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1월 10일 07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용하고 별 달리 큰 이슈가 없는 보험업계에서 유독 어떤 이름만 꺼내면 시끌시끌해지는 회사가 있다. '메리츠'다. 보험업계 사람들을 만나서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순간 열띤 토론의 장이 펼쳐진다. 감독당국에 대해서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베짱경영부터 '미꾸라지냐 메기냐'의 논쟁까지, 재미있는 얘기 보따리가 줄줄이 사탕처럼 나온다.경쟁 업권의 시선은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일반적인 관례를 깨고 파격적인 가격대, 독보적인 보장을 제시하며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확대해온 메리츠다. 무슨 일을 하든 평범함을 떠나 튀다보니 일반적인 보험사, 일반적인 금융사들과는 잘 섞이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부분 인정하는 부분은 메리츠의 성과다. 숫자로 나타나는 이익, 성장 지표에는 반문하지 못한다. 기업이란 모름지기 메리츠 같아야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이클이 긴 보험업 특성상 섣부른 평가를 조심스러워하면서도 탁월한 경영 수완에 혀를 내두른다. 임직원 보상체계도 부러워한다.
메리츠의 성과에는 이유가 있다. 메리츠의 핵심 전략은 '프라이싱'으로 통한다. 최적의 가정을 통해 시장을 예측하고 모니터링하며 가격을 책정해나가는 지략이다. 그런데 이런 전략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전략이 있어도 이를 진짜 실행하고 성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CEO의 강력한 리더십이 작동되고 있다. 리더의 전략이 말단 직원까지 전달돼 실행까지 결집되고 있다는 얘기다. 전통 금융회사에선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삼성, 현대, 한화 등 오너 입김이 센 대형 보험사와 비교해보면 뚜렷해진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CEO가 새로운 전략을 짜고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익을 1순위 목표로 잡기도 어렵다.
금융사 CEO들은 감독당국 눈치도 봐야한다. 금융상품 가격 책정에 있어서 너무 높게 잡아도, 너무 낮게 잡아도 문제가 생긴다. 퍼포먼스도 중요하지만 '적당히'가 우선이다. '파격'은 금기시된다. 괜히 튀었다가 말이라도 나오면 임기에 불똥이 튄다. 매년 연말 인사를 생각하면 좋게좋게 중간만 하는 게 최선이다.
메리츠가 파격을 실행할 수 있는 기반에는 파격적인 지배구조가 있었다. 오너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지분승계, 경영승계 포기를 선언했다. 능력있는 CEO에게 전권을 주고 확실한 뒷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전략을 밀어붙일 베짱을 부리는 것, 이익추구와 효율에 입각한 경영을 펼 수 있는 것도 이런 구조에서 가능했다.
아직 국내 금융시장에서 메리츠의 행보는 튀고, 어색해보일 수 밖에 없다. 더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보겠다며 지주체계를 또한번 손질하고 있다. 계열 3사 주주들은 그런 메리츠의 결정에 높은 주가로 화답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 메리츠가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이슈를 만들어낼지 흥미로운 포인트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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