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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의 주인은 누구인가 thebell desk

최명용 기자공개 2023-02-10 08:30:41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9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해 금융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출이었다. 손태승 회장이 연임을 도전할 것이란 예상도 많았다. 당국은 연일 손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했다. 라임사태, 횡령 사건 등 내부 통제에 실패한 CEO라고 몰아 세웠다. 결국 손 회장은 백기를 던졌고 새 회장이 선출됐다.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회장추천위원회는 헤드헌터도 고용하고 내부 인사도 검증했다. 후보들을 추려 이틀동안 심층 인터뷰를 했다. 고심 끝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했다.

임 내정자는 행정고시를 거친 정통 관료다. 기획재정부, 국무총리실을 거쳤다.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임 내정자를 두고 일각에선 '관치'라고 지적한다. 출신 성분이 '관'이니 맞는 얘기다. 다만 임 내정자 본인은 민간 경력을 내세운다. 그는 2013년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맡았다. 당시 농협지주 회장 신분으로 우리금융으로부터 NH투자증권을 인수했다. 이번엔 우리금융 회장이 돼 증권사 포트폴리오를 완성해야 한다.

최근 금융당국의 기조는 '관치'와 거리가 멀었다. 신한금융이나 BNK금융도 내부에서 회장이 선출됐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나 기업은행도 내부에서 승진한 은행장이 나왔다. 오랫동안 임기를 이어가거나 뭔가 문제가 있는 CEO들은 내려 와야 한다고 압박했지만 후임으로 '관' 출신을 뽑으라고 압박하지 않았다.

당국은 관 출신 인사를 굳이 뽑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를 전했다. 그럼에도 관 출신 인사를 추대하는 것은 나름의 필요가 있어서다. 관과 소통이 필요하고 내부를 다시 정돈하는 데 관 출신이 낫다고 봤다. 농협지주가 그랬고 이번 우리금융이 그랬다.

관 출신 인사가 회장으로 오자 노조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금융 노조는 출근 저지 투쟁을 선언했다. 임 내정자는 본사에 출근도 못하고 외부에 사무실을 내고 취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공교롭게 임 내정자가 추대되기 며칠전 정부는 지배구조선진화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임 내정자가 추대된 날은 2월 3일이다. 나흘전인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주인없는 회사의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직설적으로 지시했다. 우리금융을 겨냥한 듯 했다.

주인없는 회사는 우리금융를 비롯한 금융회사들이다. 공기업에서 출발해 지분이 완벽하게 분산된 KT, 포스코 등도 해당된다.

우리금융 회장 선출과정에서 보듯 이런 회사의 CEO를 뽑는 과정엔 여러 참여자들이 개입한다. 회추위를 구성하는 건 사외이사(①)다. 사외이사 뒤엔 과점 주주(②)들이 있고 주총을 거쳐야 한다. 노조(③)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출근저지를 한다. 관료(④)들은 압박을 가하기도 하지만 직접 후보가 되곤 한다.

우리금융의 주인은 ①~④번 중에 누구일까.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하지만 종종 사외이사가 주주의 뜻에 반해 움직이기도 한다. 장기집권하는 CEO들은 사외이사와 결탁되기 십상이다.

관료들은 인허가권으로 금융회사의 목줄을 쥔다. 관료들의 목소리는 거부하기 힘들다. 직접 플레이어가 된 관료도 무게감이 있다. 그렇다고 관료를 주인이라고 하진 않는다. 관료 출신이 회장이 돼도 마찬가지다.

'주인'의 사전적 의미는 '대상이나 물건 따위를 소유한 사람'이다. 또 다른 정의는 '집안이나 단체 따위를 책임감을 가지고 이끌어 가는 사람'이다.

우리금융의 주인을 거버넌스 측면에서 따지자면 '조직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있는 일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배당만 늘려달라는 펀드들은 주주이지만 '책임감'은 부족해 보인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쟁만 일삼는 노조도 무책임하다. 명예를 위해서건, 실질적인 이득을 위해서건 임기만 노리는 CEO도 마찬가지다.

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화두로 꺼낸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지배구조선진화 방안을 다시 재정비할 타이밍은 됐다. 하지만 셀프 연임 금지 같은 단순한 프레임으론 부족하다. '조직에 대해 책임감'을 어떻게 담보할 지, 책임감 있게 조직을 이끌어갈 인물을 뽑고 그 의무를 강제하는 게 지배구조 선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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