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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JV 돋보기]에쓰오일 효자 '윤활', 국내 사업 뒷받침하는 STLC⑤STLC 편입 이후 국내외 역할 분담…윤활사업, 정유 변동성 보완

김동현 기자공개 2023-05-10 07:35:41

[편집자주]

해외 기업과 합작사(JV)를 설립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핵심 기술 확보, 비용절감, 원자재 내재화 등 여러 사업적 요소들을 고려한 끝에 양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JV를 설립·운영한다. 우리나라 후방산업을 책임지는 석유화학·소재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원재료 내재화를 통해 생산 밸류체인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선진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더벨이 국내 석유화학·소재 기업의 JV 설립 배경, 전략 등을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4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계순위 25위의 에쓰오일 그룹은 계열사가 단 2곳뿐이다. 그룹 본체인 에쓰오일과 국내 윤활유 사업을 담당하는 에쓰오일토탈에너지스윤활유(STLC) 등으로, 30대 그룹 중 에쓰오일 다음으로 적은 계열사를 보유한 HMM(19위)도 계열사 수가 5개다.

2개의 계열사만으로 20조원에 육박하는 자산을 쌓은 에쓰오일이지만 이 안에서 STLC(자산총계 1602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매출 규모 면에서도 분기에만 10조원을 벌어들이는 에쓰오일과 연 매출 3000억원 수준의 STLC를 나란히 두고 비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STLC는 에쓰오일 윤활사업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다. 에쓰오일은 2008년부터 국내 윤활유 사업을 STLC에 일임하고 대신 윤활기유(윤활유 원료) 및 해외 윤활유 사업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국내 윤활유 시장 승부수로 던진 '토탈' 합작

STLC의 모태는 2003년 설립된 토탈이수오일이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프랑스 '토탈'과 국내 석유화학 기업 이수화학이 합작·설립한 회사로, 토탈프랑스와 이수화학이 각각 지분 51%와 49%를 보유했다.

1987년부터 토탈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윤활유 사업을 이어오던 이수그룹은 토탈이수오일을 설립하며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했다. 이수화학은 윤활유 사업부문과 관련한 자산·부채를 토탈이수오일에 양도하며 생산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러나 두 회사의 합작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당시 윤활유 시장은 지금과 비슷하게 다양한 석유화학 업계가 발을 내딛던 곳으로 경쟁이 점점 심화하고 있었다. 이에 이수화학은 윤활유 사업을 '비주력' 부문으로 분류하고 합작 5년 만인 2008년 3월에 보유한 토탈이수오일 지분 49%를 130억원에 매각했다.


공백이 생긴 토탈의 국내 합작사 자리를 꿰찬 기업이 에쓰오일이다. 에쓰오일은 이수화학이 철수한 그해 5월 토탈과의 합작사인 STLC 설립을 완료했고 발빠르게 생산시설을 에쓰오일 공장으로 단일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STLC 지분은 에쓰오일이 '50%+1주'로 토탈보다 1주 많이 갖는 것으로 정리됐다.

당시 에쓰오일이 합작사 설립에 속도를 냈던 이유는 치열해지고 있는 윤활유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1976년 설립 당시부터 윤활기유 사업에 뛰어들며 국산화에 성공한 에쓰오일은 1989년 윤활유 사업에도 진출했다. 그러나 SK, GS 등이 버티고 있는 윤활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았다.

에쓰오일은 STLC 설립 2년 만에 일 1100배럴 수준이던 생산능력을 2500배럴 규모까지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모회사 에쓰오일은 기존 윤활기유 및 윤활유 수출을 담당하고 STLC는 국내시장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역할을 나눴다.

◇'흑자' 윤활사업, 미래차 시대 준비

STLC를 포함한 윤활부문은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는 에쓰오일의 효자사업 중 하나다. 가장 많은 매출을 차지하는 정유부문의 경우 국제유가 변화에 따라 이익과 손실을 오가는 경우가 있지만 윤활유의 경우 자동차부터 선박, 엔진 등 다양한 전방산업에 활용되며 다른 사업부문에 비해 경기 변동성에 안전했다.

에쓰오일 윤활부문의 핵심은 설립 때부터 이어온 윤활기유 사업이다. 부문별 손익을 공개하기 시작한 2007년부터 지금까지 윤활기유를 중심으로 한 윤활부문은 단 한번의 적자도 내지 않고 유가 변동성에 취약한 정유부문을 보완했다.


윤활부문의 사업 실적을 뜯어보면 STLC에 국내 윤활유 제조·판매를 일임한 뒤부터 에쓰오일의 윤활유 상품매출은 2010년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가 2013년부터 수출 실적으로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3년 111억원에 불과했던 에쓰오일 윤활유 수출 매출은 10년 사이 5배 이상 증가해 지난해 58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TLC 역시 외형 성장에 성공하며 매출 규모가 2566억원에서 3596억원까지 증가했다.

현재 윤활유 산업은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에 맞춰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내연기관으로 한정하면 SK엔무브,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선두 회사를 필두로 200여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지만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에선 뚜렷한 선두 업체가 없다. 시장의 범위를 해외로 넓혀도 마찬가지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들어가는 윤활유와는 성격이 다르다. 냉각과 2차전지 효율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기모터와 기어의 열을 빠르게 식히고, 차량 내부에서 불필요하게 흐르는 전기를 차단하는 절연 기능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직 시장 초기단계인 만큼 윤활기유, 윤활유로 이어지는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업체가 기술개발·제품 적용 면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에쓰오일의 경우 2021년 전기차 전용 윤활유 브랜드를 출시하고 STLC를 통해 국내 시장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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