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1월 04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는 지난해 업비트, 빗썸 등 국내 5개 원화거래소가 합심해 구성하며 출발을 알렸다. 원화거래소로만 구성된 탓에 회원사는 적지만 가상자산 위주로 흘러가는 블록체인 산업에서 닥사의 영향력은 업계와 정치권을 가리지 않고 막강하다. 최근에는 법원이 국내 코인 프로젝트의 상장폐지 과정에서 닥사의 손을 들어주며 권한 행사에 더 힘이 실렸다.다만 닥사가 얻은 힘을 제대로 쓰려면 먼저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안건 처리와 운영 측면을 봤을 때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의 구조로 보기엔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은 미완성된 공동 가이드라인 체계와 상장폐지 권한 및 결정 주체에 대한 혼란이다.
특히 닥사는 어디까지나 원화거래소들의 협의체다. 별도 법적 권한을 보유한 법정기관이 아니다. 회원사들은 표면상 서로 동등한 입지에 놓여있고 머리를 맞대 다수결로 결정한 내용을 타 원화거래소에 강제할 직접적인 근거도 부족하다. 닥사에서 상장폐지나 유의종목을 지정 및 발표해도 이를 실행에 옮기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개별 원화거래소라는 의미다.
중요한 결정은 닥사를 통해 이뤄지고 발표되지만 막상 집행 권한은 다른 곳에 있다보니 닥사의 존재 의의가 다소 훼손되는 모순적인 구조가 형성됐다. 이를 방지하려면 직접적인 권한을 보유하지 못한 닥사가 상장폐지 등을 결정·고시할 위치를 가지기 위해 사회에서 납득할 가이드라인을 선행해 제정해야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업계와 투자자 사이에서 닥사의 형식, 절차적 흠결을 거론하며 갸우뚱한 시선을 보낸 이유도 이와 일맥 상통한다.
몇몇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협의체로 자율규제를 시도한다면 규제당국을 대신하는 만큼 더 꼼꼼하게 기준과 체계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가상자산 시장은 초기이기에 협의체가 세력화 또는 소수의 이익집단화될 가능성이 있어 스스로 더 엄격하게 기초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의견들을 남겼다.
스스로 들어간 모순의 늪에서 닥사가 빠져나오기 위해 앞으로 밟아야 할 스텝은 2개다.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정비하는 것, 그리고 영향력 행사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가상자산 산업의 흐름을 주시하며 투자자보호를 위한 기준을 논의해 제시하고 상장폐지 등 주요결정을 각 원화거래소에 맡기돼 이를 보조·감독하는 정도로 기능하는 것이 옳다.
닥사는 막 태동한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대변자를 자처하고 있다. 내세운 투자자보호와 자율규제란 대의를 지키고, 단순한 이익집단에서 탈피해 1개 산업을 대표하는 단체로 자리잡고 싶다면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수다. 강추위로 시작한 올해 글로벌 가상자산 산업에서 닥사가 부족함을 채우고 국내 시장을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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