케어팀에서 여러 유형의 딜을 경험한 덕분에 스틱이 PE와 VC로 분리될 무렵 그는 주저 없이 PE를 택했다.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더 중시하는 VC 딜보다는 눈에 보이는 수치와 강약점을 명확히 따지는 PE가 윤 수석의 성향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그가 PE업계 입문했을 무렵에는 구성원 대부분 재무회계 전문가들 이었고, 그들보다 회계적 실무가 약한 것이 당연했다. 주식투자를 즐기는 성향도 아니었다. 한계를 깨기 위해 스틱에 포진한 회계 재무 전문 팀원들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 그로쓰 투자에서도 바이아웃 딜에 준하는 분석과 실사를 서슴지 않았다.

의사 라이선스를 보유한 전문성은 의료 분야 투자에 활용, 최고의 스킬로 키워냈다. 약점을 인정하고 극복하기 위해 배로 쏟은 시간과 비용은 고스란히 노하우로 쌓였다. 재무와 의료 모두 능통하다는 지금의 평가는 결코 공짜가 아니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추진력 갑(甲) 행동파…무기는 ‘의사로서의 경험’

사모펀드가 좋은 기업을 발굴해 높은 수익률로 회수하는 과정은 거대한 석산에서 원석을 찾아내 보석으로 가공하는 것과 같다. 윤 수석은 원석을 찾기 위해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회사의 강점, 한계, 이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자신의 역량.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면 투자와 밸류업은 속전속결로 진행한다.

통제하지 못하거나 알지 못하는 가능성엔 베팅하지 않는다. 현실적이지 않은 비전, 과도한 사업목표를 내세우는 창업가 마인드는 꺼린다. 안정성과 효율성, 현실성이 그의 투자 스타일을 관통하는 3가지 포인트다. 덕분에 그는 모든 투자 프로젝트에서 패배한 적이 없다.

여기에 더해 도전정신도 필수다. 물론 현실성이 기반이 돼야 한다. 3박자가 맞는 회사가 국내에 없으면 해외로 나간다는 주의다. 오히려 우리나라와 다른 문화·제도권에 스스로를 내던짐으로써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는 걸 즐긴다.

의료법 규제로 병원 M&A가 자유롭지 않은 우리나라와 달리, 투자에 자유로운 인도를 찾아가 병원 체인 기업 사히아드리에 투자한 것이 일례다. 누군가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좋은 기업을 언제 어디서든 발굴해냄으로써 최고의 가치에 되파는 PEF의 본질과 궤를 같이 하는 태도다.

의사 출신으로서의 전문성은 그가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대단한 힘을 발휘한다. 의대 시절의 경험은 임상 과정이나 수술 및 치료 과정에서 실제 의사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뭔지 파악할 수 있는 혜안을 줬다. 의료진의 실제 업무와 맞닿아있는 영역을 주목하고 투자해내는 비결이다.

그는 “회사의 강점과 한계가 명확해지다보면 어떻게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밸류업을 할지, 매각 시점은 언제가 좋을지 분명히 판단할 수 있다”며 “투자부터 PMI, 엑시트까지 구상하고 투자하기 때문에, 회사 경영에 깊게 관여하는 바이아웃 투자를 선호한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접근할 때 부스팅은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 1: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알에프메디컬의 재탄생

알에프메디컬은 윤 수석의 철학이 묻어있는 대표적인 투자처다. 의료용 고주파 치료기기를 제조하는 전문업체로, 암치료 및 하지정맥류 고주파 의료기기 제품이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50여개국에 판매 중이다.

알에프메디컬 의료기기만의 강점은 최소 침습법 수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개복하거나 다른 부위에 손상을 주는 일 없이 환부만 고열로 익혀 치료하는 기법으로, 신체에 최소한의 무리를 주면서도 기존 수술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 스틱은 2019년 268억원을 투자해 지분 67.8%를 인수했다.

윤 수석은 알에프메디컬 인수부터 밸류업까지 전반을 책임졌다. 그의 첫 바이아웃 트랙레코드로, 오랫동안 해외 매각 자문사 손에서 적절한 매수자를 찾지 못한 채 표류했던 딜이었다.

하지만 윤 수석의 선구안이 빛을 발하며, 스틱의 '보물' 포트폴리오가 됐다. 의사 출신 운용인력이 가진 엣지를 제대로 발휘한 사례로, 엑시트 시 높은 수익률이 기대된다. 그는 “사업이 전문 분야인 탓에 높은 수준의 산업적 이해도와 기술이 필요하기에 일반적인 PEF가 보기에는 어려움이 큰 딜이었다”며 “덕분에 내게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투자 포인트는 글로벌 독과점 구조를 깬 기술력이었다. 이 시장은 미국의 메드트로닉, 존슨앤존슨 등 5개 정도의 다국적 기업이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한 과점 구도인데, 이 틈을 비집고 꾸준히 성장한 점에서 기술적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인수 후 가장 먼저 경영관리팀을 구성하고 CFO를 파견했다. 그간 별도 재무조직 없이 가족들이 경영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체계적 관리가 어려웠던 탓이다. 기존 경영진 체제는 유지해 전문성을 살렸고, CFO를 통해 상장사에 준하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했다. 덕분에 창업자는 비즈니스에만 집중했고, 사업 역량과 효율성 제고로 이어졌다.

회사 탑라인과 해외 영업, 마케팅 등을 강화하는 데도 박차를 가했다. 실제 신제품 연구개발(R&D)과 미국·중국·유럽 인증 등에 총 175억원을 투자했다. 덕분에 매출과 영엽이익은 2018년 각각 73억원, 19억 7000만원에 그쳤지만 올해는 각각 150억원, 5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추산된다.


◇트랙레코드 2: 국내 첫 인도 기업 엑시트 '사히아드리'

주요 트랙레코드로 인도 사히아드리 병원도 빠질 수 없다. 사히아드리 병원은 인도 서부 푸네시 소재 병원 체인 기업으로, 중대형 병원 8개를 소유한 병원체다. 스틱은 2020년 초 싱가포르 PEF 운용사 에버스톤캐피탈 등과 공동으로 사히아드리 병원 경영권을 인수했다. 윤 수석이 투자부터 관리, 엑시트까지 도맡았다.

스틱이 인도 기업 투자를 시작한 2019년도 이래 첫 회수 사례라는 점에서 스틱 차원에서도 유의미하다는 평가다. 수익률도 상당하다. 100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IRR(순내부수익률) 43% 수준인 2400만달러 가량을 회수할 전망이다.

윤 수석은 병원이라는 매물의 정형화된 수익구조에 투자 메리트를 느꼈다. 진료과목들이 다양하고 병상수, 입원기간, 진료과목 등에 따른 수익구조가 굉장히 잘 드러나 분석하기 용이했다. 진료과목별 수익성을 따져 사업개편에 나서면 상당한 밸류업이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인도는 영리주의 기반으로 병원에 대한 전략적·재무적 투자는 물론 M&A·IPO가 가능하기 때문에 회수 창구가 다양하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그는 “유닛 이코노미 단위 경제가 굉장히 명확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각 의료과목별 경제성 분석이 용이해, 경영자 입장에서 PMI가 잘 되면 더 성장시킬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구상은 현실이 됐다. 케펙스 투자로 병상 수를 늘렸고, 병원을 추가 인수해 외형을 확장했다. 고부가가치 진료과목 위주로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불필요하게 고가인 소모재를 줄이는데도 힘썼다. 과정이 쉽진 않았다. 사히아드리 병원에 투자 당시 코로나19 초기였기에 도시마다 봉쇄됐고, 병원을 찾는 발걸음이 줄면서 월 실적이 다소 줄었다.

윤 수석은 코로나19 전문 병동을 운영·확대하면서 대응했고, 실적은 오히려 반등했다. 병상 및 시설 확대는 위드 코로나 국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발휘했고 수익성을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올 3월 기준 매출 72억7000만루피로 2년간 55%가량 성장한 비결이다.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18억1900만루피에 달하는 등 111.8% 늘었다.

◇업계 평가: 냉철한 현실주의를 수반한 도전정신, 색채 뚜렷한 '믿을맨'

윤 수석은 명확하고 냉정한 판단력을 소유한 플레이어다. 베팅이 아닌 확신으로 투자하기에 그의 선택은 하우스가 믿고 따른다. 트렌드나 하우스의 정체성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남들이 다 투자하는 분야보다는 모르거나 어려워하는 딜에 과감하게 돌진하는 배포도 남다르다. 다른 운용인력에게선 기대하기 힘든 딜들이 그의 손에서 탄생하는 이유다.

그가 의사였던 시절부터 지켜봐온 국내 의사 출신 1호 벤처캐피탈리스트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상무는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이 분명하면서도, 예의 있는 젠틀맨"이라며 "산업을 보는 시각이 날카롭고 냉정하다"고 전했다.

오랫동안 그를 지켜봐온 이경형 스틱 그로쓰캐피탈 본부장은 “이제는 PEF 운용인력들도 성과는 기본이고 본인에 대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며 “그는 국내 최초 의사 출신 PEF 운용인력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해외 병원에 투자해 엑시트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 분야에서 이렇게 색깔이 확실하면서 유능한 친구들이 드물다”며 “스틱의 헬스케어 투자뿐 아니라 그로쓰캐피탈본부를 이끌어갈 인재”라고 덧붙였다.

◇향후 계획: 의료기기 생태계 새 지평 열기까지, 매순간 정진

윤 수석은 언제 보람을 느끼느냐는 말에 “매순간”이라고 답했다. 주식투자에 관심도 없었고 재무제표도 제대로 읽을 줄 몰랐던 자신이 지금까지 회사에 오래 남을 수 있었던 건 조직에서 믿어준 덕분이라는 소회에는 겸손함이 묻어난다. 물론 의사로서 재무와 투자에 대해 배우며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에서 그의 노력과 능력이 조직에서 인정을 받았기에 가능했을 터다.

앞으로의 목표는 가치관을 실현하는 것. 큰 투자 철학과 일의 연결성 없이 단편적으로 반복적인 투자만 단행하는 행위는 그에겐 지루하고 의미가 없다. 의료기기는 병원에서 실제 활용됨으로써 현실과 맞닿아있는 소모재다. 의료산업 발전은 물론 환자 개개인들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의료 소모재들 위주로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겠다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는 "바이오는 전문 애널리스트, 하우스 내 전문 투자팀이 있지만 의료기기는 마이너로 분리된다. 산업 내에서 관심도가 낮고 기업들도 파편화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펀드를 통해 기업간 연계와 통합을 이끌어낸다면 기업간 시너지 및 의료기기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서비스·기기에 특화한 투자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는 것이 최종 비전”이라며 “해외엔 이런 펀드가 많아 펀드가 홀딩컴퍼니 개념으로 동종업계 기업을 모아 M&A해 시너지를 내지만, 국내에선 드물다. 직접 도전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의 하루하루는 이 같은 숲을 조성하고자 나무를 한그루씩 심는 과정이다. 헬스케어 관련 여러 기업의 경영에 관여하고 비즈니스 디벨롭먼트, 전략 구상 노하우를 쌓으며 그가 꿈에 그리는 의료 생태계를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윤 수석은 "알에프메디컬과 유사하면서도 더 규모가 큰 기업들에 대한 트랙레코드를 쌓고 싶다"며 "레거시 산업이지만 최종 비전에 부합할 수 있는 회사들을 집중 투자하는 것이 단기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투자해온 바이아웃 포트폴리오 기업마다 경영에 깊게 관여하면서 투자-밸류업-엑시트 전반을 겪으며 다양한 노하우를 쌓고 있다"며 "모든 순간이 목표로 다가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