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사외이사 제도 점검]KB금융, '임기제한 5년·여성 40%' 스스로 세운 엄격한 잣대②타 지주 대비 최장 재임 기간도 1년 단축, 여성 이사 필수 인원의 '3배수' 선임
최필우 기자공개 2023-04-12 07:10:17
[편집자주]
사외이사는 금융권 지배구조 논란의 중심이다. 견제 기능을 상실하고 경영진 장기 집권에 일조한다는 비판을 받는 반면 일반 기업에 비해 선진화된 체계로 이사회를 운영한다는 긍정론도 있다. 금융 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외이사 제도에 메스를 든 이상 진단이 필요한 대상임은 분명하다. 더벨은 국내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가 누구이고 어떤 제도를 통해 선임되고 있는지 현황을 점검했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7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은 사외이사로 재직할 수 있는 기간이 가장 짧은 금융지주다. 지배구조법 시행으로 임기제한 기간을 늘릴 길이 열렸지만 모범규준 권고 기준을 적용해 타 지주 대비 짧은 기간을 유지하고 있다. 사외이사 재임이 길어질수록 이사회 독립성이 약화된다는 비판을 의식해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여성 사외이사 기용에 있어서도 최소 선임 기준을 웃돌았다. 사외이사 7명 중 3명이 여성으로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최소한의 여성 사외이사를 두는 경쟁사들과 달리 유능한 여성 후보군 선제 확보에 성공했다.
◇지배구조법, 임기 '6년' 허용했지만…모범규준 기준 '5년' 고수
2022년 KB금융 지배구조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주회사 사외이사로 재임할 수 있는 기간이 5년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최장 재임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한 곳은 4대 금융지주 중 KB금융이 유일하다.
나머지 금융지주는 재임 기간이 6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KB금융보다 1년 더 재직할 수 있는 셈이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경우 자회사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기간을 포함하면 최장 9년 동안 재임할 수 있다.
대다수 금융지주는 2016년 8월 시행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사외이사 최장 임기를 6년으로 정하고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사외이사가 6년을 초과해 재임할 수 없고 당사 또는 자회사 등에서 사외이사로 9년을 초과하여 재임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앞서 제정된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사외이사 임기제한을 5년으로 권고했다. 2014년 11월 모범규준에 따라 5년으로 임기를 제한했던 금융지주 대부분 상위법인 지배구조법에 따라 6년으로 기한을 늘린 것이다.
사외이사 후보군 조성에 어려움을 겪는 금융권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지배구조법에 반영됐다. 사외이사 임기가 길수록 여유를 갖고 새 후보를 물색할 수 있다. 또 계열사 관련 규정을 추가해 사외이사를 지주에서 계열사로 보내거나 자회사에서 지주로 이동시키는 운용의 묘를 발휘할 여지가 생겼다.
다만 KB금융은 지배구조법 시행 7년이 다 되도록 임기제한 기간을 5년으로 유지하고 있다. 'KB 사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2014년 회장과 행장의 갈등으로 사외이사 총 사퇴를 겪은 뒤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해 왔다. 사외이사 임기제한 기간을 6년으로 늘리는 건 그간의 제도 개선 방향에 역행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선진국 연구 사례를 보면 사외이사 재임 기간이 길수록 지배구조가 안정된다는 연구도 많다"며 "국내의 경우 금융 당국이 사외이사 장기 재임에 부정적이고 KB금융도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 이사 '금융인·교수·기업인' 다양한 전문성
KB금융은 4대 금융 중 가장 많은 여성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배치하고 있다. 기존 권선주 사외이사에 더해 여정성, 조화준 사외이사가 신규 선임되면서 여성 수가 3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사외이사 7명 중 여성 비중이 43%인 셈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최소 인원인 1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뒀다. 신한금융은 2명이다. KB금융이 여성 사외이사 3명을 기용한 건 국내 금융지주 최다인 동시에 최초 사례다.
KB금융 여성 사외이사들은 전문성 측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권 이사는 IBK기업은행장 출신으로 국내 최초의 여성 행장 타이틀을 갖고 있다. 여 이사는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로 소비자 연구 분야의 권위자다. 조 이사는 BC카드, KT캐피탈 CFO로 재무 전문성을 인정 받았고 KT캐피탈 대표에 취임하면서 KT그룹 최초의 여성 CEO가 됐다.
금융지주 이사회사무국 관계자는 "유리천장이나 경력 단절 영향으로 고위직을 경험한 여성 전문가가 적은 탓에 아직은 여성 사외이사 후보 물색에 어려움이 많다"며 "영입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KB금융이 유능한 후보들을 선점해 여성 사외이사 수를 늘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배터리 고민' SK, 신용위험 완화 기대요인 '반도체'
- 넷마블, 하이브 지분 2.6% 'PRS'로 미래에셋에 처분
- 인텔리안테크, 산업부 '소부장 으뜸기업' 선정
- [Korean Paper]'7.4조' 조달계획 도로공사, 공모 달러채로 '신호탄'
- [Korean Paper]파운드화 조달 나선 수출입은행, SSA 발행 '포석'
- [Red & Blue]'수소사업 확장' 한선엔지니어링, 부산공장 증설 검토
- 폴라리스오피스, 애플 '맥OS'에 AI 오피스 탑재
- [유증&디테일]상장 반년새 증자나선 퀄리타스, 인력확보 '집중'
- [정육각은 지금]대기업 삼킨 스타트업, '승자의 저주' 극복할까
- 이강수 대표, 지구 끝까지 발로 뛰는 심사역의 정석
최필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우리금융, '메리츠 모델' 증권·종금 겸영 택한 배경은
- 대구은행, '대기업·가계 대출' 시중은행 전환 기반 삼는다
- 우리금융, 증권 M&A 자본부담 최소화…'보험 인수전' 의식했나
- [컨콜 Q&A 리뷰]BNK금융, '시중은행 공습'에 성장성 우려 제기
- 경남은행, 지주 CFO '겸직 체제' 성공 가능성 보여줬다
- DGB금융, 순익 줄어도 대출은 성장…'시중은행 전환' 몸풀기
- 우리금융, 포스증권 합병 확정…임종룡 회장 '첫 M&A' 성사
- [은행경영분석]권재중 BNK금융 CFO 첫 성적표 'CET1 12%대' 진입
- [은행경영분석]우리은행, 기업금융 명가 재건 '중기 대출' 강화에 달렸다
- DGB금융, '대구은행장 후계자' 육성 작업 본격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