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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래 ETF 한끗 승부]수수료 책정 천차만별, 결국 상품 경쟁력이 '답'③총보수 80bp 효자상품, 레버리지·인버스와 글로벌

윤기쁨 기자공개 2023-03-24 08:27:07

[편집자주]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양강 구도 아래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증가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빅2'는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며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양사는 유사하면서도 다른 전략을 통해 ETF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벨은 총 3편에 걸쳐 각 사별 ETF 운용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3일 14: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자산운용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일반 공모펀드보다 저렴한 거래 수수료가 ETF의 장점으로 꼽히지만 한발 더 나아가 업계 최저 수준을 제시하며 고객 잡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업계 최상위 사업자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예외는 아니다. 2bp(0.02%)까지 하단을 내리며 사실상 무보수로 운용하는 상품도 있다. 가령 주가가 1만원인 종목을 거래할 때 투자자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200원이다. 운용사 입장에서 200원 수익 중 판매·신탁·사무관리사에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운용사의 주 수익원인 수수료까지 포기하면서 ETF 운용에 나서는 이유는 그만큼 미래 먹거리로서 ETF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재 운용사들이 외부적으로 펼치고 있는 '보수 인하' 전략은 일종의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2bp에서 83bp까지 천차만별 수수료...경쟁력 갖춘 단독 상품이 성공 열쇠

통상 ETF 총보수를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상품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운용사의 권한이다. 하지만 유사한 BM(벤치마크)을 추종하거나 구성 종목이 비슷한 테마 상품은 시장가에 의해 형성된다. 타 운용사가 총보수를 낮추면 평균치에 맞춰 가격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코스피 200, 코스닥 150 등 시장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종목들은 대다수 운용사들이 보유 중인 만큼 변별력이 없다. 수요가 많지 않고 수익 비중도 크지 않다. 이에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도 5bp 내외에서 보수를 책정하고 있다.

반면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총보수 최상위 종목은 각각 'KODEX 콩선물'(68bp)과 'TIGER 구리실물'(83bp)이다. 두 상품이 최고 수수료를 책정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다른 운용사에 없는 유일한 독점 상품인 영향이다. 높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순자산총액은 각각 86억원, 236억원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대를 유지하고 있다.

보수가 높다는 것은 자본시장 논리에 따라 경쟁자가 없고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는 인기 상품이라는 뜻이다. 실제 ETF 수익은 일간 잔고(순자산총액 기준)와 보수를 곱해 추산하기 때문에 총보수는 수익과 비례한다. 결국 경쟁사들이 따라하거나 모방할 수 없는 상품을 단독으로 출시해 경쟁력을 갖추는 게 성공 여부를 가르는 핵심이다.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은 각각 레버리지·인버스, 글로벌 주식 부문에서 상당한 우위를 가지며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 더벨이 추산한 양사의 올해 ETF 영업수익(17일 순자산총액 기준)은 각각 약 940억원, 798억원이다.

삼성운용 총보수 상위 종목 대부분은 레버리지·인버스로 이들이 차지하는 수익은 전체의 47%인 446억원 수준이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64bp)'는 가장 큰 수익을 내는 상품으로 151억원(추정치)을 기록하고 있다. △KODEX 레버리지(64bp, 125억원)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64bp, 58억원) △KODEX 인버스(64bp, 57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미래에셋운용은 관련 종목들의 보수를 최하위로 뒀다. 삼성운용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TIGER 인버스', 'TIGER 레버리지', 'TIGER 200선물인버스2X', 'TIGER 200선물레버리지'는 모두 최저인 2bp로 무보수에 가깝다.

글로벌 ETF 자회사들을 다수 보유한 미래에셋운용은 해외 주식형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총보수 순위는 △TIGER 글로벌메타버스액티브(79bp, 12억원) △TIGER 차이나CSI300(63bp, 13억원) △TIGER 2차전지테마(50bp, 54억원)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49bp, 136억원)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49bp, 77억원) 순이다.

대다수 자산이 국내에 있는 삼성운용은 미래에셋운용과 겹치는 테마나 유형의 상품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채권 규모가 8조원(22%)으로 비중이 상당하다. 일반적으로 채권 펀드는 주식에 비해 보수가 현저히 낮다. 이에 삼성운용의 최하위 보수 종목들은 'KODEX 종합채권(AA-이상)액티브', 'KODEX 장기종합채권(AA-이상)액티브KAP', 'KODEX KOFR금리액티브' 등 대부분이 채권형이다. 이들 보수는 4bp대다.

◇'액티브·세분화'가 바꾼 트렌드, 보수보다 성과가 중요한 투자자들

아직까지는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이 점유율 80% 이상을 과점하며 견고한 양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ETF 산업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신사업에 뛰어드는 운용사들이 급격히 늘고 있고 투자 트렌드가 수시로 변화하면서 안주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단적인 예로 전체 영업수익에서 삼성운용의 레버리지·인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미래에셋운용도 가장 높은 수익을 내는 효자 상품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과 유사한 콘셉트의 종목들이 타 운용사에서도 출시되고 있다.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건 '액티브'와 '세분화'다. 액티브는 일정 범위 내에서 펀드매니저가 역량을 발휘해 종목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초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패시브보다 상대적으로 보수가 높지만 수익을 우선시 하는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자금이 빠르게 모여들고 있다.

액티브와 테마형 ETF의 등장은 산업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메타버스 등 소비자 수요에 대응한 단기 유행 상품들이 적시에 출시됐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투자 수단으로 급부상했다. 상장 초기 높은 보수를 제시했음에도 개인들은 공격적인 매수에 나선 영향이 컸다. 그러나 테마는 단기간 빠르게 변했고 유사 종목이 동시 다발적으로 출시되면서 만족할만한 수익을 거두지 못한 투자자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최근에는 유행성 테마보다는 개인별 맞춤 요구를 반영한 보다 세분화된 액티브형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운용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TIF(타깃인컴펀드)를 상장한 'TIGER 글로벌멀티에셋TIF액티브'를 선보였다. 50bp로 비교적 보수가 높지만 순자산총액 220억원을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은퇴 후 노후자산을 관리하는 인컴 펀드로 미국 배당주와 국채, 글로벌 리츠 등에 분산 투자한다.

삼성운용도 지난달 'KODEX 아시아반도체공급망exChina액티브'를 상장했다. 총보수는 50bp로 자사 간판 상품인 레버리지·인버스 다음으로 높지만 출시 한달만에 약 300억원이 모였다. 이전까지 'KODEX K-로봇액티브', 'KODEX K-메타버스액티브' 등 단순 테마형에 머물렀다면 보다 세분화해 변화를 줬다. 2021년 ESG 열풍과 함께 9bp라는 낮은 보수로 수년간 운용 중인 'KODEX 탄소효율그린뉴딜'(245억원)보다도 규모가 크다.

타운용사들도 유사한 방식으로 차별화된 틈새 상품들을 선보이면서 향후 유의미한 변화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보다는 하우스와 ETF 경쟁력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업계 최저 보수' 등과 같은 제살깎기식 마케팅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똑똑한 투자자가 많아졌고 상장 종목수 증가로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단순히 보수가 낮다고 고객 숫자가 늘어나는 시대는 끝났다"며 "결국 수익률이나 상품이 가진 경쟁력 싸움인데 최근 ETF 마케팅도 운용사 브랜드 가치 제고에 집중하거나 투자자들에게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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