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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 스토리]안건준 레이저쎌 대표 "골든크로스 목전, 우상향 성장 자신"②창업 후 뭍밑서 R&D 집중, 글로벌 다수 업체와 테스트 진행…조만간 성과 '가시화'

동탄(경기)=정유현 기자공개 2023-07-24 09: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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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1일 10: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갑자기 뒤집히는 점’이라는 뜻의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는 아주 미미하게 진행되던 어떤 현상이 어느 순간 균형을 깨고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시점을 말한다. 티핑포인트의 순간이 왔을 때 그동안에 쌓여있던 노력과 성과가 있어야 가속도를 얻게 되고 온전히 과실을 누릴 수 있다.

2015년 설립된 레이저쎌은 약 8년간 레이저 본딩 기술개발(R&D)에 몰두했다. 레이저쎌은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면-레이저’ 광학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 중 본딩에 사용되는 장비를 만들며 기술을 고도화 시키고 있다. 그동안 R&D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만 신기술 시장이 아직 열리지 않아 이익을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첨단 반도체 기술이 한계에 직면하며 차세대 후공정 분야에 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도체를 쌓아 올릴 때 어떻게 붙이느냐가 기술적인 과제로 떠오르며 레이저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레이저쎌의 기술력을 눈여겨 본 다수의 글로벌 업체들과 장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그동안의 R&D 노력의 결과가 수면 밖으로 튀어 오르는 티핑포인트의 순간이 올 수 있다는 의미다.

◇안건준 대표 레이저쎌 창업 후 첫 외부 행보, 글로벌 시장서 R&D에 집중

지난 17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 본사에서 만난 안건준 레이저쎌 대표(사진)는 "회사를 설립하고 키우는 과정에는 반드시 많은 투자와 역경을 극복하는 순간을 겪게되고 레이저쎌도 그 과정 속에 있다"며 "조만간 골든크로스(편익이 비용을 넘어서는 시점)를 넘어서 크게 성장하는 시점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건준 대표가 벤처기업협회장이 아닌 레이저쎌의 대표로서 외부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창업 후 처음이다. 그동안은 안 대표의 이름을 내걸기보다는 수면 아래서 기술을 고도화시키고 해외 시장에서 기술을 인정받기 위한 작업을 꾸준히 진행했다.

안 대표는 "그동안 반도체 분야는 전공정에 집중돼있었는데 첨단 반도체 시대를 맞아 기술적 한계를 느끼다보니 후공정 분야가 주목받는 것이다"며 "반도체 회로의 미세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패키징 기술이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고 현재의 반도체 산업의 상황을 짚었다.

이같은 상황을 일찍이 내다본 안 대표는 전공을 살려 레이저 분야에 집중했다. 반도체 칩과 기판이 모두 얇아지는 추세였고 현재의 리플로우 오븐 본딩 방식은 기판이 휘는 문제가 있었다. 최소한의 입열 에너지로 본딩을 완료할 수 있는 국부가열 방식이 필요한데 고출력 레이저를 사용해 대면적 플랫탑 빔을 만들어 가열해 본딩하는 기술이 최적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관련 신기술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2010년 중반부터였다. 2015년 회사를 차린 후 안 대표는 '미국AREA컨소시엄'에서 시간동안 검증·표준화에 공을 들였고 글로벌 고객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컨소시엄엔 애플 포함 글로벌 IT 기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회사가 업력도 짧고 규모가 작다보니 기계를 만들어서 AREA컨소시엄에 갔고 2016년부터 거기서 기계를 개발하고 연구원들이랑 공정을 만들고 표준을 잡은 것이다"며 "매 분기 세미나때 받은 질문 데이터를 취합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을 거쳤는데 중소기업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글로벌 업체들이 AI반도체 접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인 레이저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며 "전체 패키징이 휘는 방법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레이저 본딩 기술을 생각하고 있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HBM 급부상하며 레이저 기술 '주목', 다수 글로벌 업체와 테스트 진행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HPC) 시장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D램 시장 차세대 먹거리로 급부상하며 레이저쎌을 둘러싼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글로벌 주자들이 HBM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후공정 라인을 증설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안 대표는 "레이저쎌 장비 중에 LCB(레이저 압착접합) 장비가 있는데 HBM에 필요한 것이 이것이다"며 "점이 아닌 면으로 레이저를 쏴 반도체를 접합하는 LSR에 가압 기능이 추가된 것으로 이 분야에 특허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쿼츠에 레이저를 직접 쏠 수 있고 대면적으로 가열할 수 있는 기술로 차별화를 꾀한만큼 경쟁력이 있다"며 "최근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을 선언한 글로벌 기업과 기존에 장비를 납품했던 글로벌 회사 등 주요 업체에 제안이 들어가거나 공동으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의 기술을 보유하고 유망한 기술이지만 왜 글로벌 기업들은 도입을 서두르지 않았을까. 안 대표는 이 질문에 대해 "기술 투자가 위축됐을 때는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보수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며 "예를 들어 반도체 라인에 새로운 장비를 도입했는데 갑자기 수율이 뚝 떨어지면 한 라인에 수천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비 하나를 바꿔 전체 풀 라인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지속적인 테스트를 통해 리스크를 검증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며 "레이저 본딩 분야에서 글로벌 넘버원 회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으며 현재 진행중인 테스트가 성과로 연결되면 미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퍼스트 무버로 나서며 화려한 이면에 시장 자체가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 시장이 열리고 눈앞에 와있기 때문에 잘 극복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좋아질 것이고 저점을 찍은 만큼 실적도 우상향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는 성과를 보여줄 일만 남았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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