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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논란으로 본 금융 지배구조]CEO에 대한 내부 징계는 왜 '유명무실'한가⑭금감원 중징계에도 이사회선 징계 논의 전무…내규 상 징계 규정 검토 필요성

고설봉 기자공개 2023-04-24 07:43:19

[편집자주]

공공성을 앞세워 정부와 금융 당국은 금융지주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올바른 지배구조를 갖추고 정해진 제도 안에서 정도경영하라는 메시지를 제시하고 있다. CEO 교체는 물론 이사회에도 칼날을 겨눠 위기감이 높아졌다. 금융지주사들은 태동 이후 가장 큰 지배구조 격변 앞에 서 있다. 더벨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 현주소를 살피고 정부와 금융당국이 문제삼는 지점들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8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대해 여러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오는 것은 내부 견제 장치의 유명무실함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로 규제하고 있지만 금융회사 내부에선 CEO 징계를 할 수 있는 근거는 부실하다.

최근 몇 년 사모펀드 부실과 채용비리 등으로 주요 은행을 포함해 금융지주사 CEO 대부분이 금융감독원 등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하지만 그 어떤 금융지주사도 내부에서 CEO 징계를 하기는 커녕 관련 논의조차 진행한 바 없다. 오히려 당국의 우려 가운데서도 CEO 연임 등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지주마다 사정은 다를 수 있다. 실제 금융사 CEO들의 잘못이 아닌 경우도 있다. 일부 금감원 제재는 사법당국의 판단에 의해 뒤집혀진 적도 있다.

하지만 역대 금융지주에서 한번도 CEO들에 대한 내부 징계 결정을 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사외이사들이 내부 통제에 대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오히려 일반 사기업들은 이사회를 통해 징계가 가능하고 CEO를 해임하기까지 하는데 금융그룹은 징계위원회는 물론 내규 상 징계 규정도 없다. 징계 기능을 금융당국이 맡고 있다는 이유 때문인데 내부 견제 장치를 재검토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배구조법의 엄격한 CEO 기준…현실선 행정소송으로 피해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은 임원의 자격 요건에 대해 엄격하게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 요컨대 금융관계법령에 따라 벌금이상의 형을 받거나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에 있는 사람들을 CEO 후보로 배제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임직원 재제 조치를 받은 사람도 배제하고 있으며 해당 규정에 적용되는 사법리스크가 있는 CEO는 해임할 수 있는 근거까지 마련해두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금융사지배구조법은 잘 적용되지 않고 있다. 2019년 이후 현재까지 4대 금융지주사 CEO 모두 사법리스크로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당국의 제재에 소송전으로 맞서 시간을 벌고 그 사이 연임하면서 임기를 이어갔다. 법률적으로 ‘실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면 직에 오르거나 직을 잃지 않는’ 점을 유리하게 해석한 결과다.

4대금융그룹 모두 CEO들이 금융당국의 제재에 오르내린 바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조용병 전 회장과 진옥동 회장 모두 사법리스크를 겪었다. 조 전 회장은 채용비리 혐의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여 이상 재판을 이어갔다. 조 전 회장은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연임에도 성공했다. 2017년 취임한 조 전 회장은 2020년 3월 연임했다.

진 회장은 신한은행장 시절인 2021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주의적 경고(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당시 신한지주 및 신한은행 이사회는 진 회장이 중징계를 면했기 때문에 임기를 수행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진 회장은 이를 기반으로 회장직에 도전해 올해 취임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여러 사법리스크를 이유로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등에서 취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하나금융지주 이사회 등에선 함 회장에 대한 신뢰를 보내며 그를 CEO로 추대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전 회장도 사법리스크로 홍역을 치렀다. 손 전 회장은 DLF 불완전 판매로 금융 당국으로부터 2019년 말 중징계를 받았고 곧바로 행정소송에 나섰다. 우리지주 이사회는 2020년 3월 손 전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는 등 별도 내부 징계 절차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4대 금융지주 CEO들은 당국 등으로부터 징계 등 처분을 받았지만 모두 행정소송 등을 통해 임기를 지속했다. 이사회에선 해당 이슈에 대해 모두 CEO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했다. 징계 여부에 대해 이사회에서 자체적으로 검토하거나 논의했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이사회 등 내부 징계위 안 열린 배경은 부실한 '내규'

당국의 제재가 각 금융지주사 및 은행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는 내부의 견제 시스템 부재 때문이라는 평가가 있다. 금융지주 이사회는 일관된 톤으로 ‘사법리스크에 대한 재판 진행으로 형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회장직 수행에 문제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각 금융지주 이사회는 해당 이슈를 안건으로 상정해 심도있게 논의하거나 별도 기구를 마련해 면밀히 검토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다.

물론 주요 금융지주들은 이사회 등에서 해당 CEO의 제재심과 재판 등에 대한 설명회 형태의 자리를 마련한 바 있다. 이는 CEO의 입장을 이사진들에게 전달하고 설득하는 시간이지 이사회 안건으로 해당 이슈를 정식 상정되거나 내부 조사 등을 벌이는 과정은 없었다.

각 금융지주들이 사법리스크를 겪는 CEO를 제재하지 못한 이유는 허술한 내규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정관' '지배구조 내부 규범' '이사회 규정' 등 지배구조 관련 내규에 CEO 사법리스크에 대한 징계위원회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별도 조항을 마련해 놓지 않고 있다.

일반 사기업에선 징계위원회 설치가 빈번하다. 징계위원회가 다루는 사안의 대부분은 일반 임직원의 비위 행위이지만 CEO의 비위에 대해서도 다룬다. 금융회사의 경우 징계 위원회 기능을 금융당국이 도맡아 하는 만큼 징계위원회를 내부에 두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내부 통제 기능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징계 위원회 혹은 유사한 기능의 내부 통제 기능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등을 통해 CEO 등 위법 행위에 대해 감독 및 징계 등 절차를 하고 있고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 등을 하는 것은 헌법상 권리"라며 "이와 별개로 금융회사 내 인사위 등 설치 여부는 당국의 검사 대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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