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2월 22일 07:4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종편에서 시청률 20% 돌파라는 금자탑을 세운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기가 뜨겁다. 재벌에 의해 희생당한 인물이 재벌집 막내손자로 환생해 일종의 복수를 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성장 과정에서 총명함을 인정받은 주인공은 그룹 총수이자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당차게 선언한다. "내가 그룹을 사겠다"고."그룹을 사겠다"라는 장면을 보면서 한화그룹이 떠올랐다면 너무 억지일까. 한화는 최근 몇 년 간 3세승계 작업으로 주목을 받아왔던 곳이다. 201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시장과 언론은 한화의 승계 방식으로 합병을 꼽았다. 상장사이자 그룹 ㈜한화와 3세들의 개인회사인 에이치솔루션(현재 한화에너지)을 활용해 '장남' 김동관 부회장에게 승계의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예측이 짙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상황이 묘하게 흘러갔다. 한화에너지가 ㈜한화의 지분을 조금씩 매입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9월 말 기준 한화에너지는 ㈜한화의 지분 9.7%를 확보했다. 김동관(4.44%)·동원(1.67%)·동선(1.67%) 3형제의 개인 지분과 합치면 무려 17.48%이다. 아직 김승연 회장의 보통주 지분율 22.65%만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3형제는 그룹을 분명 '사고' 있다.
3형제는 2005년 한화에너지(당시 한화S&C)의 기존 주주였던 김 회장과 ㈜한화로부터 지분을 매입해 회사를 꾸려갔다. 김동관 부회장은 2005년 6월 17일 약 20억원의 사재를 털어 한화에너지의 최대주주 자리를 확보했다.
회사 네트워크 구축, S/W개발 사업을 영위하던 3형제의 조그맣던 회사는 열병합발전을 새로운 먹거리로 지정하더니 덩치가 급격히 커져갔다. 2010년대 삼성 빅딜 과정에서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을 지배구조 하단에 배치하기도 했다. 지금의 한화에너지가 ㈜한화의 지분을 매입할 '레벨'로 올라온 배경이다.
새 시대의 시작에는 상징적 사건이 있기 마련이다. 대우조선해양 '빅딜'의 주인공이 한화였다. 그룹 핵심조직으로 여겨지는 ㈜한화 지원 부문이 중심이 돼 이번 딜을 성사시켰다. 물론 최종 결재 라인은 김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다.
얼마 전 만난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을 '독이 든 성배'로 불렀다. 오랜 기간동안 주인이 없던 기업을 맡는 부담감을 이겨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적체된 재무적 문제도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이사진으로 임명되는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방산업 계약으로 수취한 선수금까지 끌어다쓸만큼 대우조선해양 딜은 한화그룹을 비롯해 김 부회장 개인 커리어에도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한화그룹에 안착시키는 것. 성공적인 커리어를 기반으로 정당하게 ㈜한화 지분을 제값주고 매입해 지배력을 키우는 것. 어쩌면 지금 현재는 한화가(家) 첫째아들이 진정한 총수로 거듭나기 위한 최종 관문을 지나고 있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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