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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논란으로 본 금융 지배구조]행원에서 회장까지…내부출신 CEO 장단점 보니⑪높은 은행업 이해 '경영전문성' 갖춰…CEO 향한 내부경쟁 '경영권 갈등' 유발

고설봉 기자공개 2023-04-19 07:09:24

[편집자주]

공공성을 앞세워 정부와 금융 당국은 금융지주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올바른 지배구조를 갖추고 정해진 제도 안에서 정도경영하라는 메시지를 제시하고 있다. CEO 교체는 물론 이사회에도 칼날을 겨눠 위기감이 높아졌다. 금융지주사들은 태동 이후 가장 큰 지배구조 격변 앞에 서 있다. 더벨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 현주소를 살피고 정부와 금융당국이 문제삼는 지점들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3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은행은 특정 주주가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는 구조다. 정부는 은행의 공공재적 성격의 훼손을 막기 위해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로 은행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은행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은행 지배구조에서 경영권을 행사하는 주체는 직원들이다. 은행은 행원으로 입행해서 승진을 거듭해 대표이사(CEO)까지 오를 수 있는 몇 안되는 조직이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사 회장(CEO)과 은행장(CEO) 대부분은 행원으로 출발한 내부 출신 인사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은행 지배구조는 이론적으론 공공재적인 은행 역할의 변질을 막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진다. 어떤 특정 세력에 의해 은행의 정책과 경영이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방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단점도 많다. CEO에 대한 견제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주로 문제가 발생한다. 경영권이 일방적으로 행사되면서 제왕적 CEO가 만들어지고 이는 각종 금융사고 및 내부통제 이슈로 번지기도 한다. CEO 선임 경쟁이 과열되면서 경영진간 내부갈등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왼쪽부터)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4대 '금융지주·은행' 내부 출신 CEO 전성시대

국내 대형 4대 금융지주사와 은행의 CEO는 대부분 내부출신 인사들이 맡고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행원부터 시작해 회장까지 오른 인물들이다. 이들은 은행 내 다양한 부서를 경험하면서 경험을 쌓으며 최고 경영자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들이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행정고시 출신이지만 KB금융 내부 인사로 볼 수 있는 인물이다. 과거 기업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했고 삼일회계법인과 김앤장 등에서도 근무했다. KB금융에 임원으로 영입돼 10여년 은행원 생활을 한 뒤 회장에 올랐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관료출신의 외부 인사다.

4대 금융지주의 주요 은행장은 모두 내부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모두 행원으로 입사해 30년 이상 은행원으로 근무한 인물들이다.

금융지주사 회장과 은행장들은 내부에서부터 입지를 쌓고 승진을 거듭해 CEO에 올랐다. 그만큼 은행업에 대한 이해가 높다. 이들은 은행 내부에서 최소 2~3개 업무에서 경험을 쌓은 만큼 그 분야에 정통한 베테랑이다. 일반 직원을 거쳐 중간관리자, 지점장, 임원 등으로 승진하면서 은행 내 업무 범위도 넓혔다.

이처럼 핵심 업무와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들이 최소 30년에서 40년가량 은행에 근무하며 CEO까지 오른 만큼 경영 전문성에서 탁월하다. 각 금융지주사와 은행 모두 CEO들의 업무 역량에 대한 이견은 사실상 없다. 관록과 경험 등이 리더십과 어우러져 은행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비인기'의 위세…CEO 향한 내부경쟁 과열 부작용

은행권에선 공공연히 ‘비인기가 인기다’라는 말이 회자된다. 비서실·인사부·기획부 세 곳은 핵심 부서이고 이곳을 거치면 주요 요직으로 뻗어나갈 수 있어 인기가 높다는 뜻이다. 오너가 없는 금융지주사 특성상 비인기의 위세는 일반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다. 비인기를 거쳐야만 요직에 갈 수 있다. 비인기를 거치지 않은 은행장은 없다. 금융지주 회장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요직은 주로 각 조직내 CEO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비서실은 CEO의 최측근 조직으로 CEO와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 한다. 인사부는 어느 은행이던 조직 내 소수만 경험할 수 있는 핵심 조직이다. 은행의 주인은 인사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기획부 역시 CEO의 경영전략을 보좌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이처럼 CEO와 밀접한 조직들은 은행 내 임원으로 올라갈 수 있는 일종의 등용문이란 평가를 받는다. 핵심 부서를 거친 임원 가운데 CEO 후보군이 나오고 CEO에 오르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은행 내에는 ‘비인기’ 중심 일종의 카르텔이 형성된다.

이러한 카르텔은 다시 조직내 파벌을 형성한다. 각 파벌별로 경영진을 세우는 것과 CEO를 배출하는 것에 대한 열망이 크다. CEO와 가깝거나 CEO와 업무를 함께하는 직원들 위주로 일종의 차기 경영진 후보군이 형성되면서 내부 경쟁도 과열 양상을 보인다.

특히 은행은 행원에서 CEO에 오를 수 있는 조직이기 때문에 내부 경쟁이 심하다. 주인이 없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은행 내부 파벌간 경쟁이 과열돼 분쟁을 일으키는 사건도 많다. 이러한 경쟁 과열은 때로 지배구조 리스크로 확대되면서 금융지주사 경영 안정성을 훼손하는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2010년 ‘신한사태’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그룹 사장이 경영 주도권을 놓고 다투면서 고소·고발로 이어진 사건이다. 결과적으로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 둘 다 신한금융을 떠났지만 이후에도 ‘라응찬 라인’과 ‘신상훈 라인’이 조직 내에서 세대결을 벌이고 차기 CEO 경쟁이 과열되면서 지배구조 분쟁을 일으켰다.

2014년 ‘KB사태’는 경영진간 갈등이 이권 갈등으로 번지면서 또 다른 시사점을 준 사건이다. 전산시스템 교체를 명분으로 임영록 전 KB금융그룹 회장과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 간 반목이 드러났다. 당시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임 전 회장 편에 서고, KB국민은행 정병기 전 감사는 이 전 행장을 지지하며 내부 파벌싸움이 이사회 등 지배구조 분쟁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하나금융도 크고 작은 경영진간 내부 갈등이 겪어왔다. 주로 CEO 교체기를 전후해 내부 갈등이 외부로 드러났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에서 김정태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던 시기 김병호 전 부회장과 갈등이 있었다.

우리금융은 옛 한일은행과 옛 상업은행간 갈등이 합병 뒤에도 줄곧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2020년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간 갈등이 수면위로 부상하며 지배구조 분쟁을 겼었다.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손 전 회장 편에 서면서 권 전 행장은 선임 2년만에 교체됐다. 하지만 손 전 회장도 내부 갈등에 따른 여파로 경영활동에 전념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결국 사모펀드 사태 등 여파로 연임하지 못하고 지난 3월 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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