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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1세대 팔방미인 운용역 '성익환 전무'컨설팅·기업경영 등 다양한 경험 강점, '업' 본질 이해한 투자 강조

김지효 기자공개 2023-05-03 07:35:11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2일 0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이하 스톤브릿지)은 설립 15년차에 접어든 어엿한 중견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특히 작년 진행된 출자사업 8곳에서 승기를 거머쥐며 달라진 위상을 과시했다. 출자사업에서 연전연승한 덕분에 2호 블라인드 펀드는 앞선 펀드보다 규모도 2배 이상 커졌다. 스톤브릿지는 지난달 2호 블라인드 펀드 결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올해 활발한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성익환 전무(사진)는 지난해 출자사업 연전연승을 이끌어내는 데 일조했다. 2021년 스톤브릿지에 합류한 이후 지난해 2호 블라인드 펀드의 펀드레이징 태스크포스(TFT) 팀장을 겸직하며 성공적인 펀딩 성과를 냈다. 컨설팅부터 투자, 기업경영까지 풍부한 경험을 갖춘 성 전무는 성장하고 있는 스톤브릿지에서 자신의 ‘인생딜’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성장 스토리 : 다양한 경험 갖춘 국내 ‘1세대’ PEF 운용역

성 전무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를 경영학으로 이끈 건 중학생 때 읽은 ‘아이아코카 자서전’이었다. 리 아이아코카는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 ‘포드’에서 사원으로 시작해 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파산 직전까지 놓인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 크라이슬러를 회생시킨 ‘경영의 귀재’로 불린다. 성 전무는 아이아코카가 리더십을 통해 무너져가던 기업을 회생시키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경영학도로서 기업 컨설팅에 대한 꿈을 키워오던 그는 졸업 이후 첫 행선지로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를 택했다. 그 곳에서 컨설팅 업무를 맡았지만 자연스럽게 그의 관심은 금융업으로 번져갔다. 금융업을 향한 갈증이 점점 커질 무렵, 때마침 국내 자본시장에 새 바람이 불었다.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법(간투법)이 시행되며 사모투자펀드(PEF)가 도입됐고 시장은 변화의 물결을 타고 요동치기 시작했다. 변화의 흐름을 타고 그는 당시 국내 1호 블라인드 펀드인 ‘미래에셋파트너스1호’를 꾸렸던 미래에셋자산운용 PEF 투자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그는 국내 첫 블라인드펀드 운용역으로서 당시 국내에서는 낯선 투자와 관리방식을 몸소 익힐 수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M&A 시장에 넘쳤던 회생기업들이 그의 손을 거쳐 되살아났다.

사모펀드 운용역으로서 경험을 쌓던 중 그는 MBA 과정을 밟으러 미국 와튼스쿨로 떠났다. PEF를 운용하며 바이아웃 이후 기업에 파견할 C레벨 인사들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커리어 전환을 꿈꾸며 내린 결정이었다. 와튼스쿨을 졸업하고 그가 다시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를 선택한 까닭이기도 하다. 맥킨지에서 컨설팅 경험을 더 쌓아 기업의 C레벨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맥킨지 이후 그의 발걸음은 다시 투자업계로 향했다. 지인의 러브콜을 받은 성 전무는 로하틴그룹(TRG)으로 자리를 옮기며 투자업계로 복귀했다. 그는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당시 로하틴그룹이 집중했던 F&B 분야 기업들의 바이아웃 딜을 수행하며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컨설팅과 투자업계를 모두 섭렵했지만 그는 여전히 새 경험에 목말랐다. 이때 신약개발 전문기업인 ‘보로노이’ 창업자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합류했다. 수 년 전부터 구상한 C레벨로서 기업을 직접 운영하겠다는 그의 꿈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한 달을 버틸 정도의 자금을 겨우 조달해 버티기도 하며 기업 운영의 어려움을 온 몸으로 겪었다. 그는 기업을 직접 운영하며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됐다고 회상했다. 힘겨웠지만 IPO를 위한 기술성평가 등까지 준비하면서 그간 품었던 기업 운영에 대한 갈망을 채울 수 있었다.

컨설팅부터 투자, 기업 운영까지 경험한 그에게 다시 한번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모든걸 경험한 그의 선택은 다시 투자였다. 마침 액센추어에 다닐 때부터 오랜 인연이 있던 현승윤 스톤브릿지캐피탈 대표가 그의 손을 이끌었다. 현 대표는 와튼스쿨 동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성 전무는 2021년 2월 스톤브릿지캐피탈에 합류했다.

◇투자스타일 및 철학: 업(業)의 본질 파악, ‘역풍’보다는 ‘뒷바람’을 맞는 기업에 투자

성 전무는 업(業)의 본질을 이해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산업의 본질적 구조를 파악하지 못하면 매출 증가와 비용 감소로는 기업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업의 본질을 파악한 뒤에는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인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과 사회의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역풍’이 아닌 ‘뒷바람’을 받으면서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며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섹터에 있는 기업 중에서도 시장 점유율 1~2위를 확보한 기업에 투자해야 어려운 시기가 왔을 때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투자 원칙은 스톤브릿지의 투자 기조와도 맥을 같이 한다.

당장 적자가 나고 있는 기업이라도 사업의 구조가 확실히 파악되고 거시적으로 성장하는 섹터에 있다면 투자할 만 하다고 그는 바라본다. 성 전무는 “흑자냐 적자냐가 중요하다기 보다 기업을 살릴 수 있는 계획을 잘 세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PE 투자에서는 산업군의 특성 등을 고려해 꼭 개선이 필요한 2~3가지에만 집중할 수 있는지가 투자 성과를 결정짓는 요인이라고 본다. 하우스가 포트폴리오 기업에 투자하는 기간은 평균 3년에서 길면 5년 사이다. 성 전무는 “3년 동안 기업의 모든 걸 바꿀 수는 없다”며 “업의 본질과 관련된 2~3가지에 집중해 한정적인 인력과 재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기업 가치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트렉레코드 1: 투자 철학을 정립시켜 준 첫 투자처 ‘신우’

신우는 가죽원단 공급업체로, 성 전무가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몸담았을 당시 국내 1호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투자한 기업이다. 외환위기 이후인 2005년 당시에는 회생 기업들이 시장에 많이 매물로 나와있었다. 신우도 그 중 하나였다.

그는 신우 투자를 통해 ‘업의 본질을 이해해야한다’는 자신의 투자 철학을 정립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신우는 당시 아르헨티나에서 소 가죽을 들여와 가공한 뒤 차량용 가죽 시트와 나이키와 아디다스, 푸마 등 해외 신발 브랜드, 해외 명품 브랜드 가방용 가죽을 납품했다. 가죽은 들여올 때는 뒤덮인 털 때문에 품질 등급을 정하기가 어려워 일괄적으로 가격을 매겨서 사오지만 막상 털을 벗겨보면 품질은 천차만별이었다. 가장 품질이 좋은 A급 가죽은 A급 제품을 만드는 데 쓰이지만 품질이 낮은 C급 가죽은 쓸 곳이 없었다. 남은 가죽들은 원가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처분하면서 손해가 발생했다.

그는 신우를 관리하며 실적 반등의 핵심은 거래처 다양화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명품 브랜드만 거래처로 확보할 것이 아니라 저품질의 가죽도 납품할 수 있는 거래처가 필요했다. 궁극적으로는 들여오는 가죽의 품질과 거래처가 필요로 하는 품질의 가죽의 비중을 매칭하는 것이 수익성 개선의 핵심이었다.

그는 당시 신우에 함께 투자했던 SI와 협력해 공급처를 다변화하면서 신우는 빠르게 실적을 개선했다. 회생기업으로 투자를 받았던 신우는 성공적으로 재기하며 2009년 미래에셋파트너스1호가 투자한 보통주와 전환사채를 모두 상환했다. 펀드는 신우에 257억원을 투자해 349억원을 벌어들였다. 펀드는 법정관리 중이던 신우를 비롯해 미래에셋캐피탈, 성진지오텍 등 6개 기업에 투자해 IRR 18.3%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성공적으로 청산했다.

◇트랙레코드 2: 치킨 프랜차이즈 본질을 꿰뚫다… 5년 만에 6배 수익 낸 ‘bhc’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 ‘bhc’는 로하틴그룹에 몸담았을 때 쌓은 트랙레코드다. 그는 로하틴그룹에 2016년 합류해 투자와 포트폴리오 기업 관리를 맡았다. 당시 로하틴그룹은 F&B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 한 분야에 깊게 투자하는 전략을 익힐 수 있었다. 로하틴그룹은 bhc를 비롯해 큰맘할매순대국, 창고43, 그램그램 등 F&B 프랜차이즈를 포트폴리오로 들고 있었다.

프랜차이즈 기업의 수익성 개선 방향은 명확했다. 영업 비용을 통제해 매출이 늘면 마진이 크게 늘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오퍼레이팅 레버리지(operating leverage)를 끌어올려야 했다. bhc는 당시 여타 치킨 프랜차이즈와 달리 물류망과 소스 공장 등을 자체적으로 갖고 있어 매출이 상승해도 비용은 제한적으로 늘어났다. 매출만 늘면 수익 개선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구조였다.

관건은 매출이었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치킨 프랜차이즈가 배달업이라는 본질을 이해해야 했다. 요즘처럼 배달 대행 앱이 발달하지 않았을 시절, ‘치킨=bhc’ 공식이 떠오르도록 만들어야 했다. 성 전무는 “소비자의 머릿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를 조사하는 최초상기도(TOM·Top of mind)는 가장 중요한 관리 지표로, 시장 점유율과 거의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며 “bhc를 처음 인수했을 때는 TOM과 시장점유율 모두 1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로하틴그룹이 인수한 이후 bhc 순위는 계속해서 상승했다. 엑시트 직전에는 2위까지 올랐다. 광고와 마케팅에 공을 들인 덕분이었다. 전지현 배우가 bhc 광고 모델을 시작한 것도 로하틴그룹에 인수된 이후부터다. 때마침 전지현 배우가 주연을 맡은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치맥 열풍이 인 것도 bhc에게는 행운이었다. 로하틴그룹에 인수된 2013년, bhc 매출은 827억원이었지만 2017년에는 2391억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bhc 바이아웃 딜은 오퍼레이팅 파트너의 중요성도 다시금 깨닫게 해줬다. 성 전무는 “대기업 출신 오퍼레이팅 파트너는 미드캡 운영에 걸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하지만 2013년부터 bhc를 맡은 박현종 회장은 대기업 출신인데도 경영 전면에 나서 직접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그때 경험은 이후 바이아웃 딜에서 오퍼레이팅 파트너를 고를 때 이력서보다는 개개인의 특성과 역량에 더 초점을 맞추게 해줬다.

bhc는 5년 만에 로하틴그룹이 투자한 원금의 6배에 가까운 차익을 안겨주며 성공적인 트랙레코드로 기록됐다.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신뢰 주는 ‘성품’, 2호 블라인드 펀드 운용 ‘중추’로

성 전무와 함께 일한 주변인은 훌륭한 품성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평가한다. 그가 컨설팅, 기업운영 등 다양한 현장에서 직접 뛰면서 얻은 경험들 또한 교과서에서는 얻을 수 없는 차별화된 강점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성 전무와 함께 일한 최병수 유안타인베스트먼트 PE부문 대표는 “사모펀드 업계는 특히 거래 상대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한데 성 전무는 신뢰를 주는 운용역”이라며 “성 전무는 훌륭한 성품을 바탕으로 관계를 잘 풀어가는 능력까지 있어 거래 상대방과 파트너십을 맺고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성 전무는 스톤브릿지에 합류한 이후 최근 결성된 2호 블라인드 펀드의 펀드레이징을 이끌며 보람을 느꼈다고 답했다. 지난해 스톤브릿지는 8개의 출자사업에서 최종 승자로 선정됐다. 그는 2호 블라인드 펀드의 펀드레이징 태스크포스 팀장을 겸직하며 성공적인 펀딩에 기여했다. 그 덕에 2호 블라인드 펀드는 스톤브릿지 설립 후 역대 최대 규모인 6800억원으로 꾸려졌다. 출자사업을 통해서만 5000억원 가량을 모았다.

성 전무는 “다수의 콘테스트에서 선정되면서 스톤브릿지가 지난 14년 동안 축적한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 펀드레이징에서의 성공경험은 향후 스톤브릿지의 행보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스톤브릿지는 이제 상위권 하우스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성 전무는 높아진 위상에 걸맞는 투자를 통해 스톤브릿지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목표다.

성 전무는 “펀드 사이즈가 커진 만큼 더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내부 프로세스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며 “스톤브릿지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을 함께 도모하며 스톤브릿지에서 저만의 ‘인생딜’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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