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는 지금]현대모비스가 글로벌 부스 연 사연은②3대 모듈로 GM·크라이슬러·벤츠 협업…전장 진출에 고객사 확대
허인혜 기자공개 2023-05-02 07:34:04
[편집자주]
현대모비스가 오랜 기간 풀지 못한 숙제는 현대차·기아 매출 의존도다. 전체 매출액의 70%가 넘는다. 보쉬·덴소와 같은 글로벌 부품사를 꿈꾸는 현대모비스에게는 약점으로 꼽힌다. 20년간 풀지 못했던 난제가 최근 실마리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완성차 부품 시장이 전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이 현대모비스의 달라진 위상과 해외 수주를 늘린 배경, 기술력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7일 16: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모비스는 올 한해 가장 큰 목표로 해외 완성차 대상 수주 확대를 제시했다. 약 7조원의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지난해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해외 수주를 강조했다.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자랑할 만한 거리가 많았던 시기였는데도 현대모비스가 밑줄을 친 부분은 해외 수주 성과다. 현대모비스가 해외 수주에 집중한 이유는 해외 수주가 늘어날 수록 '아킬레스건'인 현대차·기아 의존도를 낮출 수 있어서다.
해외 수주 확대의 키는 의심의 여지없이 부품이다. 현대차·기아의 동반진출 기업으로 해외 땅을 밟았던 현대모비스는 섀시 모듈로 성장해 전동화·전장부품으로 방향타를 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금 어떤 부품을 소개하고, 또 잘 팔고 있을까.
◇현대차·기아 동반진출에서 독자 계약까지
현대모비스의 최근 해외 수주 실적은 전례없는 흥행이다. 지난해 해외 완성차 기업 대상의 수주 실적이 46억5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해 한해 성장세도 뚜렷하다.
2006년 크라이슬러와의 계약 이후 이후 가장 규모가 큰 해외 수주로 꼽히는 공급계약은 2022년 맺었다. 벤츠의 전기차 전용 모델에 섀시 모듈을 제공하기로 했다. 수주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벤츠는 미국에서 올해 최대 4만5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모비스는 앨라배마 맥칼라에 벤츠만을 위한 납품공장을 세웠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다. 현대모비스의 최근 호조세는 20년간 쌓아온 해외수주 기반이 있어서 가능했다. 현대모비스가 해외 수주를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부터다. 1990년대까지는 섀시와 운전석, 프런트엔드 모듈 등을 현대차와 기아에 중점적으로 납품했다.
해외 완성차 기업 수주보다는 해외 생산기지 건설의 의미가 컸다. 미국, 중국, 인도, 터키 등 생산기지 건설 계획이 2000년대 초 마련됐다.
자동차 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에 진출한 것도 이때다. 당시 일본은 꽁꽁 닫혀있던 자동차 부품 시장의 문을 조금씩 열었는데 마침 해외진출을 노렸던 현대모비스가 시기를 잘 탔다. 토요타 등 일본 4대 완성차기업을 두루 방문해 설명회를 열었다. 사실 수출 성과는 미미했다. 다만 독일과 일본 등 유수의 부품사와 경쟁을 치렀다는 의미가 남았다.
◇크라이슬러·GM 잡은 현대모비스, 수주확대 '물꼬'
현대모비스는 '찾아가는 설명회'를 잘해온 기업이다. 20년 전인 2003년 자사의 부품 설명회를 열기 위해 토요타와 혼다,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 본사의 문을 두드리는 게 흔했다. 2010년대까지 다임러크라이슬러, 포드 등의 본사를 찾아 설명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지난해 결정된 벤츠와의 섀시모듈 공급 계약도 현지 영업의 과실이었다.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모터쇼에 늦깎이 데뷔했다. 202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IAA모빌리티 참가가 처음이었다. 이듬해 미국 모터벨라(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도 연달아 참석했고, 최근 CES에도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발을 들였다. 본격적인 '글로벌 수주 시대'의 개막을 알린 셈이다.
유의미한 수주는 2006년부터 시작한 다임러크라이슬러 모듈 수출이다. 글로벌 최초로 현재 공장 내에서 모듈 공장을 운영했다. 연단위 1800억원 규모였는데 당시 미국 자동차 메이커 '톱3' 중 하나에 진입했다는 의미가 컸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수출계약으로 GM과 포드 수출의 물꼬도 트였다.
2009년 미국GM 본사에 제동장치인 CBS 관련부품을 수출하게 됐다. 과거 중국 상하이GM 등에 부품을 공급하기는 했지만 본사에 부품을 수주한 건 처음이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에는 모듈 외에도 납품 제품군을 늘렸다. 오디오와 지능형 배터리 센서(IBS) 등이다. 폭스바겐에도 램프를 공급했다.
현대모비스의 주요 수출 제품은 여전히 섀시 모듈이다. 다만 전기차 시대에 맞춰 전동화와 전장 부문 부품으로 방향타를 돌리고 있다. 지금 소비자들이 현대모비스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전동화·전장 기술 중 하나는 '크랩 드라이빙' 등이지만, 이 기술은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않았다. 눈을 의심하게 되는 신기술이 상용화될 시기는 2027년 이후다.
성공 여부는 어떨까. 전장과 전동화 제품이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는 만큼 고객사도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다. 지금 현대모비스가 해외에서 잘 팔고 있는 제품과 현대모비스의 위치를 짚어보면 바로미터 삼을 수 있다.
해외 수주 기업은 알리지 않는 게 통상적인 관례지만 업계에서는 전장과 전동화를 통틀어 폴크스바겐그룹과 스텔란티스그룹, BMW그룹, 메르세데스-벤츠, 중국 지리자동차 등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09년 전장부품업체 현대오토넷을 인수한 뒤 GM과 ICS 공급계약을 맺었는데 이 계약이 현대모비스의 전장중심 전략의 출발선이 됐다. 현대모비스가 GM과 2억6000만달러 규모의 전장 부품 공급 계약을 맺은 건 2010년이다.
현대모비스 자체로도 최근 3년간 해외 산업박람회에 참석해 전장, 전동화 부품을 알리고 있다. 2021년 신설한 글로벌 현지 고객 전담 조직(KAM)도 해외 수주를 늘리는 주역이다.
해외 완성차 기업들에게 소개한 전동화와 전장 제품 라인업은 다양하다. 올해 열린 상하이 모터쇼에서도 전장·전동화 등 양산 가능한 신기술 24종을 선보였다. 미래형 통합 칵핏 솔루션(M.Vics 4.0), 인캐빈 센싱, 전자식 조향시스템, 홀로그램 AR HUD 등이다.
호응도가 높은 AR HUD와 ICS 외에도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 구동모터, 전력변환장치, 음향 시스템 등을 알렸다.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운전자 상태 실시간 모니터링(DSM),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도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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