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1월 19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산운용업계 최대 화두는 ETF(상장지수펀드)다. 고사 위기에 처한 공모펀드의 구원투수이자 신규 먹거리로 급부상한 영향이다. 이들은 참신하고 다양한 상품을 발굴해 투자자를 유치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돈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최근 ETF 마케팅 담당자들의 주요 업무는 타운용사들의 이벤트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한다. 상품을 돋보이기 위한 콘텐츠 제작과 홍보를 실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이벤트 개최에 주력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ETF 매수 이벤트를 통해 개인별 거래량과 거래대금에 따라 상금을 지급하거나 모바일 상품권 등을 뿌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 이러한 이벤트들은 ETF 거래량과 거래대금 증가와 직결된다. 직후에는 최대 수백억원의 자금이 모여든다고 하니 일회성이긴 하지만 어느정도 효과는 있다. 대형사일수록 이벤트 개최에 쏟는 비용은 커진다. 일부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쓰기도 한다.
돈으로 만들어진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또 다시 홍보로 활용된다. ‘최대 거래량’을 내세워 인기상품으로 둔갑되고 투자자를 현혹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벤트에 등장하는 꽤 많은 종목들이 원래 인기가 없거나 아직까지 주력으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품들이다. 결산일인 11월과 12월이 다가오면 이벤트 횟수가 급증한다.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의도다.
문제는 만들어진 허수의 통계로 인해 투자자들은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되려 운용사들에 이용 당한다는 점이다. 실제 높은 수익률을 내는 매력적인 상품일지라도 대형사보다 거래량과 거대대금이 낮다는 이유로 발길을 돌리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반면 대형사 인기상품이라 믿고 매수했지만 실은 이벤트로 급조된 종목으로 수익률 낭패를 보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이 전체 시장의 80%를 과점한 것도 일정 부분 기여를 했다. 실력이 있어도 운용과 유지에 비용을 쓰느라 이벤트를 열지 못하는 중소형사들은 낙오될 수 밖에 없다. 양극화는 벌어질 수밖에 없고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이 분명하다.
한 중소형 자산운용사 임원은 "후발주자는 성공하기가 극도로 어려운데 결국 다들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자조한다. 빈번한 돈뿌리기 이벤트로 남는 수익이 거의 없지만 남들이 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허수의 통계를 만드는 데 동참한다는 푸념이다.
투자자의 이익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 자산운용업의 본질을 되새긴다면 운용사들은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실력에 자신이 있다면 이벤트가 아닌 상품과 수익률로 승부를 봐야하는 게 맞다. 마케팅으로 통계와 실적을 부풀리는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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