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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운용 실태 점검]글로벌 기업들의 자사주 활용법 포인트는⑥미국 등 선진국 '자사주 매입=소각' 시그널, 주가 부양책으로 배당보다 활용도 높아

문누리 기자공개 2023-01-27 07:40:10

[편집자주]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자사주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주요 업무가 되고 있다.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제3자 교환, 우호세력에 매각하는 등 처분 방식에 따라 회사의 경영과 재무상태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자사주에 대한 규제는 다양한 법안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왔다. 새해 금융당국이 자사주 관련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THE CFO가 우리나라 기업들의 자사주 운용 실태를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9일 17:1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토양의 상태에 따라 농작물의 결과값이 다르다. 같은 씨앗이더라도 미국 땅에 심겨질 때와 한국 땅에 심겨질 때 나온 소출의 크기나 성분, 맛까지 달라진다. 영양분이 더 많은 땅일 수록 과실의 퀄리티도 더 좋다.

자기주식(자사주) 활용법도 이와 유사하다. 선진국들이 쓰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춰 국내 기업들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부합하는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각종 재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컨디션에 따라 기대했던 결과가 나올 때도 있고 정반대의 결과값을 받아들 때도 있다.

특히 자본시장에서 기업 가치의 대표적인 지표인 주가는 각 나라의 토양(시장)에 반응하는 민감도가 높다. 시장 참여자들의 합의정도와 신뢰도가 높을 수록 행동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비이성적인 투자결정과 시장 불균형의 가능성이 줄어든다.

◇글로벌 주식시장 격차 키우는 자사주 관련 제도와 시장 신뢰도

대표적으로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행위만 봐도 미국과 한국 주식시장 투자자들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다. 미국에선 자사주 매입은 대부분 소각으로 이어지는 관행이 자리잡고 있어 이 결정이 주가 부양으로 비교적 빠르게 반영된다. 소각을 나중에라도 집행하면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수가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주식의 주당 가치가 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서 자사주 매입은 거의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자사주 취득 이후 국내 기업은 소각 외에도 인수합병 시 활용, 제3자 양도 등 활용 반경이 넓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자사주 매입에 대한 기업의 진짜 의도를 읽는 데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고 결국 해당 결정이 주가로 반영하는 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원래부터 한국의 자사주 활용법이 이렇게 다양한 건 아니었다. 2011년 4월 상법 개정 전엔 자사주는 취득이 어려운 주식이었고, 취득하더라도 반드시 처분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다만 상법 개정 후 배당가능 이익이 있는 경우 자사주 취득이 가능해지면서 자사주 매입 빈도와 활용도가 늘어났다. 실제 자사주 매입 후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소각보다는 제3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와 달리 선진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는 자사주를 소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사주의 자산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취득한 자사주를 미발행 주식으로 간주해 원칙적으로 신주 배정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사주는 시가총액 산출에서 배제된다. 게다가 미국 시장 내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인 뒤 시장에 재매각하려면 해당 주식을 재등록해야 한다. 마치 기업공개(IPO) 등을 거쳐 주식을 처음 발행할 때처럼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미국 기업들, 주가 부양 시그널로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 활용↑

이에 미국에선 자사주 매입이 대부분 소각으로 이어지고, 투자자들도 '자사주 매입은 곧 소각' 공식처럼 받아들인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미국 기업들은 주가 부양의 수단으로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을 더 자주 선택한다.

예컨대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130억 달러(약 16조원), 700억 달러(약 86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연이어 매입했다. 페이스북으로 유명한 메타도 2021년 445억4000만 달러(약 55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고 작년 초엔 95억 달러(약 12조원) 어치 자사주를 매입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자사주 매입 규모를 기존 계획의 두 배인 100억 달러(약 12조원)로 늘렸다. 이같이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선 기업의 결정에 대해 투자자들은 호재로 받아들인다.

실제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약세 장세에서도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알파벳, 이베이 등 기업 137개의 주가는 지수 성과를 앞질렀다. 미국 기업의 최근 10년 평균 주주환원율(당기순이익에서 주주환원 규모가 차지하는 비율)은 89%로 한국(28%)의 세 배에 달한다.

특히 애플의 경우 매년 자사주를 대규모로 매입해 소각하고 배당도 꾸준히 이어가는 등 주주 친화 정책으로 '안전자산'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애플이 2019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투입한 금액은 34조원이 넘는다. 주주환원율은 63%로 비슷한 기간 삼성전자(35%)의 거의 두 배다.

2021년엔 855억 달러(약 106조원)을 투입해 자사주를 사들였고 145억 달러(약 18조원)를 배당에 썼다. 이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021년 말 애플의 신용등급을 AA1에서 AAA로 올렸다. 미국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등급인 동시에 한국(AA2)보다 오히려 두 단계 높은 수준이다.

무디스는 애플의 안정적인 사업 기반과 높은 로열티(고객 충성도), 현금 보유력 등을 신용등급 상향의 이유로 들었다. 애플이 어떤 리스크를 만나도 충분히 극복할 정도의 현금을 들고 있는 데다 신사업 투자, 자사주 매입 여력도 있는 만큼 도산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는 셈이다.

지난해에도 애플은 855억 달러(약 10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고 주당 배당금도 0.23달러로 5% 올렸다. 그 덕에 아마존, 테슬라 등 다른 빅테크기업은 하루 10% 이상 주가가 떨어지는 약세 상황에서도 애플 주가 낙폭은 크지 않았다. 작년 애플이 대규모 자사주를 소각할 동안 애플 주가는 오히려 130달러대에서 170달러대로 우상향했다.

◇일본·대만 등 아시아권 시장도 자사주 매입·소각 적극 활용

이 같은 분위기가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 대만 등 아시아권 자본시장 내 자사주 활용도도 우리와 사뭇 다르다. 2021년 대만합작금융, 메가파이낸셜 등 대만 금융기업의 주주환원율은 55~75%에 달했다. 당기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자사주 매입, 소각, 배당 등을 통해 주주들에게 돌려준 셈이다. 대만 정부는 한때 자사주 매입을 통한 인위적인 주가 방어도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등 관련 규제에 엄격하다.

일본은 회사분할제도상 물적분할만을 허용하고 있다. 자사주에는 배당을 할 수 없어 분할신주 배정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여기에 자사주 매입이 배당보다 절차가 간편해 이를 선택하는 일본 상장사가 늘고 있으며, 대형 일본 은행들은 대규모 자사주 소각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 같은 경우에도 스티브 잡스가 CEO일 당시 자사주 매입에 인색했지만 CEO가 바뀌면서 자사주 매입 등 주주 친화 정책이 강화됐다"면서 "자사주 매입과 소각, 배당 등으로 안정적인 주가, 소득 등을 보장하는 기업에 유동성이 몰리는 시장 분위기를 우리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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