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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운용 배재규의 1년]ACE 리브랜딩 효과 언제쯤…점유율은 오히려 하락②라인업 강화 불구 신규 상품 출시 성과 미미

황원지 기자공개 2023-03-22 08:14:07

[편집자주]

배재규 대표가 한국투자신탁운용을 맡은 지 꼬박 1년이 지났다.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 대표는 취임 직후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이끌었고, 그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투운용 ETF 상품 활성화의 특명을 받고 영입된 배재규 대표의 지난 1년은 어땠을까. 성과와 과제에 대해 더벨이 자세히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4일 14: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배재규 대표를 영입한 배경 가운데 하나는 상장지수펀드(ETF) 경쟁력 강화였다. 따라서 취임 이후 한투운용 ETF 상품의 변화는 그의 성과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배재규 대표는 한투운용의 기존 ETF 브랜드였던 KINDEX를 ACE로 리브랜딩하면서 외형 변화를 모색하는 한편 라인업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성적표는 어떨까. 전체 ETF의 순자산 규모와 설정원본은 증가했으나 점유율은 오히려 떨어진 상태다. 2,3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이 공격적인 전략으로 늘어난 시장 파이를 대부분 가져갔기 때문이다. 다만 5~7위권인 한화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과의 격차를 벌린 점은 성과다.

◇새 브랜드 'ACE' 론칭…미국증시·채권 등 라인업 강화

2020년을 전후한 국내 ETF 열풍은 한국투자신탁운용엔 위기였다. 기존 주류였던 액티브 공모펀드의 헤게모니는 여전했지만 ETF 시장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운용과 함께 ‘3강’으로 꼽혔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존재감은 점차 옛말이 됐다. 2021년 말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운용자산규모(AUM)은 약 63조원 규모(업계 6위)로 내려앉았다.

ETF 활성화의 특명을 받고 영입된 배 대표의 첫 움직임은 리브랜딩이었다. 2008년 출시된 기존 브랜드 ‘KINDEX’를 ‘ACE’로 교체했다. ACE엔 '고객 전문가(A Client Expert)', '고객 경험 향상(Accelerate Client Experience)’의 의미를 담았다. 특히 펀드명이 영문 알파벳 A로 시작해 종목 검색란에 가장 상위에 오른다는 점도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 봤다.

배 대표는 당시 주요지수 위주 라인업으로 ‘톱2’와 정면승부를 선언했다. 대부분 중소형사들은 ‘삼성-미래에셋’ 양강구도를 피해 틈새 지수를 찾는 전략을 폈폈다. 하지만 배 대표는 양강구도를 깨기 위해선 투자자 사이 인기가 높은 주요지수 상품으로 정면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투운용은 지난 1년간 해외지수 중심의 라인업을 구축했다. 미국 증시 투자 인기에 발맞춰춰 ‘ACE 미국 S&P500채권혼합액티브’와 ‘ACE 미국나스닥100채권혼합액티브’와 같이 미국시장 주요 지수 추종 상품을 내놓았다. 이밖에도 1년간 ‘ACE 글로벌브랜드TOP10블룸버그’,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등 해외지수 상품을 6종 출시했다.

주로 금리 인상 국면에 투자자 사이 인기가 높아진 채권 라인업도 강화했다. ‘ACE 단기채권알파액티브’와 ‘ACE 미국달러단기채권액티브’등 단기채 수요 대응 상품과 ‘ACE 23-12 회사채(AA-이상)액티브’ 등 금리 상승 수혜를 누릴 수 있는 회사채 상품도 내놓았다. 해외지수 상품들도 주로 채권과 결합한 형태로 출시하는 등 신상품 출시에 박차를 가했다.

◇점유율 4.11%로 하락…신규 출시 ETF 성과 저조

배재규 대표 취임 이후 전략적인 드라이브에도 ETF 점유율은 오히려 떨어진 상태다. 배 대표 취임 직전 순자산액 기준 4.66% 수준이었던 점유율은 이달 둘째 주 기준으로 4.11%로 소폭 하락했다.


ETF 순자산액 자체는 늘었으나, 타 운용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지속되면서 유의미한 변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같은 기간 국내 ETF 시장 순자산액은 70조7000억원에서 89조5000억원으로 약 20조원 성장했다. 하지만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순자산액은 기존 3조3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약 3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순증액 대부분은 ETF 시장 ‘톱2’인 삼성자산운용(약 7조7000억원)과 미래에셋자산운용(약 8조3000억원)이 가져갔다.

배 대표 취임 후 출시한 ETF 종목들의 성과도 저조하다. 야심차게 출시했던 주요 해외지수 추종 ETF 중 현재 순자산액이 100억 넘는 상품은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309억원) 뿐이다. 특히 ‘ACE 미국나스닥100채권혼합액티브’와 같이 채권을 깔고 해외지수로 수익을 내는 구성의 상품들은 출시 초기 유니크한 구조로 눈길을 끌었으나, 거래량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투자자를 끌어모으는데 실패했다.

야심차게 강화했던 채권 ETF 라인업은 열풍을 타고 순자산액을 늘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만기매칭형이 대부분으로 장기 투자금은 아니다. ‘ACE 23-12 회사채(AA-이상)액티브’와 ‘ACE 24-12 회사채(AA-이상)액티브’는 각각 1400억원, 800억원원대의 순자산액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만기매칭형 구조라 올해와 내년 12월 펀드가 청산된다.

거래량이 저조한 상품이 많다는 점도 한계다. 거래량은 ETF를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로, 거래량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돼야 매수와 매도가 수월해 안전하다고 본다. 거래량이 6개월 일평균 거래 대금 500만원 미만인 ETF는 상장폐지되기도 한다. 현재 한국투자신탁운용의 66개 ETF 중 47개는 3개월 평균 거래량이 1만주 이하다. 13일 기준 거래량 상위 100위 안에 속한 ETF는는 9개에 불과하다.

다만 5~7위권 운용사와 확고하게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점은 성과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순자산액은 3조6000억원대로 5~7위권 다툼을 하고 있는 한화자산운용(2조2000억원), 키움투자자산운용(1조9000억원), NH아문디자산운용(1조4000억원)과 격차를 유지했다. 작년 1월까지만 해도 5위를 유지했던 NH아문디자산운용과의 순자산액 차이는 2조원을 넘어섰다.


◇계열 뒷배없이 쉽지 않은 시장…돌파구 마련은 언제쯤

일각에서는 ETF의 활성화는 단순히 리더십이나 상품 경쟁력만으로 달성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계열 금융사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운용사의 경우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패시브 ETF의 경우 이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양강 구도가 확고히 굳어진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은 테마형 액티브 ETF만으로 승부를 볼 수 밖에 없지만 이마저도 상품 차별성이 별로 없어 투자자들을 유인하기가 쉽지 않다. 시류에 편승해 내놓은 유니크한 상품도 카피캣으로 인해 비슷한 ETF가 양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이나 보험, 증권 등을 계열로 두지 못한 자산운용사들은 금융그룹 계열 운용사들에 비해 ETF 상품을 반열에 올려놓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어떤 판매사든 상품을 선별할 때 수익률이나 수수료 등을 기준으로 삼아 거르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같은 조건일 경우 자사 상품이 선택하는 경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르면 판매사는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을 25% 이상으로 설정할 수 없게 제한돼 있다.

실제로 업계 ‘톱2’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그룹 차원의 지원이 상당하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난해 총펀드 신규판매금액 3조2400억원 중 22%에 해당하는 7100억원어치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을 팔았다. 미래에셋생명보험의 미래에셋자산운용 상품 판매액도 전체의 17%에 달했다.

삼성계열 금융그룹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삼성증권과 삼성생명보험, 삼성화재보험이 총 펀드 신규판매금액 중 삼성자산운용 상품을 판 비중은 20% 내외였다. 이외에도 삼성생명은 채권형 펀드와 주식형 펀드의 투자 자금을 자사 ETF로 바꾸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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