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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CEO 데자뷔 [thebell desk]

김용관 산업1부장 겸 부국장공개 2023-01-06 07:50:59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6일 16:4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데자뷔(deja vu). 최초의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이상한 느낌이나 환상을 말한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올해 재계 신년회 불참을 보면서 과거가 떠오르는건 혼자만의 느낌일까.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권오준 당시 포스코 회장은 대통령의 해외 방문 경제사절단에서 잇따라 배제됐다. 새 정부가 '아웃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권 회장은 연임에 성공한 직후였지만 박근혜 사람으로 낙인찍히며 문재인 정부 출범 11개월 만인 이듬해 4월 임기를 2년 남기고 일신상의 이유로 스스로 물러났다.

현 최정우 회장은 문재인 정부 때 선임된 인물이다.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해 2024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하지만 국민연금 서원주 신임 기금운용본부장(CIO)의 발언과 맞물려 최 회장의 신년회 불참은 소문에 기름을 끼얹는 형국이다.

서 CIO는 지난해 12월27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KT와 포스코, 금융지주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셀프 연임', '황제 연임'이라고 직격했다. 국민연금이 특정 기업의 CEO 인사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 지분을 8.50% 보유한 최대주주다.

서 CIO를 추천한 인물이 정부 여당의 최고 실세라는 소문이 파다한 상황에서 그의 발언을 허투루 듣기에는 께림칙하다. 포스코에 정통한 관계자는 "(정부가) 포스코 회장 자리를 선거의 전리품처럼 여기는게 현실"이라며 "시그널이 나온 이상 어떻게든 낙마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했지만 다른 민간 기업보다 정권과의 접점이 많다. 자동차·조선·건설·기계 등 모든 산업에 기초소재를 공급하는 국가기간산업으로 정권 기조에 발맞춰 경영 방향성을 설정해왔다는 의미다.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포스코의 수장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자리에서 내려왔다는 점이다.

임기 3년의 회장직에서 1회 연임에는 성공했으나 항상 2회차에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일신상의 사유, 건강상의 이유, 후배를 위한 용퇴 등 전임 회장들이 공식적으로 밝힌 사임 이유는 다양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했다. 다른 기업보다 가장 먼저 사외이사 중심의 지배구조를 구축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탄탄한 지배구조라고 자랑했지만 사상누각이었다. 이쯤되면 포스코 'CEO 포비아'라고 부를 만하다.

기자 초년병 시절 각종 행사장에서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던 이구택 당시 회장 역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직후 1년뒤 스스로 물러났다. 생각해보면 민영화 이후 임기를 제대로 채운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이구택 회장 뒤를 이은 정준양 회장 역시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10개월 만에 국세청의 대대적인 세무조사 압박으로 자진 사퇴했다.

민영화 전에는 고 박태준 초대회장(1968년 4월∼1992년 10월)을 비롯해 황경로(1992년 10월∼1993년 3월)·정명식(1993년 3월∼1994년 3월)·김만제(1994년 3월∼1998년 3월) 등 4명의 회장이 정권과의 불화로 물러났다. 김만제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그의 후임인 유상부(1998년 3월∼2003년 3월)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에 사퇴했다.

# 임기 5년차. 최 회장은 그간의 성과와 상관없이 정치적으로 가장 큰 리스크에 직면했다. 일각에선 포스코가 고질적인 CEO 리스크를 끊어내기 위해 지난해 연말 '지주사 전환' 카드를 선제적으로 꺼냈다는 분석도 있다.

포스코는 철강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체제 전환을 통한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지주사 체제 안착과 성과를 위해 리더십의 '연속성'은 중요한 과제다.

실제로 국내에서 지주사 전환을 경험한 기업들의 경우 총수 1인이 중심이 돼 신속하고 효율적인 전환 과정을 밟았다. 리더십의 위기없이 지주사 체제 안착을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고 성과를 내고 있다. LG와 SK, 롯데, 현대중공업, 효성이 모두 그랬다.

그래서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 작업은 정치적일 수 밖에 없었다. 최 회장은 대표적인 치적으로 꼽히는 지주사 전환을 놓고 "제2의 창업. 100년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새로운 포스코를 창업했다고 생각하는 최 회장이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버텨낼 수 있을까. 하지만 국민연금의 시그널은 엄연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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