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5월 10일 14: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국증권 자회사 유리자산운용이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명예회장의 계열사 사내이사 복귀에 반대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 회장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주력 계열사 경영에 동시에 참여하는 데 이해상충 우려가 있다고 봤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리운용은 지난해 11월 초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약 4개월간 90개 기업 주주총회에 참여해 280개 안건에 찬성과 반대 등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기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은 57개로 20.4%의 반대율을 기록했다.

유리운용이 반대표를 던진 안건 대부분은 이사 및 감사 선임 건이었다.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 중 이사 및 감사 선임 안건은 13개로 반대표를 던진 안건 전체의 22.8% 비중을 차지했다.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과 재무제표 승인 건 등도 반대표에 포함됐다.

눈에 띄는 점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총에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반대다. 유리운용은 "(서 회장) 후보자의 사내이사 재직 기간 등을 고려하면, 감시의무 소홀에 따른 결격사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반대 의결권 행사 사유를 밝혔다.

셀트리온 그룹의 창업주인 서 회장은 2000년부터 2020년까지 회장직을 역임했고 2021년부터 현재까지 명예회장직을 맡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이번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사내이사로 3년만에 경영 지휘봉을 잡게됐다.

서 회장의 복귀는 그룹 경영진이 위기 극복과 미래 전략 재정비 추진을 위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은 지난달 주총에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3개 회사 합병과 연말 미국 의료기기 업체 박스인터내셔널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유리운용 의결권 가이드라인은 후보가 과도한 겸임으로 이사로서 충실한 의무수행이 어려운 경우를 포함해 회사 가치의 훼손과 주주 권익의 침해에 책임이 있는 경우 반대토록 규정하고 있다. 서 회장이 3개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며 이해상충 우려가 있을 것으로 본 것.

당시 유리운용이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수는 3만4219주. 지분으로는 0.02%에 지나지 않아 서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무력화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서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갖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은 지난해 말 38.05% 수준이었다.

유리운용은 서 회장의 차남인 서준석 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 서 이사는 2021년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돼 올해 임기 2년의 이사 후보로 올랐다. 유리운용은 '(서 이사의) 결격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는 이중재 사외이사와 최종문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올렸는데, 유리운용은 최종문 이사 후보의 경우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최 후보는 지난해까지 외교부 2차관을 지낸 인물이다.

유리운용은 해당 내용을 인지, 올해 4월 초부터 최 이사의 임기가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중재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별다른 결격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사 선임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한편 유리운용은 SM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손을 들어주면서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 측이 제기한 주주제안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과거 유죄 판결 이력을 들어 반대했다.

유리운용은 2018년 대신경제연구소와 자문 계약을 체결해 외부 자문기관 서비스를 참고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리서치 역량을 발휘해 자기의견을 내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자문 내용이 내부 의견과 일치하지 않으면 조율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