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4월 13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75세요? 그만 죽는게 어때요”일본 영화 ‘플랜75’의 한 장면이다. 시나리오는 이렇다. 후생성 관리가 연명 치료 환자가 아닌 만 75세의 노인에게 죽음을 권유한다. 죽기로 결심하면 장례도 치러주고 약 100만원의 위로금도 준다. 일본판 고려장이다.
영화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미래를 그린다. 플랜75는 사회보장, 의료비, 연금 고갈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불가피한 법안으로 묘사된다. 일본의 미래를 위해 노인은 사라져야 한다는 거다. 영화는 픽션(fiction)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이기에, 섬뜩하다.
2025년에는 한국도 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를 맞이한다. 전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을 보면 일본보다 진입 속도가 훨씬 빠르다. 누군가는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데 건강보험 재정 악화는 필연적이다. 세대갈등 역시 피할수 없어 보인다.
홈케어가 안되니 중증환자로선 요양병원이 유일한 대안이지만 시스템은 후진적이다. 환자 등급에 따른 맞춤형 치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환자 가족은 매달 수백만원의 간병인 비용에 허리가 휜다. 일부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간병비 보험 적용은 현실화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요양병원 입장에선 포괄수가제인 만큼 최소한의 진료를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수가 보상이 제한적이고 환자등급에 따라 받을 수있는 금액은 정해져 있다. 상대적으로 비싼 처방을 기피하거나 입원환자들의 병상을 최대한 바짝 붙여 비용 대비 효율을 높이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익을 내기 어려우니 제대로 된 투자를 받기도 힘들다.
일본의 경우 환자에 대한 요양등급이 훨씬 세분화돼 있다. 환자가 스스로 칫솔질을 할 수 있는 지 여부에 따라 등급이 나뉘어지기도 한다. 관련 제도 뿐만 아니라 고령자 커뮤니티도 잘 형성돼 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수천억원을 들여 일본 현지 실버케어 업체를 잇따라 인수한 점은 분명 눈여겨볼만 하다.
식사 자리에 만난 한 대학병원 교수는 향후 20~30년 뒤면 노인 인구 포화로 요양병원에 들어가는 것 조차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손발이 묶인 채 관리되는 중증 치매 환자들은 지금도 요양병원에서 받기를 꺼려한다. 일부에선 난치병 환자에 한해 안락사 또는 조력 존엄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작년 국내 출생아동 성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뉴스를 봤다. 이 같은 딸 선호 현상은 노후에 아들보다 딸이 잘 돌봐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란다. 간병인보험, 치매보험이 인기를 얻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지 모르겠다. 결국 정부에 기대서는 노년을 보낼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리라.
초고령화 시대의 씁쓸한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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